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1000명대 확진자 쏟아져… 방심이 4차 대유행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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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거리두기 일주일 더 연장
악화 땐 주말 ‘최고단계’ 검토
文 “방역위반시 무관용 원칙”
밤 10시 이후 대중교통 감축

귀가 계도하자 “남은 술 마시고…”
테이블 빈자리 차지하려 경쟁도
강남역 등 식당선 8인 예약받고
모임제한 없는 지방원정족 등장
‘맘대로 거리두기’ 시민의식 실종

준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53%
당국, 무증상·경증 환자 급증 대비
생활치료센터 8곳 등 개소 준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 사태 발생 이후 2번째로 많은 1212명을 기록한 7일 서울 강남구 삼성역 앞에 설치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이날 수도권 하루 확진자는 99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코로나19 4차 유행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허정호 선임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이라는 중대 위기가 시작됐다. 이틀 연속 1000명대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졌다. 7일 수도권에서는 역대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정부는 현재의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일주일 더 유지하고, 2∼3일 뒤 상황이 더 악화하면 거리두기 최고 단계 시행을 검토하기로 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212명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3차 유행의 정점이던 지난해 12월25일 124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국내 발생 1168명 중 수도권에서만 990명(84.8%)이 나왔다. 서울 577명, 인천 56명, 경기 357명이다. 서울, 인천, 경기 각각은 물론 세 지역을 합친 수도권의 하루 확진자 수치 모두 국내 최다 기록이다. 8일도 1000명대가 확실시된다. 이날 오후 9시 현재 각 지자체 취합 결과 1113명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현재를 ‘4차 유행의 초입’ 단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대규모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확진자가 500명대 안팎으로 유지되면서 정부는 자만했고, 방역 조치가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이 발표되면서 국민들의 방역 긴장감은 풀렸다. 젊은층의 활동이 늘어난 틈을 타 델타 변이까지 확산하면서 4차 유행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새 거리두기 3단계를 시행하지 않고 현행 수도권의 거리두기 단계를 일주일 더 연장하기로 했다.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다중이용시설 오후 10시 영업제한, 유흥시설 집합금지 조치가 유지된다. 가구당 1인 이상 검사받기, 회식·모임 자제, 숙박업소 정원 초과 이용 금지, 오후 10시 이후 대중교통 감축 운행 등 추가 대책도 마련했다. 정부합동특별점검단은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집중 점검한다.
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수도권 방역 강화 회의에서 “20·30대가 많이 이용하는 시설에 대한 선제 검사를 하며, 검사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익명 검사를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역학조사 확대 및 군·경·공무원 인력 신속 투입 △수도권 광역·기초 지자체 추가 방역조치 강구 △생활치료센터 확충·병상 상황 재점검 △방역지침 위반 시 무관용 원칙 적용 등을 지시했다.

정부는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 새 거리두기 최고 단계인 4단계를 적용할 방침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만일 2∼3일 더 지켜보다가 이 상황이 잡히지 않으면 새로운 거리두기의 가장 강력한 단계까지 조치를 취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15 서울도심집회가 3차 유행 기폭제가 된 것처럼 지난 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집회가 4차 유행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아직 집회 참석자 중 확진자는 없다. 방역 당국과 각 지자체는 확진자 발생 여부와 코로나19 유행에 끼친 영향을 관찰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소환 조사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의 공공안전관들이 지난 6일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에서 야간 음주금지 행정명령을 시민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이종민 기자
◆밤 10시 넘어서도 빼곡한 술판… 단속반원에 술 취해 저항하기도

“앞으로 공원에서 술 드시면 안 됩니다. 부탁드립니다.”

지난 6일 오후 10시쯤 서울 뚝섬한강공원.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의 공공안전관이 공원에서 술을 마시던 4명의 남성에게 호소하듯 말했다. 남성들은 대수롭지 않은 듯 “술을 거의 다 마셨다”며 “남은 술은 지금 입에 다 털어 넣겠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삼삼오오 술을 마시던 이들이 재빨리 술병을 테이블 밑으로 치우기도 했다. 서울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이날부터 25개 주요공원에서 야외 음주를 금지했다. 7일부터는 한강공원 전역과 청계천 변도 포함이다.
서울 한강공원에서 야간 음주금지 행정명령이 시행되기 전날인 지난 6일 오후 11시쯤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에 시민들이 먹고 버린 맥주 캔을 한강사업본부 관계자가 정리하고 있다. 이종민 기자
하지만 야간 야외 음주 금지를 몇 시간 앞둔 한강공원에는 ‘코로나19를 잊은 듯한’ 젊은 층의 술자리가 밤늦은 시간까지 이어졌다. 오후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임에도 주차장에는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시간이 흐르면서 공원을 빠져나가는 차량 못지않게 새로 들어오는 차량 행렬도 이어졌다. 공원에 있는 테이블은 빈자리가 나자마자 다른 무리가 차지할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계단에도 많은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다. 술과 음료를 마시거나 음식을 먹느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이들이 많아 단속반원들은 일대를 돌아다니며 “마스크를 착용해달라”는 말을 반복했다.

