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실망, 우려 전달…반복적 메시지 발신 자제” 요청
“한-미 관계와 동맹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한 미국 행정부의 공개적인 불만 표출 및 발언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은 지난 22일 한국이 한-일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뒤 반복적으로 “깊은 실망”, “우려” 등 메시지를 내고 급기야 27일(현지시각)에는 한국 군의 독도방어훈련에까지 불쾌함을 드러냈는데, 이에 대해 한국 외교 당국이 문제를 제기하며 제동을 건 셈이다.
외교부는 28일 조 차관이 이날 오전 해리스 대사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부른 사실을 공개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조 차관은 해리스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한-일 관계 맥락에서 이뤄진 결정”임을 강조하며 “한-미 관계나 한-미 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주려는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차관은 미국이 실망과 우려의 메시지를 공개적, 반복적으로 내는 것이 “한-미 관계와 동맹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실망하고 우려한다는) 미국의 입장은 한국에 전달됐으니 공개적 메시지 발신을 자제해달라”고 했다. 이어 “(발언을) 자제해주는 게 한국 정부의 의지를 북돋워 주고, 도움이 되지 그렇지 않으면 반대되는 영향이 우려된다”는 점 또한 지적했다.
조 차관이 해리스 대사를 불러 입장을 밝힌 것은 ‘미국이 한국의 진의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한국 정부의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고 한다. 미국 정부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 표출을 반복하는 상황에 제동을 걸기 위한 조처로도 풀이된다.
조 차관은 이날 해리스 대사한테 미국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가 한국 군의 독도방어훈련과 관련해 27일 밝힌 입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조 차관은 “영토 수호를 위한 연례적, 방어적 훈련에 대해 미국이 이례적인 입장을 표명한 데 대해 분명히 이야기”하면서 “한-미 관계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이해해달라”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27일에는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한일 간 최근 불화를 고려할 때 ‘리앙쿠르 암’(Liancourt Rocks)에서의 군사 훈련의 시기와 메시지, 늘어난 규모는 계속 진행 중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생산적이지 않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조 차관의 지적에 해리스 대사가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정부는 한국에 지속적으로 지소미아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동영상 뉴스 ‘영상+’]
[▶한겨레 정기구독] [▶[생방송] 한겨레 라이브]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