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마두로, 정적 내쫓고 국회마저 장악…독재 공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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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1.06. 오후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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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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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보루 국회마저 마두로 독재정권 손아귀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왼쪽)과 그의 정적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여소야대의 국회까지 장악하기 위해 물리력을 동원해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연임을 막았다. 최후의 보루였던 국회마저 마두로정권의 손아귀에 들어가면서 독재체제가 한층 공고화될 것으로 보인다.

AP·로이터통신 등은 5일(현지시간) 1년 임기의 베네수엘라 국회의장 선출일이었던 이날 과이도 의장은 경찰의 저지에 막혀 국회 건물 안으로도 들어가지 못했다고 전했다. 진압장비를 갖춘 경찰은 출입자들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해 여당 의원과 친(親)정부 언론만 출입을 허용했다. 야당 의원들의 출입이 막히자 과이도 의장은 담장을 넘어 국회로 들어가려 했으나 곤봉을 휘두르는 국가방위대 대원들에게 저지당했다. 그는 경찰들을 향해 “베네수엘라 국민들을 굶주리게 하는 독재정권의 공범”이라며 격렬히 항의했다. 격렬한 몸싸움 속에 그가 입은 옷이 찢어지기까지 했다.

야권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의회 구성상 당초 과이도 의장이 무난하게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마두로정권은 표결 기회 자체를 박탈해버렸다. 야당 의원들이 참석하지 못한 상태에서 마두로 측 인사인 루이스 파라 의원이 새 의장으로 선임됐다.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표결이 이뤄지지도 않았는데도 의장 취임을 강행한 것이다. 파라 의원은 본래 야당 소속이었으나 과이도 의장에 등을 돌린 인물로 최근 정권 관련 부패에 연루된 혐의로 당에서 제명됐다. 마두로 대통령은 “국회가 새 의장을 뽑았다”고 발표했다.

여소야대 정원 167명의 베네수엘라 국회는 지난해 1월 5일 35세의 과이도를 국회의장으로 선출했다. 과이도 의장은 취임 후 마두로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한 2018년 대선이 불법이었다고 주장하며, 대통령 유고 시 국회의장이 그 권한을 승계하는 헌법 조항을 내세워 임시 대통령을 자처했다. 미국을 비롯한 50여개 국가가 과이도를 베네수엘라 수반으로 인정하면서 마두로 독재정권 퇴진 운동의 구심점으로 떠올랐지만 마두로 축출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베네수엘라 국가기관 중 유일하게 마두로정권에 장악되지 않았던 국회마저 정부 측으로 넘어가면서 베네수엘라 민주화의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과이도 의장은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는 우리가 독재정권 아래 살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라며 “그래도 우리는 유일하고 합법적인 국회를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코잭 미 국무부 차관보는 “베네수엘라 헌법에 따라 과이도는 여전히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이라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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