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건 차관 “중국 성명에 종종 놀라…때론 강하게 어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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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6.22. 오후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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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외통위서 이례적으로 외교 문제 속내 밝혀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2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22일 “(중국이) 종종 내놓는 성명이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히 경고할 건 경고하고 때로는 강하게 어필(제기)한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한-중 관계가 대등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중 간의 관계의 중요성을 생각해서 중국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는데, 매번은 아니지만 계기마다 중국 쪽에서 실제 소통 내용과 다른 일방적인 내용을 발표해 중국 쪽에 항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차관이 ‘외교부 당국자로서는 최초의 발언일 것’이라고 전제했듯, 실제 정부 고위 당국자가 이런 다른 나라와 이런 외교적 문제의 속사정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최 차관은 “문을 닫고 중국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상당히 정중”한데 “그들이 문을 열고 나와서 내놓은 보도자료는 내용이 다른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 쪽에 “왜 우리끼리 한 얘기가 (보도자료에) 담기기보다는 다른 오디언스(청중)를 대고 하고 싶은 말들을 험하게” 하냐고 직접 항의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의원은 “왕이 (중국 외교) 부장이 우리 정부하고 회담만 하면 대한민국의 주체, 자주, 국격을 무시하는 발언을 자주 한다”며 “거의 청나라 때 위안스카이를 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최 차관의 이날 발언은 지난 10일 있었던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간 전화통화 뒤 문재인 정부가 ‘중국 눈치 보기 외교’를 한다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통화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중국 견제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 참가하기 직전에 이뤄져 주목되던 상황이었다. 중국 외교부 발표 내용 중 논란이 됐던 부분은 왕 부장이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은 냉전적 사고로 가득 차 있으며, 집단 대결을 부추겨 지역 평화와 안정,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호적인 이웃 나라이자 전략 동반자인 중국과 한국은 올바른 입장을 유지하며, 정치적 공감대를 유지하고,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이었다.

일각에서는 왕 부장이 “미국의 장단에 놀아나지 말라”고 경고했다며 ‘우호적 외교 관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표현’이라고 비난했다. 외교부가 “(중국이) 기존 입장을 강조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자 ‘중국 눈치 보기’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이런 맥락에서 최 차관의 이날 발언은 미-중 간 전략적 경쟁 속에서 중국이 보이는 태도가 국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정부가 중국 쪽에 보내는 ‘경고성’ 메시지의 성격으로도 읽을 수 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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