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브리핑 불편한진실] 같은 100만원인데 TV는 10년 쓰고 스마트폰은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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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6. 2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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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전국에서 스마트폰 영업점에서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란이 일어났습니다. 갤럭시S7 32GB 모델을 16만6000원에 팔았기 때문입니다. 이 기기는 법정 보조금을 최대로 받아도 53만원은 줘야하는데 40만원 가까운 할인을 일시적으로 했으니 난리가 날 만 하죠.
 
물건을 싸게 산 사람들은 기분이 좋았겠지만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몰랐던 사람, 알았지만 물량이 동나 바로 앞에서 발길을 돌렸던 사람들의 짜증 지수는 최대치로 올라갔습니다. 특히 이들 영업점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단속반들이 퇴근을 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불법 영업을 했고 이러한 행각이 자정까지 이어졌습니다. 갤7을 10만원대에 장만한 사람들은 어떻게 알고 해당 영업점에 갔을까요?
 
이들 영업점은 SNS나 온라인카페에서 1차 영업을 합니다. 즉 단속에 적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1차 필터링을 합니다. 그런 다음 2차로 실명, 전화번호, 주민번호 앞자리를 입력하게 해서 2차 필터링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오프라인 영업점을 방문하게 해서 단속반이 아닌 진짜 고객을 맞습니다. 영업점을 방문하기 전까지 가격을 전화나 문자로 물어보면 바로 자격이 박탈됩니다.
 
이들은 왜 이처럼 스릴 넘치는 영업을 하는 걸까요? SK텔레콤, KT, LU유플러스가 상반기 실적을 이제 곧 마감해야 하는데 한명이라도 더 번호이동을 해야 유리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업점에 당근을 줘야하는데 이게 바로 리베이트입니다. 대당 50만원이 넘습니다. 즉 영업점에서 갤7을 16만원에 팔아도 대당 10만원 내외의 이익이 남는거죠.
 
이통사들이 적자를 보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일시적으로는 그럴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가입자를 많이 모으는 게 훨씬 이익입니다. 이동통신은 대표적인 인프라 기반 비즈니스입니다. 기지국을 포함한 다양한 네트워크 설비는 고정비가 엄청납니다. 물론 유지비가 들어가지만 초기 투자비로 들어가는 돈이 막대하기 때문에 가입자를 많이 모아야 투자한 자금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리베이트를 주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고객을 빼앗기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잠깐 몰래하는 이런 불법 행사가 무슨 효과가 있겠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25일 하루에만 2만에 육박하는 번호이동자가 나왔는데 이는 하루 평균 수치인 1만4000건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단기적으로 돈을 풀어서 2년이상 고객을 묶을 수 있다면 그게 남는 장사죠. 결국 이런 불법 행사에서 폰을 산 사람을 제외한 절대 다수의 사람은 자동으로 호갱이 됩니다. 특히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아직은 시행 중인 단통법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이런 행사가 자주 그것도 몰래 열려 거의 모든 이통서비스 고객을 허탈하게 합니다.
 
다수의 호갱, 즉 우리 입장에서 뭔가 대책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소비자의 요구, 시민의 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현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수동적이고 간접적입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단말기 제조사와 이통사들이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리지 않을까요.
 
우선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을 많이 사주는 겁니다.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모델이 바로 팬택 ‘스카이 IM-100’입니다. 현재 예약판매 중인데 하루 평균 2000대가 찜될 정도로 반응이 좋습니다. 출고가 44만9000원인 이 제품은 KT 599 요금제로 장만하면 지원금 34만5000원을 보태 10만원에 거머쥘 수 있습니다. 2년 약정인 경우 매달 4000원의 단말기값을 치르면 됩니다.
 
더 중요한 소비자의 행동이 바로 ‘의연함’입니다. 갤7, G5, 곧 나올 아이폰7… 물론 비싸고 좋은 물건이겠죠. 그런데 우리는 왜 100만원 가까이 하는 이 물건들을 1년이나 1년 반마다 바꿀까요? 100만~150만원 하는 TV도 10년은 거뜬히 쓰지 않나요? 이들 전화기로 통신을 하면 요금이 싸지는 것도 아니고 통화음질이나 데이터통신 서비스의 질이 크게 나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남들이 사니까, 이왕이면 최신 플래그십 모델을 사자, 그래도 조금은 있어 보여서… 등의 이유 아닐까요.
 
스마트폰으로 우리가 하는 행동을 천천히 곱씹어 보죠. 기본적인 통화나 문자를 제외하면 드라마-영화-야구-예능 프로 보기, 카톡으로 수다떨기, 게임하기, 주가확인 외의 용도로는 거의 쓰지 않을 겁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루에 평균 3시간 가량을 스마트폰 이용에 투자합니다. 통화나 문자는 이 중 일부분에 지나지 않겠죠. 어떤가요. 좀 허무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직사각형의 물건에 손가락을 대면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닙니다. 스마트폰 탓에 근무시간이 하루 2시간이 늘어나서 오히려 스마트폰을 멀리해야 할 것 같은데 현실은 반대입니다.
 
지금도 아이폰4나 갤럭시 3,4를 들고 다니는 분들은 아마도 득도하셨을 겁니다.

자세한 내용은 국내 1위 경제팟캐스트 '경제브리핑 불편한진실'에서 청취할 수 있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9344?e=22002348

박피디
박피디

국내 최초 팟캐스트 큐레이싱 미디어 경제브리핑의 텍스트와 팟캐스트를 전달합니다. 경제브리핑은 데일리 경제팟캐스트 '경제브리핑-불편한진실'과 오디오클립 IT전문 방송 '언젠간 알아두면 써먹는 교양필수 IT', 오디오클립 경제방송 '경제브런치' 등을 운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