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머Q&A] 한국이 세계 최초 코로나 엔데믹 국가? 의학전문기자가 분석해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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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12.29. 오전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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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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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 엔데믹(endemic)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엔데믹'이란 감염병이 풍토병으로 굳어져 전환되는 상황을 일컫는 말입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이 미국, 영국의 정점보다 3배나 많은 인구 대비 하루 신규확진자가 나오고 있음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감염 확산 통제를 완화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방역이 기존과 완전히 다른 전략을 채택한 것이라고 해석했는데요. 과연 한국은 세계 최초로 엔데믹을 향해 가고 있는 건지, 조동찬 의학전문기자가 비디오머그Q&A에서 분석했습니다. <편집자 주>
 

Q)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가 눈길을 끌었죠. 캘리포니아대 의학과 교수의 "한국이 엔데믹으로 건너가는 최초의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현지시간으로 어제(30일) 보도했습니다. '엔데믹', 어떤 뜻인가요?


세계보건기구(WHO)가 감염병의 단계를 6단계로 나눠요. 가장 높은 단계인 6단계가 지금 팬데믹(pandemic)이라고 하는 전 세계 대유행, 그러면서 동시에 많은 인명 피해 이런 단계를 6단계라고 하고요. 이제 그다음 단계가 엔데믹(endemic)이라고 하는데 이거는 감염이 사라지진 않아요. 하지만 더 증가하지는 않은 독감 같은 상황을 말합니다. 해마다 일정 수의 환자가 있죠. 말라리아도 그렇고요. 결핵도 그렇습니다. 이렇게 더 늘거나 더 줄지 않고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엔데믹이라고 합니다

엔데믹에 이르는 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입니다. 일정 수준 안에서 감염이 나타나고 거기에 치료제와 백신이 있어서 크게 피해를 안 주니까 우리의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죠. 엔데믹은 꼭 바이러스의 영향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어요. 사람의 인식, 국민의 심리도 반영됩니다. 예를 들면 독감 환자가 10만 명 발생하고 매년 1천 명이 사망하는 상태를 국민들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정된 단계라고 인식한다면 우리는 그걸 엔데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그렇다면 해외 학계에서는 왜 우리나라가 최초의 엔데믹 나라가 될 수 있다고 봤을까요?


우리를 높게 평가한 근거는 두 가지입니다. 대한민국의 백신 접종률이 높은 것과 의료 수준이 높은 것, 이건 이번 코로나 기간 2년을 통해 전 세계가 다 인정했던 부분입니다 그런데 사실 더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코로나 이전에도 우리의 의료 체계와 실력은 전 세계 1위였습니다. OECE 헬스 데이터를 보면 뇌졸중, 심장병, 암 사망률 전 세계에서 최고 순위입니다. 한 20년, 30년 전에는 '영국이 이렇다', '미국이 이렇다', '독일이 이렇다', '걔네 의료를 배워야 된다' 이런 주장이 있을 수 있었겠지만 적어도 최근 5년에는 우리는 세계 최고의 의료 수준까지 도달했습니다. 의료 실력이 높고 그리고 접근성이 낫죠. 전문의 보기 편한 나라가 대한민국밖에 없거든요.

근데 코로나라는 이런 전쟁 같은 감염병 사태가 되니까 그게 빛을 발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백신을 늦게 맞기 시작했지만 먼저 맞은 미국, 일본, 영국에 비해 접종률이 더 뛰어납니다. 우리 국민들은 합리적으로 판단하셨어요. 이 두 가지 요소를 보고 한국이 엔데믹으로 갈 수 있는 최초의 국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런데 한 가지, 우리는 면역 저하자용 치료제를 구비하지 못했어요. 미국은 팍스로비드보다 면역 저하자용 치료제가 2배 이상 처방되고 있는데요. 그니까 사망자를 낮추는 게 되게 중요한데 사망자를 살리기 위한 약은 우리는 조금 뒤늦었어요. 그런 부분들이 사실 보강돼야 우리가 진정한 엔데믹이 되는데 간디 교수는 우리나라의 실정이 미국과 다르다는 것을 간파해내지는 못했습니다. 우리가 이런 부분들을 보강한다면 우리는 진정한 엔데믹으로 가는 첫 번째 나라가 될 자격, 그리고 실력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Q) 엔데믹으로 전환을 '코로나로부터의 진정한 해방'이라 한다면 거리두기나 영업 제한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건당국의 방역 대책에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병원이 모든 코로나19, 지금으로 치면 오미크론 감염 환자를 그냥 구분 없이 독감처럼 보는 것을 방역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거는 SBS가 가장 먼저 보도했었죠. 어렵지만 2022년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병원의 일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따로 분리해서 보는 게 아니라 그냥 보는 겁니다. 그래야만 코로나 환자가 아닌 암 환자, 뇌졸중 환자도 제대로 치료 받을 수 있습니다. 이거는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가 2022년에 목표를 그렇게 설정한 겁니다.

확진자를 컨트롤했던 나라는 없습니다. 오미크론에 대해서는 그러니까 확진자가 늘어간다고 해서 우리 방역당국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정말로 우리가 줄일 수 있었던 위중증 사망자가 없었을까요? 이 부분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됩니다. 고위험군 환자에게 투약할 약이 없는 상태인데 약이나 일단 줘놓고 얘기를 해야죠. 왜 일부 '뇌피셜 전문가들'이 거리두기에 천착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미 델타 변이 후반에서부터 거리두기의 효과는 코로나19 사망자를 줄이는데 아예 관련이 없었습니다. 통계가 안 나와요. 우리나라도 보면 거리두기를 강화했을 때 이동량이 줄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거리두기 11시로 우리가 연장했을 때 이동량이 오히려 줄었습니다. 그때 확진자, 사망자가 늘어나니까 국민들이 알아서 이동을 안 하시는 거예요.

