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재개, 피해야 할 종목은…대차잔고 높고 실적 부진하면 ‘위험 1순위’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5월 3일 공매도(空賣渡) 재개와 함께 증권가가 들썩인다. 역대 최장 기간인 1년 2개월여 만에 공매도가 다시 시작되는 만큼 증시에 미칠 영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시 변동성이 줄어드는 효과 등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는 반면 개인들은 코스피지수가 3200선을 넘나들며 사상 최고치 경신을 이어가는 와중에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산더미다.

변화도 생겼다.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개인투자자 공매도 허용이라는 성과를 얻어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그 어느 때보다 큰 목소리를 내게 된 ‘동학개미’의 강력한 요구가 뒷받침된 결과다. 공매도 재개가 가져올 증시 영향과 투자 포인트를 짚어본다.

5월 3일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4월 15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공매도 재개 준비현황 및 증시 동향 점검 간담회’에 참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 모습.


▶역대 최장 1년 2개월 만에 재개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 한정

공매도는 영어로 쇼트 셀링(Short selling), 줄여서 쇼트(Short)라고 부른다.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 주식을 미리 빌려서 팔고 나중에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이다. 말 그대로 ‘없는 것을 판다(공매)’는 의미다. 쉽게 말해 주식을 음수만큼 보유한다고 보면 된다.

일반적인 주식 거래는 싸게 산 다음 비싸게 팔아 수익을 내는 반면 공매도는 순서를 바꿔 우선 비싸게 팔고 나중에 싸게 사서 갚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즉, 매도 후 매수다. 예를 들어 현재 가격이 10만원인 주식 A가 있다고 하자. 이 주식을 가진 사람에게 10%의 이자를 주고 주식을 빌린 뒤 매도한다. 이후 A주식이 5만원으로 떨어지면 그 주식을 사서 갚는다. 차액인 5만원에서 이자 1만원을 뺀 4만원이 수익이 된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일단 팔고 보는 것이기 때문에 주가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렇게 주가를 끌어내리려는 사람에게 내 주식을 빌려주는 주주가 있을까 싶겠지만, 주식을 빌려주면 일정 요율의 대여 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진다. 이를 주식 대여 거래라고 한다.

이번에 재개되는 공매도는 기존과 몇 가지 달라진 점이 눈에 띈다. 우선 전 종목이 아닌 코스피200지수와 코스닥150지수 구성 종목에 한해 공매도가 허용된다. 나머지 종목은 별도 기한 없이 금지 조치가 연장된다. 공매도 금지 기간이 유례없이 길었던 만큼 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코스피200, 코스닥150 종목은 국내외 투자자에게 익숙하고, 파생상품 시장과 주식 시장 간 연계 거래 등 활용도가 높다. 시가총액이 크고 유동성이 풍부해 공매도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증시 전체 충격은 미미할 전망

▷개별 종목은 옥석 가리기 진행될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매도 금지 기간에 증시가 빠르게 회복한 만큼 주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는 공매도가 다시 시행되면 증시가 타격을 받지 않겠느냐는 우려는 여전하다.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는 공매도가 재개되면 지수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물량을 쏟아내 충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개인에게 일부 공매도가 허용된다 해도 막대한 자금력과 정보력을 가진 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승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개인이 공매도로 수익을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한투연 관계자는 “외국인과 기관의 개인 신용 투자 대비 공매도 수익률은 39배, 승률은 97.5%에 달한다. 이 상태로 공매도가 재개되면 또다시 박스피 악몽에 시달리며 지수 지속 상승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이런 우려가 과도하다는 의견도 적잖다. 증시 전문가들은 실적 장세로 접어드는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공매도가 재개되더라도 증시 전체를 뒤흔들 만한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현재 시장의 유동성 수준과 기업 실적 개선 국면을 고려할 때 주식 시장에 시스템적 충격을 줄 수 있는 변수는 아니라는 얘기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공매도 재개 영향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현재 금융 시장 여건 측면에서 외국인이든 기관이든 적극적으로 공매도할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주식 시장의 높아진 PER(주가수익비율)은 양적완화와 저금리로 정당화되고, 공매도 주요 대상이 될 수 있는 헬스케어·인터넷 업종의 고PER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와 내년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어 공매도 득이 실보다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다만 개별 종목별로는 최근 실적과 주가 흐름에 따라 공매도에 취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종목별로 가격 변동성을 높일 수 있는 수급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실적 대비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 높아 부담스럽고 연초 이후 외국인 매도가 지속된 종목은 상대적으로 공매도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차잔고 비율 눈여겨봐야

▷공매도 잔고 비율 높았던 종목도 주의

공매도 재개 이후 종목별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는 점에는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공매도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은 대차잔고 비율이다.

