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변호사 과반이 백수되는 현실은 비정상…시장확장 나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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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05.04. 오전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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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국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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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더엘(the L)은 한국 법률서비스시장을 대표하는 주요로펌의 대표변호사와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법률서비스 시장의 전망과 주요로펌의 전략에 대해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the L초대석][로펌 대표 인터뷰]③최승순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

최승순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 /사진=이기범 기자

지난달 법무부가 제6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1600명으로 결정해 발표했다.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1451명)보다 10.3% 늘어난 규모다. 변호사시험을 통해 신규로 법률서비스시장에 진입하는 이들의 수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대한변협 등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정원 대비 75%'라던 당초 합격기준이 5년째 지켜지지 않은 것을 규탄하지만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다. 돈 잘 버는 직종의 대표 격인 변호사들에 대한 질시도 한 요인이지만 '전문직인 변호사가 취업난에 시달린다'는 말 자체에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탓도 있다.

◇"공익 변호사 일자리도 부족한 지금은 비정상"=하지만 일반 대기업의 신입사원 공개채용 규모가 거시경제 환경이나 개별 회사가 놓인 상황에 따라 늘거나 줄어드는 것과는 달리 변호사 자격은 의사 등 다른 전문 직종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정책적으로 인력 수급을 결정한다. 시장 상황에 맞게 인력 수급의 완급을 조정해야 할 정부가 그 책임을 도외시한다면 충분히 비판받을 만하다.

"매년 1500~1600명의 변호사가 배출되고 그 중 다수가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변호사라는 이유로 무조건 고수익 일자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수입이 적은 공익 변호사 일자리도 없어 일할 기회를 찾지 못한 젊은 변호사가 다수입니다."

법무법인 화우의 최승순 대표변호사(57)는 머니투데이 더엘(the L)과 인터뷰에서 "로스쿨 졸업과 변호사시험을 통과한 후에도 다수가 직장이 없어 헤매는 현재 상황은 개인적으로든, 국가적으로든 불행한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 대표는 "법률시장 개방 이후 대형화·전문화만이 살 길이라는 생각에 화우 등 국내 주요 로펌들은 매년 20~50명씩 신입 변호사를 채용하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외형 확장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확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의 노력만으로 매년 1500~1600명씩 늘어나는 인원을 흡수하는 건 한계라는 지적이다.

그는 "신규 변호사 자격증 보유자 중 일부는 법원이나 검찰, 대형·중소형 로펌에 다행스럽게도 자리를 잡겠지만 50% 이상이 취업을 못한다"며 "수익이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라 신규 변호사들이 어엿하게 사회 일원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자리는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변호사업계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사법시험·로스쿨 출신간 갈등을 비롯해 대형 로펌과 중소형 로펌간, 시니어와 주니어간, 남녀 성별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일자리 창출은 중요한 문제"라며 "변호사 직역 내 갈등뿐 아니라 여타 지역과의 갈등도 어엿한 일자리가 충분히 있어야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승순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 /사진=이기범 기자

◇"대형 로펌이 선도적으로 시장 확장 나서야"=최 대표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지만 대형 로펌이 책임감을 갖고 선도적으로 외연을 넓히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형 로펌이나 개업 변호사 등은 투자여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신규시장 개척이나 시장외연 확장에 나서기 힘들다"며 "대형 로펌이 투자하고 새 영역을 개척하면 후발 주자인 중소형 로펌과 개업 변호사에게도 간접적인 기회가 늘어나 시장을 키우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화우가 신규 시장 개척 차원에서 주력하는 대표적인 영역이 헬스케어와 AI(인공지능) 등이다. 최 대표는 "헬스케어에는 제약사 외에도 의료기기, 식음료 등 다양한 산업부문이 포진하고 있어 개척할 영역이 많다"며 "AI를 비롯한 IP(지식재산권)나 특허부문은 전 세계적으로 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지는 유망 분야로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로스쿨을 통한 법조인 배출이 주류가 되면서 학부과정에서 기계공학, 약학, 생명과학 등 법학 이외의 다양한 전공을 이수한 법률 전문가들이 대거 배출되고 있다"며 "이들 인력을 중심으로 한 신시장 개척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로펌동맹 2곳 참여, 인·아웃바운드 서비스 수요 충족"=시장외연 확장을 위해서는 단지 업무 분야뿐 아니라 물리적 활동무대까지도 넓혀야 한다는 게 최 대표의 주장이다. 해운·항공업계가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얼라이언스(동맹)를 구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화우 역시 해외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2곳 마련했다.

이들 네트워크는 소속 로펌이 자국 국경을 넘어 활동할 때 네트워크 안의 다른 로펌들이 가세해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고받는 것은 물론 각 로펌에 속한 인력끼리 교류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의 송무·자문역량을 키우도록 하기 위해 결성됐다.

