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송민순 문건’, 북풍 아니라 국가안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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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04.24. 오전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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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결의안 표결 둘러싸고 / TV토론서 후보 간 공방 치열 / 물증 통해 진상 낱낱이 밝혀야
어제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안보 이슈가 재점화됐다.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북한에 미리 의사를 물어보라고 했는지 여부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북한 의사 사전 타진을 뒷받침하는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의 문건과 관련해 “북한에 물어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후보는 “(11월)16일 이미 기권이 결정됐다”면서 “이제 안보팔이 장사, 색깔론은 끝내야 한다”고 반격했다.

문 후보 측은 TV토론에 앞서 2건의 문건을 공개했다. 문 후보 측의 대변인인 김경수 당시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이 작성한 청와대 자료에는 11월16일 인권결의안에 관한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번에는 기권으로 하는 것으로 하자”라고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박선원 당시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이 11월18일 작성했다는 자필 메모에는 송 전 장관과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등이 북한에 보낼 문안을 논의한 내용이 담겨 있다. 김 대변인은 “인권결의안 관련 회의는 문 후보가 주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어제 공개된 문건은 11월16일 기권 결정이 내려졌다는 문 후보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송 전 장관은 16일 회의 직후 “기권해서는 안 된다”는 자신의 호소 편지를 받은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틀 뒤 재차 회의가 열렸다고 반박했다. 회의의 성격을 놓고 문 후보 측은 송 전 장관을 다독이는 자리였다고 설명하는 반면 송 전 장관은 문 후보가 “일단 남북 경로로 확인해보자”고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한다.

양측은 인권결의안 표결과 관련해 북한과 접촉한 사실은 인정한다. 다만 문 후보는 기권 결정을 통보하는 차원에서 간접적으로 북한의 반응을 판단해 본 것이라고 했다. 이는 그제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공개한 김 전 국정원장의 육성과 맞지 않는다. 김 전 국정원장은 “(북한에) 찬성 분위기를 한 번 던져봤다. 북한의 반응을 떠보기 위해서”라고 했다. 사전에 북한에 의사를 타진했다는 소리로 들린다. 북한이 당시 격한 반응을 보인 점에 비춰볼 때 기권 결정 전에 의사를 확인했을 개연성이 짙다.

문 후보는 ‘송민순 문건’과 관련해 “선거를 좌우하려는 제2의 NLL사건으로 본다”고 했다. 이번 사안을 안보팔이 정치 공세로 치부해선 안 된다. 핵과 미사일을 머리에 이고 사는 우리로선 안보는 국가와 국민의 생존권이 걸린 중대사다. 유권자에겐 대선후보의 안보관과 ‘송민순 문건’의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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