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이후 묘연했던 이쾌대 작품
이중섭 日 유학시절 은지화 3점
흙을 재료로 쓴 천경자 '만선'도
전문가들도 "실물로 본건 처음"
근현대미술사 귀중한 사료확보
최은주 대구미술관장은 30일 "서울에 있을 때 작품과 화풍이 많이 달라져 생애 후반기 작품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당시 북한에서 사용된 유화물감 성분도 분석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월북 작가가 그린 그림이 어떻게 이건희 삼성 회장 손에 들어갔을까. 미술계는 북한에 있던 이쾌대 작품이 중국 판매상에게 넘어간 뒤 한국으로 들어와 이 회장에게 팔린 것으로 추정한다.
김환기(1913~1974) 작품 중 가장 규모가 큰 1950년대 회화 '여인들과 항아리'(281×568㎝)는 1980년대 중앙일보 사옥에 걸렸다가 호암미술관 수장고에 들어간 후 밖에 나오지 않았던 작품이다. 가로 6m에 육박하는 벽화 같은 작품이어서 전시가 쉽지 않았으며 둘둘 말린 상태로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됐다. 화면 중앙에 김환기 자신을 투영한 목이 긴 사슴이 당당하게 서 있다. 파리 유학 직전 자신감에 차 있을 때 심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중앙일보 계열 잡지 '계간미술'에 근무했을 때 봤던 작품을 이번에 다시 보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증작인 이인성(1912~1950)의 1949년 회화 '다알리아'는 1950년 사망 직전 작품으로 가치가 높다. 장욱진(1917~1990) 그림 '나룻배'(1951) 뒷면에는 소녀가 그려져 있어 주목받고 있다. 6·25전쟁 중에 그림 재료가 부족해 양면으로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임종영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은지화 시작 시점이 달라지는 귀한 그림"이라며 "자료를 찾아보니 시인 고은이 쓴 '이중섭 평전'에 일본 유학 시절부터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은지화를 그렸다고 언급돼 있었다. 이중섭의 일본인 부인이 '도쿄에 살 때 남편이 나중에 살림이 피면 큰 작품으로 해보려고 은지화에 밑그림을 그렸다'고 증언한 자료도 찾았다"고 설명했다.
전남도립미술관이 기증받은 천경자(1924~2015)의 '꽃과 나비' '만선'은 1970년대 동양화의 가능성을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했던 작품이다. 흙에 물감을 섞어 종이 위에 바른 '만선'은 재료 질감이 잘 드러나는 작품으로, 시중에 흔치 않은 천경자 그림이다.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은 "그동안 사진으로만 봤던 작품을 이번에 처음 보게 됐다"고 말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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