국내 증시에서는 대차잔고와 공매도의 연관성이 높다. 무차입 공매도가 허용되지 않아 공매도를 위해서는 대차거래가 필수기 때문이다. 물론 대차잔고가 CB(전환사채)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에 대한 헤지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어 대차잔고가 늘어났다고 그 물량이 반드시 공매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에도 공매도 잔고와 대차잔고는 유사한 흐름을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3월 말 이후 대차잔고가 급증한 종목은 대체로 공매도를 위한 주식 확보 움직임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4월 27일 기준 코스피200, 코스닥150 내에서 지난 3월 말과 비교해 시가총액 대비 대차잔고 비율이 가장 많이 상승한 기업은 씨젠이다. 3.2%에서 4월 27일 12.4%로 무려 9.2%포인트가 올랐다. 같은 기간 CJ CGV도 2.3%에서 10.1%로 7.8%포인트 상승을 기록했다. 그 뒤를 이어 다원시스(5%포인트), 파트론(2.3%포인트), 헬릭스미스(1.8%포인트), HDC(1.8%포인트), 에이스테크(1.8%포인트), 메디톡스(1.8%포인트) 순으로 시총 대비 대차잔고 비율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시총 대비 대차잔고 비율 자체가 높은 종목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케이엠더블유는 시가총액에서 대차잔고가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14.54%로 나타났다. 이어 두산인프라코어(9.68%), 호텔신라(8.99%), 셀트리온(7.21%), GS리테일(6.79%), NHN한국사이버결제(6.75%), JYP Ent.(6.65%), LG디스플레이(6.54%) 등이 리스트 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공매도 금지 기간 전 공매도 잔고 비율이 높았던 종목 가운데 실적 부진이 지속되는 기업도 요주의 대상이다. 공매도 금지 이전인 지난해 3월 15일 기준 공매도 잔고 비율이 5% 이상인 기업은 헬릭스미스(13.6%), 에이치엘비(12.2%), 케이엠더블유(10.7%), 펄어비스(7.8%), 에이치엘비생명과학(6%), 네이처셀(5.8%), 메지온(5.7%), 비에이치(5.6%), 국일제지(5.4%), HDC현대산업개발(5.4%), 호텔신라(5.3%), 톱텍(5.2%) 등 총 12곳이다.

공매도 금지 이후 이들 기업 공매도 잔고 비율은 대부분 1% 안팎으로 내려와 있는 상태지만, 실적이 부진하거나 전망이 불투명하다면 다시 공매도가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시에서 전통적으로 공매도량이 많았던 종목이나 업황 회복이 불투명한 종목은 공매도 재개로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과거 공매도 잔고와 대차잔고가 함께 증가한 기업들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눈여겨보라는 조언도 있다. 공매도 역시 매도인만큼 애초에 기업 실적이 부진하거나 예상보다 실적이 못 미친 종목에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역설적으로 코스피200, 코스닥150 내 실적 개선주가 공매도 리스크에서 안전지대라는 분석이다. 과거 공매도 금지 이후 재개가 이뤄졌던 2009년 5월과 2011년 11월 증시의 공통점은 성장주가 가치주 대비 수익률이 낮았다는 것이다. 또 공매도 재개 이후 1개월은 대형주와 중소형주 모두 약세를 보였지만 이후에는 대형주를 중심으로 긍정적 흐름이 나타났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모의 거래 이수하고 공매도 투자해볼까

업틱룰 제한·60일 상환 조건 등 주의해야

이번 공매도 재개를 계기로 동학개미의 공매도 투자 참여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그동안 유명무실하게 운영돼왔던 ‘개인대주제도’의 문턱을 크게 낮추고 활성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말 기준 대주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는 6개, 대주 규모는 393종목 205억원에 불과했다. 금융위는 이를 28개 증권사 모두 서비스하도록 확대하는 한편 대주 물량을 2조~3조원 규모로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그 전까지의 개인대주제도는 있으나 마나 한 제도였다면, 이제는 한번 해볼 만한 환경이 됐다는 평가다.

다만 주식 거래처럼 아무나 바로 공매도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이 공매도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금융투자협회의 사전 교육을 받고 한국거래소 모의 거래를 이수해야 한다. 하루 평균 1500~2000명이 공매도 사전 교육에 참여할 만큼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관심이 뜨겁다.

사전 교육은 공매도 의의와 기능, 거래 구조, 규제, 대주 거래 등 네 가지 항목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모의 거래는 한국거래소의 모의거래 HTS를 이용한다. 모의 투자자에게는 3000만원이 주어진다. 실제 개인 공매도 투자도 처음에는 3000만원으로 시작해 7000만원, 무제한으로 투자 경험에 따라 한도가 점차 높아지는 방식이다.

공매도 투자에서 반드시 알아둬야 할 것은 업틱룰(공매도할 때 매도 호가를 직전 체결가 이상으로 제한한 규정)이다. 주식 거래와 달리 공매도는 업틱룰에 위반되면 매매가 되지 않는다. 현 주가가 1만원인데 9000원에 대량의 매도 주문을 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내릴 수 없다는 의미다. 공매도 거래는 시장가 주문이 없고 지정가 주문만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호가보다 높은 가격에 대주 매도를 넣어 주가가 하락하기를 기다린 뒤 대주 매수를 진행해야 한다.

모의 거래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고 무턱대고 섣불리 실제 공매도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 모의 거래 시스템에는 기관, 외국인 투자자 대비 개인투자자의 낮은 자금력, 대주 상환 기간의 차이 등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모의 투자는 개인 공매도가 없는 현재 시장의 시세를 반영한 것으로, 공매도 재개 이후에는 악재가 있는 종목의 주가 낙폭이 훨씬 가파르게 나타날 것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쳤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불리한 투자 여건도 만만찮은 장애물이다. 기관과 외국인은 의무 상환 기한이 없어 공매도 이후 주가가 오르더라도 다시 주가가 내릴 때까지 무한하게 기다릴 수 있지만, 개인은 의무 상환 기한인 60일 이내에 손실이 나면 무조건 갚아야 한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 네이버 메인에서 '매경이코노미'를 받아보세요
▶ 고품격 자영업자 심폐소생 프로젝트 '창업직썰' 유튜브
▶ 주간지 정기구독 신청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