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키워주고 주식도 못 받는다"…LG화학 직원들도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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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9.17. 오후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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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박소연 기자, 최민경 기자]
사진=뉴스1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LG화학의 전지(배터리)사업부 물적분할 소문이 전해진 지난 16일 오후부터 이사회 결의가 나온 17일 오전까지 직원 익명게시판 앱 '블라인드'에는 부정적 내부 여론이 계속 올라왔다. LG화학 입장에선 물적분할에 불만이 큰 소액주주들은 물론 내부 직원 여론까지 제대로 추스르지 못한 모습이다. LG화학 한 직원의 글처럼 "항상 회사의 중요한 소식과 정보를 내부 직원이 제일 나중에 안다"는 반응이 익명게시판의 전반적 분위기였다. 또 다른 LG화학 직원은 "(회사 소식을)직원들에게 먼저 공유한다고 하더니 정작 중요한 건 공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심지어 일부 직원은 "직원을 X로 아는 것 같다"는 서운함을 드러냈다.

LG화학의 본업이자 영업이익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석유화학 부문 직원들의 박탈감도 눈에 띈다. 한 직원은 "그동안 석유화학 사업이 벌어서 배터리를 먹여 살렸다"며 "이제 살만하다고 나간다는 거여서 화가 나는 거다"고 적었다. 그만큼 LG화학이라는 동일 사명의 회사라고 해도 다른 사업 부문과 배터리 사업 부문의 갈등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사실 LG화학은 그동안 본업 격인 석유화학 사업에서 돈을 벌어 배터리 사업을 지원하는 구조였다. 석유화학으로 연간 2조원 이상 이익을 내는 동안 배터리는 계속 설비투자를 단행하며 번 돈을 가져다 썼다. 그런 와중에 전기차 배터리는 계속 적자에 머물렀다. 이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올해 2분기 흑자로 돌아서자마자 분할 결정을 내리니 LG화학 내부적으로 직원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같은 LG화학 직원이라고 해도 지금까지 고생한 보람도 없이 물적분할로 탄생하는 LG에너지솔루션의 우리사주 1주도 받지 못한다는 불만은 직원들 사이에 설득력을 얻는다.

LG화학 직원들은 게시판에 "배터리 사업부가 기업공개(IPO)를 하면 우리사주 우선일 것", "IPO 하면 배터리 소속 직원은 분명 이익을 보게 된다", "배터리 임직원은 몇명이냐?", "배터리로 가고 싶어하는 타 사업부 사람 좀 데려가라" 같은 글들을 올렸다.

앞으로 물적분할 할 배터리 사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누가 되느냐도 직원들의 관심사였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배터리 사업의 CEO까지 겸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가 하면 배터리 사업부 내부 승진으로 일찌감치 CEO가 정해졌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익명 게시판의 직원들은 이틀 연속 혼돈 그 자체였지만 정작 LG화학 노조는 말을 아꼈다. 노조 관계자는 물적 분할과 관련 "따로 말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통상 이 같은 메가톤급 물적 분할은 노조원들의 집단 인사와 근무지 변경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가장 민감한 사안인데도 노조는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 사업의 미래를 다잡는 것은 필요했지만 고생한 직원들에 대한 배려는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라며 "최소한 회사가 어떤 목적으로 물적 분할을 하는지 직원들에게 충분한 설명은 해줘야 하는데 아쉬운 대목"이라고 밝혔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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