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교단’ 풍자 영상 만든 교사들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 17명이 교육 현장을 풍자하기 위해 만든 영상. 교감은 수업보다 국정감사 자료 제공이 우선이라며 재촉하지만(왼쪽), 교사는 ‘수업보다 뭣이 중헌디’라며 반문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교실에 있는 컴퓨터를 이용해 수업을 하다 ‘학교 메신저’로 메시지를 받는다. 메신저를 클릭하자 ‘노후 컴퓨터 현황을 조사해 오후 1시까지 알려 달라’는 교감의 공지가 떴다. ‘국회의원 요구 자료이니 긴급하게 처리해 달라’는 문장도 덧붙었다.

빔 프로젝트를 이용해 학생들과 컴퓨터 화면을 같이 보고 있는데 메시지 때문에 수업 흐름이 끊겼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한 뒤 메시지 창을 닫았다.

답이 없자 같은 내용의 메시지가 다시 컴퓨터 화면에 반복해서 나타났다. 급기야 교실에 있는 전화기 벨이 울린다. 교감의 독촉 전화다. 교감은 “메시지 보셨어요? 그럼 답장을 보내주셔야지. 지금 급해요. 긴급이에요”라고 재촉했다.

교사가 “수업 중”이라고 설명하자 교감은 “애들 어떻게 하든, 지금”이라고 되받는다. 수업보다 자료 조사가 먼저라는 압박이다. 순간 교사가 수화기에 대고 소리를 지른다. “수업 중인데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초등학교 교사 17명으로 구성된 ‘교사영상제작단 뻘짓’이 지난달 21일 페이스북 페이지와 홈페이지에 공개한 동영상 ‘뭣이 중헌디-수업시간에 걸려온 전화’의 장면이다. 국회의원의 국정감사 자료 요구로 빚어지는 학교의 모습을 풍자한 것이다. ‘뭣이 중헌디’는 올해 개봉한 영화 ‘곡성’에 나온 대사로 ‘무엇이 중요하느냐’는 뜻이다.

2분10초 분량의 영상에 대한 교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오는 26일 국감을 앞두고 있어 더 그렇다. “너무 통쾌하다” “뭣이 중헌지 정말” 등 수십개 댓글이 달렸다. 영상은 1만7000회가량 재생됐고, 130여 차례 공유됐다.

이들은 왜 이런 영상을 제작했을까. 지난 6월 박대현(34) 교사의 제안으로 영상 제작에 관심이 있는 전국의 초등학교 교사들이 모였다. 동료 교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찾다가 국회의원의 국감자료 요구를 첫 번째 주제로 잡았다. 교사들은 무분별한 국감자료 요구를 수업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행정업무로 꼽는다. 연출을 맡은 김석목(29) 교사는 “국회의원이 요구하는 국감자료는 제출 기한이 짧아 수업을 중단하고 조사에 전념해야 할 때가 많다”며 “제출 기한을 조절해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수업권이 침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수업시간에 걸려온 전화’를 비롯해 불합리한 행정업무, 학교별 참가인원을 배정하는 ‘무늬만’ 자율연수, 성과급 평가를 둘러싼 갈등 등 모두 6편의 동영상을 만들어 공개했다. 내년에는 교사들의 이야기로 장편영화도 제작할 계획이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국민일보 홈페이지] [페이스북] [트위터]

[국민일보 꿀잼영상 바로가기]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뉴스 미란다 원칙] 취재원과 독자에게는 국민일보에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고충처리인(gochung@kmib.co.kr)/전화:02-781-9711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