글로벌 로펌 평가기관 체임버스가 선정한 최우수 등급(Band 1 - the Elite) 로펌 동맹그룹으로 꼽힌 10곳 중 테라렉스(TerraLex), 인터렉스그룹(Interlex Group) 등 2곳에 화우가 속해 있다. 이 중 테라렉스에는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로펌을 중심으로 한 전 세계 139개 로펌(지난해말 기준, 이하 동일)이, 인터렉스그룹에는 아시아, 유럽, 북미·남미 등에서 경쟁력을 가진 47개 로펌이 각각 속해 있다.

최 대표는 "15~20년 전만 해도 우리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소송을 진행하려고 하면 러시아 로펌을 직접 선임하는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국내 대형로펌을 통해 주요 네트워크에 속한 외국 로펌에 같이 일을 맡기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인바운드(해외에서 내국으로의 서비스) 아웃바운드(내국에서 해외로의 서비스) 수요를 모두 감당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해외진출은 국내 법률시장 포화를 타개하기 위한 필수적 과제이기도 하다. 화우는 전통적으로 국내 변호사들이 해외연수를 위해 쏠렸던 미국 이외 지역에 전략적으로 인재를 파견, 네트워크를 공고히 다진다는 방침이다. 최 대표는 "올해 화우에서 유학을 보내는 14명 중 단 4명만 미국으로 가고 나머지 10명은 동남아, 중국, 일본, 유럽, 중동, 호주 등지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세·공정거래 등 강점 분야 보강, 국제 중재 등 업무영역도 확장 중"=화우는 기존에 강점을 갖고 있던 국내 기업법무 부문에서도 깊이를 추구함으로써 시장확대 효과를 꾀하고 있다. 화우가 전통적으로 강했던 공정거래 부문은 지난해 한철수 전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을 영입하는 등 지속적으로 인력을 보강,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화우가 경쟁력을 갖춘 또 다른 분야 중 하나인 조세부문 역시 올해초 설립된 '세무법인 화우', 2013년 설립된 '관세법인 화우'와의 협업을 통해 다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조세부문도 지난해 김덕중 전 국세청장을 비롯한 세무관료 출신 전문 인력들을 수시로 영입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기업거래에서 발생하는 분쟁·세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국제중재·국제조세 부문도 화우가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분야다.

최 대표는 지난 3월 중순 3단계 법률시장 개방이 개시된 이후 외국 로펌에 의한 국내 법률시장 잠식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 법률시장 환경에서 업무확장에 드는 비용보다 그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얘기다.

그는 "현재 국내에 진출한 28개 외국 로펌 중 한국 로펌과의 조인트벤처 결성을 통해 사무실을 확장할 여력이 될 곳이 5곳 이하에 불과할 것으로 본다"며 "그간 국내 로펌에 비해 경쟁력을 보유한 아웃바운드 송무·자문이나 해외 자금조달, 국제중재·소송대리 이외의 부문에 진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최승순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 /사진=이기범 기자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 팀워크로 극복"=김앤장과 광장, 태평양, 세종, 율촌과 더불어 국내 '빅6 로펌'에 속한 화우는 상대적으로 경쟁사들에 비해 국내·외국변호사 수가 적다. 종합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로펌의 특성상 각 구성원들이 좁고 깊게 전문 분야를 파는 경우가 많다. 사건 수임에서 해결까지 이르는 과정도 개인적인 실력이나 네트워크에 크게 의존하곤 했다.

2003년 '화백'과 '우방' 등 2개 로펌의 통합으로 탄생한 화우인 만큼 조직 내에서의 융합과 팀워크는 더욱 절실한 과제였다. 2001년부터 우방에서 경영행정을 담당했던 최 대표는 화우 출범 직후 재무담당 파트너 등을 거쳐 2015년부터 임승순·정진수 대표와 함께 '3인 경영체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최 대표가 줄곧 강조한 말이 "내 이름을 버려라, 우리 이름은 화우다"였다.

그는 "개인능력과 인맥에만 의존했을 때보다 화우의 시스템으로 고객에게 접근해 솔루션을 제공했을 때의 매출이 훨씬 늘었다"며 "실력있는 이들이 와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들을 어떻게 협업구도로 엮어 고객에게 최선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지에 주력했다"며 "이제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화우가 다른 대형 로펌처럼 삭막하지 않고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분위기가 좋은 로펌으로 꼽힌다는 점이 가장 큰 자랑거리"라고 덧붙였다.

[Who is] 1960년생인 최승순 대표변호사는 1983년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을 합격한 후 사법연수원을 16기로 수료했다. 1993년 법무법인 충정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1998년부터 화우의 전신 로펌 중 한 곳인 우방에 합류해 M&A(인수·합병), 도산·기업회생, 기업지배구조, 은행·금융지주·자산운용 등 부문의 전문 변호사로 일했다. 한보철강 매각, 영안모자의 대우버스 인수, 한세실업의 YES24 인수, 캠브리지멤버스 매각, C&M의 골드만삭스 투자유치 등 다수의 굵직한 M&A, 국제금융거래, 구조조정 업무에 참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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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국상 기자 gs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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