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걱정’에 계단 오르다 숨져…법원 “산재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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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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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출근길에 지각할까 걱정돼 계단을 급하게 오르다가 쓰러져 사망한 노동자에 대해 산업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재판부는 평소 이 노동자가 받았던 스트레스가 영향을 줬다고 봤습니다.

방준원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서울 강북구의 한 병원에 간호조무사로 입사한 A 씨.

지난 2016년 12월 자신이 근무하는 3층까지 계단을 급히 오르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습니다.

유족은 심장 질환이 있던 A 씨가 압박감을 받은 게 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고 당일 아침부터 지각할까봐 안절부절못했고, 출근 시간 8시 반보다 10분 늦은 상황에서 급히 서두르다 사고가 났다는 겁니다.

평소 업무 스트레스도 컸다며 산업재해를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이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쟁점은 A 씨가 받은 스트레스 등이 지병에 영향을 끼쳤는지였습니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유족 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1심 재판부는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행위는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부담에 불과하다"라며 "병원이 출근 시간을 8시 반으로 앞당긴 것도 사고가 발생하기 훨씬 이전부터 시작됐다"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2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해당 병원에선 지각으로 조회시간에 불참하면 상사로부터 질책을 받았다"라며 "상사의 질책을 면하기 위해 계단을 급히 올라가는 행위가 사고에 상당 부분 영향을 줬다고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평소 근무 환경과 업무내용을 고려하면, 스트레스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명광/유족 측 변호사/법률사무소 '마중' : "해당 업무가 실제로 얼마나 과중하였고, 재해자에게 얼마나 스트레스를 줬는지 여부 등 구체적인 판단을 하였던 것이 (1심과의) 결정적 차이입니다."]

재판부는 업무와 질병 사이 반드시 의학적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사정을 고려해 인과관계를 미루어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방준원입니다.

촬영기자:최경원 김민준/영상편집:하동우/그래픽:이근희

방준원 (pcba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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