비슷한 시각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도 야외에서 술자리를 즐기려는 시민이 많았다. 잔디밭에 앉아 음식과 술을 즐기던 사람들은 경광봉을 든 채 계도에 나선 단속반원들을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직원들이 음주 자제를 요청하자 곧바로 자리를 치우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직원이 오면 정리하는 척하다 다시 술을 먹는 사람도 있었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도 편의점에는 술을 사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서울시가 이날 오후 10시 이후 한강공원 전역에서 야외 음주 상황을 점검한 결과 계도 건수는 251건에 달했다. 하루 전(5일)에는 221건이었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날이 더워지면서 야간에 한강으로 나오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술도 많이 먹은 상태라 계도하러 온 직원에게 짜증을 내고 저항하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는 7일부터는 1차 계도 후 불응 시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공공안전관들이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밤 10시 이후 술을 마시는 시민들을 계도하고 있다. 구현모 기자
코로나19 상황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지만 곳곳에서 방역에 대한 긴장이 풀린 모습은 쉽게 눈에 띈다. 방역당국이 수도권의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등 거리두기 조치를 연장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장면이 적지 않다. 실내 음식점에서도 5인 이상의 예약을 받는 ‘꼼수 영업’이 비일비재하다. 이날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강남역 등에 있는 식당 10곳에 문의한 결과 8곳에서 ’테이블을 나눠 앉으면 8명까지 예약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종로의 한 한식당 관계자는 “10명까지도 함께 식사할 수 있다”고 했다.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이 완화한 비수도권으로 ‘원정모임’을 떠나는 경우도 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A(30)씨는 다음 주말에 인원과 영업시간 제한이 없는 충청권의 한 소도시에서 5명의 친구와 1박2일 모임을 갖기로 했다. A씨는 “갑자기 확진자가 1000명이 넘어 불안한 마음이 든다”면서도 “미리 잡아둔 펜션이 환불되지도 않고 서울의 거리두기는 풀리지 않을 것 같아 모임을 가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B씨는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긴장감이 풀린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이러다 확진자가 폭증할까 봐 무섭다.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운영 재개된 생활치료센터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212명 발생한 7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국립국제교육원에 마련된 생활치료센터로 한 관계자가 들어가고 있다. 이 생활치료센터는 확진자가 급증하자 이날부터 운영을 재개했다. 성남=남정탁 기자
◆전국 병상 가동률 60%… 아직은 여유

코로나19 4차 대유행 단계에 접어들어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데 치료병상은 충분한 걸까.

보건당국은 현재 병상 가동률이 전국 60% 수준으로 아직까지는 치료병상 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7일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을 통해 환자 치료 병상을 지속적으로 확보한 결과 환자 치료병상은 아직 여유가 있다고 밝혔다. 중대본에 따르면 경증·무증상 감염자를 관리하는 생활치료센터는 총 37개소 6737병상을 확보했다. 가동률은 지난 6일까지 60.3%여서 추가로 2675병상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감염병 사태의 중심인 수도권의 경우 생활치료센터 내 5513병상을 마련했고, 현재 정원의 67%인 3693명을 수용하고 있다. 잔여 병상은 1821병상이다. 당국은 최근 발생 환자의 80%가 경증에 해당하는 만큼 생활치료센터를 더 마련하기로 했다.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환자 증가에 대응해 정부는 중수본(중앙사고수습본부)이 3개소, 서울시가 5개소의 생활치료센터 개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1200명대를 넘어선 7일 오후 서울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한 의료진이 냉풍기로 열을 식히고 있다. 뉴시스
감염병전담병원과 준중환자병상의 상황도 아직은 양호한 수준이다. 감염병전담병원은 전국 기준 총 7405병상을 확보하고 있다. 가동률은 전국 37.5%로 4625병상이 남는다. 수도권만 보면 1655병상의 여력이 있다. 준중환자병상은 총 396병상이 있고, 가동률은 전국 53.0%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무증상·경증 확진자가 급증하는 만큼 병상 추가 확보에 신경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긴급브리핑에서 “177병상 개원을 시작으로 9일까지 250병상, 12일까지 277병상 등 가동이 확정된 704개 병상을 포함해 다음주까지 2000병상 이상을 추가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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