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도 안 알려주는 분양정보 ‘입주자모집공고’ 속에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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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9.01. 오후 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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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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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아파트 분양정보의 ‘끝판왕’
ㆍ깨알 같은 글씨에 숫자 많지만 청약제도·자격·규제 등 총정리
ㆍ모집공고만 제대로 읽어도 웬만한 사업장은 한번에 파악



주부 장모씨(42)는 얼마 전 새 아파트 견본주택을 처음 구경했다. 집값이 치솟아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은 꿈도 꿀 수 없다고 생각해왔지만, 최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분양가가 낮아질 것이란 말에 청약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당시 장씨는 견본주택에 마련돼 있는 주택형(유닛)의 인테리어를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런데 함께 갔던 친구는 한쪽 벽에 빼곡히 적혀 있는 작은 글씨를 읽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바로 ‘입주자모집공고’다. 친구는 “이 단지의 모든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달에만 전국에서 총 4만4673가구의 아파트가 공급된다. 이 중 일반분양 물량은 수도권에서 1만7243가구, 지방에서 1만3160가구에 이른다. 청약열풍이 불면 ‘묻지마 청약’ 사례도 늘어나는 법.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 투자 가치를 충분히 검토하고 자격 요건과 자금 상황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관심 단지의 입주자모집공고부터 제대로 살펴보는 게 ‘내 집 마련’의 첫걸음이다.

■ 숫자 많고 글씨 작지만 꼭 봐야

입주자모집공고는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주체가 입주자를 모집할 때 해당 주택의 위치·규모·면적·분양가 등의 정보는 물론 공급방법, 입주자 모집시기 및 자격요건 등을 명시해 알리는 ‘분양 안내문’이다. 현행법에는 분양승인을 받은 후 관할 시·군·구 홈페이지와 시공사 홈페이지, 청약 사이트인 ‘아파트투유’ 등에 공지하도록 돼 있다. 수도권이나 광역시에서는 100가구 이상을 분양할 때 청약신청 5일 전 신문을 통해 공고해야 한다.

다만 워낙 많은 내용을 담다보니 깨알 같은 글씨로 빽빽하게 적혀 있다. 복잡해보이는 표와 숫자들도 많아 입주자모집공고를 챙겨 읽는 예비 청약자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입주자모집공고에는 최근 바뀐 청약제도와 해당 단지가 적용받는 규제 등이 정리돼 있기 때문에 청약 이후 자격요건 미달 등에 따른 부적격 당첨 취소를 막기 위해서라도 봐두는 게 좋다.

입주자모집공고 최상단에 청약 제도 관련 내용이 적혀 있는 것은 그래서다. 최근 입주자모집공고를 낸 두 단지를 비교해보면 서울 ‘송파시그니롯데캐슬’은 “본 아파트의 주택건설지역인 송파구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이며 청약과열지구,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에서 공급하는 민영아파트”라고 돼 있다. 하지만 경기 의정부시 ‘센트럴자이앤위브캐슬’은 “본 아파트는 수도권 내 비투기과열지구 및 비청약과열지역의 민간택지에서 공급하는 분양가상한제 미적용 민영주택”이라고 적혀 있다. 규제지역이냐 아니냐에 따라 1순위 청약자격과 공급방식, 자격요건, 분양권 전매 및 재당첨 제한, 대출규제 등이 모두 달라지기 때문에 꼭 확인해야 한다.

그다음으로 공급내역이 나온다. 전체 공급가구 수와 일반공급, 특별공급 물량을 비롯해 주택형별 공급량 등을 볼 수 있다. 예컨대 ‘송파시그니롯데캐슬’은 전체 1946가구 중 745가구(특별공급 316가구)가 일반에 분양되는데, 이 중 전용면적 84㎡C형이 331가구로 가장 많다. 특별공급 중에서는 신혼부부 물량이 147가구로 가장 많은 식이다.

면적을 나타내는 각종 용어의 의미를 알아두면 공급내역을 이해하기 편하다. 언론에 많이 나오는 전용면적은 거실·방·부엌 등 주거 용도로만 쓰이는 면적을 말하며, 공용면적은 계단·복도 등 다른 입주민과 공유하는 공간을 뜻한다. 여기에 지하주차장, 관리사무소, 공동시설 등은 기타 공용면적으로 분류한다. 아파트 분양가를 산출할 때 쓰는 공급면적은 전용면적과 공용면적을 합친 개념이다.

■ 분양단지의 단점까지 적혀 있어

분양가 정보도 입주자모집공고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흔히 3.3㎡당 평균 분양가가 얼마인지만 따져보기 쉬운데 분양가는 주택형과 층수에 따라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최근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로 화제가 된 서울 동작구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을 보면 3.3㎡당 평균 분양가는 2813만원이다. 그러나 전용면적 59㎡A 로열층(공급면적 77.3㎡) 분양가는 7억6000만원으로, 3.3㎡당 3245만원이 넘는다. 다만 같은 주택형의 1층 분양가는 6억1000만원으로, 3.3㎡당 2604만원에 불과하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평균 분양가에 혹하지 말라. 누구나 로열층을 분양받고 싶어하기 때문에 실제 분양가는 건설사가 공개하는 평균보다 높기 마련”이라며 “로열층을 분양받는다는 전제로 자금계획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빌트인 가전과 시스템 에어컨 등 추가 선택품목(유상옵션)도 분양가가 평균보다 높아지는 이유 중 하나다. 입주자모집공고에는 선택품목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각 품목별 제품 조건과 금액이 명시돼 있기 때문에 견본주택 방문 전 미리 살펴보는 게 좋다. 발코니 확장 등이 분양가에 포함됐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유의사항’도 입주자모집공고에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항목이다. 여기에는 시공사나 분양대행사 등이 알려주지 않는 단지의 단점들이 열거돼 있기 때문이다. 대개 ‘인접 건물에 의해 동호수별 위치에 따라 일조권, 조망권 등의 사생활권 침해가 있을 수 있다’는 식의 일반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나 단지 인근에 고압 송전철탑이나 펌프시설, 옹벽 등이 있다고 알리는 경우도 많다. 나중에 입주민들이 전자파나 소음 등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사전에 공지하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선분양에서는 견본주택과 입주자모집공고가 사업장의 현재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라며 “입주자모집공고만 제대로 읽어도 웬만한 사업장을 한번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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