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서해발사장서 어떤 시험?…'ICBM고체·위성용 엔진'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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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2.08. 오후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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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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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 1단용 고체엔진 시험" vs "1단 액체엔진 4개 결합 위성용 시험"

북한, 서해위성발사장서 "중대한 시험"(서울=연합뉴스) 사진은 지난 3월 2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모습. [38 North·DigitalGlobe 제공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북한이 8일 전날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발표함에 따라 어떤 시험이 진행됐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은 관영 매체를 통해 어떤 시험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시험의 결과는 머지않아 전략적 지위를 또 한번 변화시키는 데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해위성발사장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위성(장거리로켓) 발사장을 말한다.

자동식 개폐 장치가 장착된 67m 높이의 발사대와 로켓 조립시설을 비롯해 엔진 시험용 수직발사대가 있다. 현대식 발사대에서는 2016년 2월 7일 '광명성 4호', 2012년 12월 12일 '은하 3호' 등이 각각 발사됐다.

수직발사대에서는 2017년 3월 18일 고출력 엔진 분출시험이 진행됐고, 북한은 이를 '3·18혁명'으로 부른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단에 사용되는 고체엔진 또는 위성발사용 신형 액체엔진 시험을 했을 것이라고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 "ICBM 1단용 고체엔진 시험…국방과학원 발표 주시해야"

북한의 국방과학원이 이번 시험 사실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ICBM 관련성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국방과학원은 초대형 방사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 북한판 이스칸데르 신형전술유도무기 등 주로 최신 무기 개발 시험을 주관했던 기관이다.

국방과학원에 있던 위성 개발 관련 연구조직이 국가우주개발국(NADA)으로 흡수된 것도 위성체 발사용보다는 ICBM용 엔진시험에 무게가 쏠린다는 주장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2017년 2월 북극성-2형 지상발사형 고체엔진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참관한 자리에서 '이제는 우리의 로켓공업이 액체로켓 발동기로부터 대출력 고체로켓 발동기로 확고히 전환됐다'고 말했다"면서 "이 말만 두고 보더라도 어제 동창리 시험이 ICBM용 고체연료 엔진시험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21세기 군사연구소 류성엽 전문연구위원은 "현 단계에서 ICBM 능력 중 어느 부분을 중점적으로 키우려하는지를 봐야 한다"면서 "1단에 주 엔진이든 보조 엔진이든 고체연료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가느냐 혹은 그 모두를 다 하느냐에 따라 ICBM, SLBM의 다음 활동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앞서 미국 CNN 방송도 5일(현지시간)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엔진 시험' 재개를 준비하는 듯한 정황이 위성사진에 나타났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의 책임자 제프리 루이스 소장은 위성 사진에 포착된 움직임에 대해 위성 발사대와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동력을 공급하는 데 쓰이는 엔진의 시험을 재개하려는 준비 작업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2017년 11월 29일 ICBM급 '화성-15형'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의 1단 엔진은 화성-14형 엔진 2개를 클러스터링(결합)했다. 북한이 옛 소련제 RD-250 트윈엔진(쌍둥이 엔진)을 모방해 개발한 일명 '백두산 액체 엔진'이다.

국방부는 당시 화성-15형 사거리를 1만3천㎞로 추정했다. 미국 워싱턴까지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했다.

북한이 ICBM 1단을 고체연료 엔진으로 개발하려는 것은 발사 때 추력을 높여 핵탄두의 원거리 운반 능력을 높이고, 다탄두 ICBM으로 가겠다는 의도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아울러 연료를 충전하지 않아도 됨으로써 이동식발사차량(TEL)을 이용해 임의의 장소에서, 임의의 시각에 발사할 수 있는 등 전략적으로 효용성이 크다.

북한은 2016년 3월 '대출력 고체로켓 발동기(엔진)' 관련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시험은 고체 엔진 분사장치를 지상에 가로로 고정해 진행했고, 이후 이 엔진은 북극성 계열의 지대지탄도미사일 및 SLBM에 탑재됐다.

서해위성발사장 엔진 수직시험대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2017년 3월 18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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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성발사용 신형 액체엔진 시험…백두산엔진 4개 결합 가능성"

북한의 서해위성발사장의 수직 시험대는 액체연료 엔진 개발용이라는 관측에 근거한다. 액체연료 엔진은 수직발사대를 이용하고, 고체연료 엔진은 지상에 가로로 고정해 시험하는 방식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ICBM급 화성-15형의 1단 엔진 추력은 80tf(톤포스: 80t 중량을 밀어 올리는 추력)로 추정됐다. 이 정도 추력의 엔진은 100∼200㎏가량의 위성체를 쏘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그러나 백두산 엔진 4개를 결합하면 500㎏가량의 위성을 저궤도에 충분히 올릴 수 있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동창리 엔진 테스트베드(Test Bed)는 액체추진형"이라며 "북한이 1단에 4개의 엔진을 결합하면 320tf의 추력을 낼 수 있는데 이는 한국형 위성발사체와 유사한 추력"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북한은 지상 1m 안팎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위성용 정찰) 카메라를 개발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은 "ICBM 고체엔진 개발은 어려운 기술로, 북한은 아직 개발하지 못했을 것으로 본다"며 "직경 2∼3m의 ICBM용 고체로켓 모터를 만들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RD-250 트윈엔진 2세트(4개 엔진)로 위성용 신형액체 엔진을 만들면 대형 위성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광명성 발사 이후 수년이 지났기 때문에 발사 능력을 갖췄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번 시험으로 '전략적 지위 변화'를 주장한 것도 위성으로 남한의 전략시설을 들여다보는 것을 말한다"고 덧붙였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전문연구위원은 "동창리가 액체엔진 시험을 하는 곳이고, 고체엔진은 다른 곳에서 시험한다"면서 "이번에는 추력과 성능을 높인 신형 액체엔진 시험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정보 당국의 한 소식통은 "어제 촬영된 북한지역 위성 사진 등을 정밀 분석 중"이라며 "엔진 시험을 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지만, 구체적인 사항은 분석이 계속 필요하다"고 전했다.

서해위성발사장 광명성 4호 발사 장면 (서울=연합뉴스) 사진은 2016년 2월 7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의 광명성 4호 발사장면.[연합뉴스 자료사진]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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