처음에는 누군가의 생존권을 짓누르더라도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하는 게 중요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거는 일시적이어야 돼요. 그런데 우리 2년 넘게 오로지 자영업자들에 한해서, 식당이나 카페에 한해서만 생존권을 억압했습니다. 설령 거리두기 효과가 있더라도 2년 넘게 특정 집단의 생존권을 억압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과학적 근거가 없어요. 지금은 더 이상 통하지도 않아요. 그런데 계속 억압해요? 그거는 나쁜 일입니다.

지금 계속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게 진정 어쩔 수 없는 사망자인지는 돌아볼 필요가 분명히 있습니다. 왜냐하면 위급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약들이 우리에게는 없으니까요. 현장에서 제가 돌아다니면 선생님들이 '왜 내가 이렇게 쓰고 싶은 약을 미국이나 일본 의사들은 쓰는데 못 쓰게 하느냐'라고 호소합니다. 예를 들면 이부실드라는 약이 150만 원입니다. 질병청에서 2만 명분을 구입할 테니까 400억 원을 달라고 했는데 그게 깎였어요. 그게 임상 시험에서는 80% 사망 예방이었고 실제로는 60%로 나왔다고 합시다. 그러면 1만 2천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건데 그 목숨 값이 400억 원이 비싼가요? 우리 그 정도 나라도 안 되는 건가요?

너무 예산 많으니까 안 된다면 그냥 개별적으로 어머니, 할머니 위해서 150만 원 짜리 약을 쓸 수 있게 들여놔 주면 안 되나요? 미국에서는 이부실드라는 약이 팍스로비드보다 처방이 2배나 더 많습니다. 사망자에 대해서는 분명히 다시 생각해야 됩니다.
 

Q) 최근 우리나라 확진자 숫자는 크게 증가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오늘 발표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방안이 사실상 '마지막 거리두기'가 될 거란 전망이 나오는데요. 앞으로 방역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까요?


처음에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번졌을 때 중국발 입국자들을 차단하는 걸 늦게 했어요. 그거는 의학 교과서를 어긴 일입니다. 그다음에 백신 늦어도 된다고 했잖아요? 따지고 들면 너무나 아쉽고 서운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치만 이제 과거는 잊고 우리 국민들이 그래도 백신 열심히 맞아서 세계 최고 수준까지 맞은 상태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신 접종자들이 겪고 있는 부작용의 사례에 대해서 정확하게 조사하지 않았고 충분히 위로해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분들에게 한을 맺히게 했어요. 거리두기도 저쪽 발생 장소로 따지면 10위, 11위인 식당 카페는 계속해서 억압하면서 발생 1위인 가정과 회사는 내버려뒀습니다. 영국, 미국은 회사부터 영업 제한을 강력하게 했어요. 재택근무 강제로 시켰어요. 그래서 그들은 거리두기 해제가 1번이 뭔지 아세요? 강제 재택근무를 안 하겠다는 거예요.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서 거리두기를 해제하고 마스크를 벗는 것도 부작용이 분명 있을 겁니다. 확진자는 아무래도 더 늘어날 테고요. 코로나19에 걸린 뇌졸중, 암 환자들이 지금 제때 치료를 못 받고 있잖아요? 그분들을 치료하기 위해서 병원 문을 열어놓으면 병원에서 지금보다 어느 정도 감염은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의료진들이 되게 훌륭하세요. 감염이 생기는데 그게 막대한 피해로 이어지지 않아요. 서울대병원에서 처음에 시도했었죠? 코로나19 환자를 음압 병동이 아닌 일반 병동에서 치료했어요. 그때 한 '뇌피셜 전문가'가 서울대병원에 '미친 짓'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서울대병원은 지금껏 원내 감염 없이 잘 통제했어요. 서울대병원에서 가능한 일이라면 저는 그것들이 전파돼서면 모든 병원에서 가능하리라고 믿고 결국 우리가 가야 될 방향은 그거라고 생각합니다.

거리두기 완전 해제는 맞는 방향이긴 한데 그 순서와 절차가 문제일 겁니다. 예를 들면 과학적 근거가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거리두기를 계속 유지할 필요는 없겠죠. 근데 마스크는 사실 논란이에요. 효과는 분명히 지금도 있습니다. 오미크론에 대해서도 마스크의 전파 차단력은 있는데 마스크에 부작용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어린이들이 어른들 표정을 못 보기 때문에 정상적인 교육이 안 되고 있습니다. 득이 있고 실이 있는 이런 부분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어떻게 선택할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예전에는 전문가들이 일방적으로 생각해서 톱다운 방식으로 지시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2년 넘게 지나면서 코로나19에 대해 전문가 아닌 국민이 없어요. 우리는 국민께 정확한 정보를 드리면 됩니다. 예를 들면 '마스크의 득은 이거고 실은 이겁니다. 우리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렇게 선택할 수 있게 그렇게 도와드려야 한다고 봅니다. 국민들이 건설적으로 토론, 토의하고 의사를 합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세요. 그게 저는 맞다고 생각합니다. 완전 엔데믹으로 가서 거리두기를 없애든 아니면 어느 부분은 남겨두는 그건 국민이 선택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봅니다.

(기획 : 정윤식 / 촬영 : 이재영 신동환 / 편집 : 한만길 / 제작 : D콘텐츠기획부)

기자 프로필

'따뜻한 감성의 의학전문기자' 조동찬 기자는 의사의 길을 뒤로 한 채 2008년부터 SBS에서 기자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언론계에서는 찾기 힘든 신경외과 전문의 출신으로, 깊이 있고 다양한 의학 정보와 함께 병원의 숨겨진 세계를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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