‘소우주 속의 소우주’ 인간의 뇌…어느 쪽이 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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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1.27. 오전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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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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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뇌와 우주, 크기는 엄청 다르지만 구조는 비슷
왼쪽은 마우스의 뇌 신경 네트워크, 오른쪽은 2005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가로·세로 20억광년 크기인 우주의 시뮬레이션 구조. 출처 http://www.visualcomplexity.com/vc/blog/?p=234


옛 사람들은 자연이라는 대우주에 대비해 인체를 소우주로 보았다.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본 동양에선 자연의 음양오행 원리와 인간 세상의 원리, 인체의 오장육부 구조를 연결지어 생각했다. 인간을 우주의 축소판으로 본 서양의 ‘인간 소우주론’ 관념은 르네상스 시대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유명한 ‘인체 비례도’를 탄생시켰다. 인체 기관 중에서도 인간 정신 능력의 원천인 뇌는 그 오묘한 특성으로 인해 ‘소우주 속의 소우주’로 불려왔다.

이탈리아 연구진이 이를 과학으로 입증하려는 듯, 우주의 은하계 구조와 인간의 뇌 구조가 매우 닮아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피직스’(Frontiers in Physics) 11월16일치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볼로냐대 천체물리학자와 베로나대 신경외과 의사로 이뤄진 연구팀은 은하 네트워크와 뇌 신경세포 네트워크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조사한 결과, 두 시스템은 크기에서는 27자릿수 이상의 엄청난 차이가 나지만, 내부 구조는 매우 비슷하다는 걸 발견했다고 밝혔다.

형태면에서 뇌의 구조가 시뮬레이션 우주 구조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들은 이전에도 있었다. 이번 연구는 이를 정량적으로 분석해 둘 사이의 유사성을 살펴본 것이다. 인간의 뇌는 860억~1000억개의 뉴런과 100조개의 시냅스가 연결된 매우 복잡한 세계다. 이 가운데 소뇌엔 약 690억개의 뉴런이 연결돼 있다. 관측 가능한 우주 역시 1천억개 이상의 은하들로 구성돼 있는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두 시스템에서 하나의 노드(마디) 역할을 하는 뉴런과 은하를 등치시키면 뇌와 우주를 구성하는 정량적 요소가 서로 비슷하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왼쪽은 전자현미경으로 본 40배율 소뇌 단면, 오른쪽은 가로·세로가 각각 3억광년인 우주 시뮬레이션 구조. 볼로냐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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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런과 은하의 질량 비중은 뇌와 우주의 30%


둘 사이의 유사점은 이런 겉보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연구진은 뇌와 우주의 핵심을 이루는 뉴런과 은하의 질량 비중이 전체의 30% 안팎으로 비슷하다는 걸 발견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70%에 해당하는 질량과 에너지는 뇌에선 물, 우주에선 암흑에너지다. 뇌와 우주에서 시스템 구성 요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들은 전체 시스템 차원에서는 수동적 역할에 머물러 있다.

연구진은 이어 두 시스템의 스펙트럼 밀도(에너지의 분포)를 계산했다. 연구진은 이는 은하의 공간적 분포를 연구하는 우주론에서 흔히 이용하는 기법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 소뇌 신경 네트워크 내의 뉴런 밀도 변동 폭은 1마이크로미터~0.1밀리미터(100마이크로미터)에 걸쳐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패턴은 우주 네트워크에서의 물질 분포와 비슷했다. 우주 네트워크에서의 물질 분포도 500만~5억광년으로 최소~최대 비율이 뇌와 같았다.

왼쪽부터 우주, 소뇌, 대뇌 피질의 연결망(파란색). 논문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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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드당 연결 수도 비슷...비슷한 물리적 원리 따라 진화한 듯


연구진은 또 뇌 신경 네트워크와 우주 망에서 특징적으로 관찰되는 두 가지 변수도 계산해 유사성을 검토했다. 하나는 각 노드(마디)에서의 평균 연결 수, 다른 하나는 네트워크 내에서 군집 형성 여부다. 여기서도 뜻밖에 유사점이 관찰됐다. 분석 대상으로 삼은 3800~4700개의 우주 노드와 1800~2000개의 뇌 신경 노드를 분석한 결과, 각 노드의 연결 수가 우주는 평균 3.8~4.1개, 뇌 피질은 평균 4.6~5.4개였다. 또 두 시스템 모두 중심 노드들이 있고, 그 주변에 관련 노드들이 군집을 형성하는 경향을 보였다.

논문 공동저자인 알베르토 펠레티 베로나대 신경외과 교수는 보도자료를 통해 “은하계와 뇌 신경에 작용하는 물리적 힘은 엄청난 차이가 나지만, 아마도 두 네트워크 내의 연결성은 비슷한 물리적 원리에 따라 진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논문 서문에서 “이번 분석은 실제 연결성이 아닌 단순 근접성에 기반한 유사성을 분석한 것”이라며 “이번 분석에서 드러난 유사성은 두 시스템이 형성되는 과정과 규모는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그럼에도 비슷한 네트워크 역학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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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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