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건축한다고 내쫓더니 가족에 임대… 서울시, 건물주 갑질 손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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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8.31. 오전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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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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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실거래가처럼 상가 임대료 공개제도 추진
정부가 앞서 여러차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계약기간 10년과 임대료 상승률 5% 제한을 시행했지만 건물 투기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올 초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소상공인을 더욱 사지에 내몰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상가 임대료 폭등 문제가 가장 심각한 서울시가 나서 관련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이태원 공실 상가. /사진=김노향 기자
#. 서울시내 한 대학가 앞의 헤어숍. 주인이자 세입자인 A씨는 건물주의 퇴거 요구에 반발해 소송으로 버티다가 결국 패소, 올 초 강제집행을 당하며 내쫓겼다. 건물주가 A씨에게 퇴거를 강요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현행법상 노후건물 재건축 시 임대인이 세입자의 재계약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는 조항 때문이다. 건물 안전을 이유로 재계약 거절의 예외사유를 허용한 것. 하지만 건물주는 같은 점포에 자신의 형제를 세입자로 들이며 장사를 지속했다. 건물주가 애초부터 재건축 계획이 없었던 것으로 판단한 A씨는 다시 재판부에 항소,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말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세입자의 계약기간 4년과 이 기간 동안 임대료 인상률 5% 제한이 시행됐다. 이번에는 한국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고리로 지목되는 '자영업자', 즉 상가 세입자에 대한 보호대책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가 앞서 여러차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계약기간 10년과 연간 임대료 상승률 5% 제한을 시행했지만 건물 투기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올 초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소상공인을 더욱 사지에 내몰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상가 임대료 폭등 문제가 가장 심각한 서울시가 나서 관련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 정부에 영구적인 임대료 상승 제한 건의


상가 임대차보호의 가장 큰 문제는 10년의 계약기간이 종료된 후다. 부동산가격 상승분을 임대료에 반영해 건물주가 부르는 게 값이 된다. 폭등한 월세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새 세입자를 찾아 권리금을 받는 것이 유일한 방법인데 코로나19 사태 후엔 자영업이 침체되며 사실상 내쫓기는 것 외에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18일 국회와 정부에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 건의를 위한 현장 간담회를 실시했다. 주요 내용은 상가 임대료 인상률을 현행보다 더 안정화하고 건물주가 퇴거를 요구할 경우 상가 세입자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해 배상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해에도 이같은 내용의 건의문을 국회와 정부에 전달한 바 있다. 올해는 현장의 이야기를 더 듣고 내용을 보강해 관련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시민단체 '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 모임'(맘상모)은 서울시 간담회에 참석해 계약기간과 무관한 연간 인상률 5% 제한을 제시했다.

박지호 맘상모 사무국장은 "최근 5년간 물가상승률과 예금금리 1%대, 경제성장률 2%대, 대출금리 3%대를 감안하면 월세 인상률 5%는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도심 소형상가의 3.3㎡당 임대료는 24만7566만원이다. 가게 면적이 33㎡라고 해도 월세가 247만원을 넘는다.
서울시가 지난해 국회와 정부에 건의한 상가 임대차 보호대책 내용. /사진제공=소상공인업계

서울시 건의문을 보면 업계가 요청한 내용보다 더 강력한 수준의 규제방안이 논의된다. 주요 내용을 보면 ▲상가 임대료 인상분을 영구적으로 물가상승률 2배 이하에서 시·도 조례로 위임 ▲건물 철거나 재건축으로 건물주가 퇴거 요청 시 세입자에게 손해배상 ▲건물주가 세입자의 권리금계약을 거절 시 비영리목적 사용 허용기간 현행 1년6개월→3년 확대 ▲상가 임대차계약 신고 의무화(주택 실거래가 공개 수준) 등이다.

권리금의 경우 현행법은 기존 세입자가 새 세입자와 권리금 계약을 체결해 상가를 넘기려고 할 때 건물주가 이를 방해할 수 없도록 보장하는데 이때 건물주가 세입자 사이의 계약을 거절할 수 있는 조건이 퇴거 후 1년6개월 동안 영리목적의 상가 이용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장사가 잘 되던 카페의 건물주가 세입자인 카페 주인을 내쫓고 같은 자리에 직접 카페를 운영할 수 없도록 법으로 금지한다. 서울시는 이 기간을 두배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상가 임대차계약 신고제는 현행 주택 매매거래와 같이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이용하자는 게 서울시의 복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부동산가격이 급등하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 즉 건물주가 계속 유입되고 이는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세입자를 내쫓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며 "주택 임대차시장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격이 폭등하는 상가 임대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영구적인 인상률 제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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