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놀이, 이렇게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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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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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아빠들이 알려주는 ‘아이와 놀아줄 때 기억해야 할 것’ 네 가지


어렵다. 좋은 아빠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는데, 막상 아이와 뭘 하고 놀아줘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마음먹고 인터넷으로 다양한 놀이 방법을 검색해본다. 이런저런 놀이를 하나씩 시도해보지만 아이는 기대만큼 잘 협조하지 않는다. 기분 좋자고 시작한 놀이인데, 아이에게 윽박지르며 끝내게 된다. 역시 이론과 실천 사이에는 큰 벽이 있다. 결국 체력만 다 소진됐다. 이렇게 오늘도 아이와의 놀이를 포기한다.

당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많은 아빠들이 아이와 놀아주는 방법을 모르겠다고 호소한다. 이 어려움을 다른 아빠들은 어떻게 헤쳐나갔을까. 선배 아빠들이 알려주는 ‘아이와 놀아줄 때 기억해야 할 것’ 네 가지.

주안(왼쪽부터), 시온, 은총, 삼남매와 함께 포즈를 취한 이경용씨와 부인. ‘생활놀이의 달인’인 이씨는 아이와 놀아줄 때 체력이 달리면 아빠는 앉고 아이는 움직이는 식의 놀이를 하라고 조언한다. 이경용씨 제공

첫째, ‘놀아주기’ 말고 ‘같이 놀기’


“아빠가 힘들어하면 아이들도 다 눈치 채요” 프로그래머로 일하다가 육아휴직 중인 김호씨의 말이다. 아이에게 최대한 맞춰주는 것이 놀아주기의 기본 원칙이지만 그렇다고 아이에게만 초점을 맞췄다가는 아빠가 금세 지쳐버릴 수 있다는 것. 이럴 때면 아이도 귀신같이 눈치 채고 덩달아 흥이 달아나고 만다. 가장 좋은 것은 아이와 아빠가 공동으로 즐길 수 있는 놀이를 찾아내는 것.

김씨의 경우 그림 취미를 살려 딸 소민이의 일러스트를 네이버 그라폴리오에 연재하고 있다.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것 중에 하나가 그림 그리는 일이거든요. 그림을 그려 올리고 나면 다음날 소민이한테 보여줘요. 반응이 엄청 좋아요. ‘나는 왜 입이 없어, 코가 없어’ 물으면 제가 설명해주고… 좋아하는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으니 시너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김씨는 최근 요리도 시작했다. 된장국 만드는 데 한 시간 반이나 걸렸지만 소민이와 함께 한 놀이라고 생각하면 버린 시간이 아니다. “(소민이는) 아빠랑 뭐든지 같이 하는 걸 좋아해요. 제 입장에서도 재미있으니까 시간이 금방 가죠.”
둘째, ‘하지 마’라는 말은 꼭 필요할 때만!


아이는 호기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어른 입장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하지 마’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올 수 밖에 없다. 연년생 남매 주하, 주안의 아빠 정찬우씨는 놀이에서만큼은 아이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주는 것으로 원칙을 정했다. 다칠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상황은 통제하지만, 그 외에는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둔다. 정씨는 “처음부터 아이가 주도하고 저는 서브(serve)한다는 생각으로 놀이를 한다”고 말한다.

“보통 남자들은 본인이 정한 테두리를 벗어나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도 아이와 놀아줄 때는 그런 걸 탈피해야 해요. 매번 ‘하지마’란 소리를 하다 보면 사사건건 대립하게 되고 결국엔 둘 다 감정을 많이 상하게 되거든요. 최대한 아이가 하고 싶은 거 하도록 도와줘야 해요.”
셋째, 체력을 적절히 안배하자


많은 아빠들이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려니 항상 체력이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주안, 시온, 은총의 아빠 이경용씨는 삼 남매라 체력이 세 배로 드는 상황. 이씨는 최대한 몸을 쓰며 놀아주려고 노력하지만, 가끔 쉬어갈 때도 있다고 요령을 밝혔다. 예를 들어 아이와 나란히 앉아 책을 읽어주면 목은 조금 아프지만 몸은 덜 힘들다. 아이가 공을 던지면 아빠는 앉아서 받는 놀이를 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체력이 넘치기 때문에 아이와 놀아본 경험이 많지 않은 아빠들은 힘이 부칠 수 밖에 없어요. 그럴 땐 이것도 회사 일처럼 내게 주어진 또 하나의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해요. 회사 일과 다른 점은 제가 힘들다고 하면 아이들이 제 사정을 배려해주면서 한다는 점이에요. 같은 일이지만 조금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죠.”
넷째, 오늘은 얼마나 귀여웠나? 육아를 기록하자


기록의 힘은 육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기록은 내 아이의 귀여움을 복기하고 스스로를 칭찬하는 등 육아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많은 아빠들이 글과 그림을 통해 육아에 필요한 힘을 제공 받고 있다.

김성태씨는 블로그에 딸 지유와 있었던 일을 일기의 형태로 기록한다. 마치 다이어트를 할 때 일지를 쓰고 식단을 관리하듯 블로그에 글을 쓰며 자신의 육아 태도를 되돌아보곤 한다고. 김씨는 블로그의 좋은 점을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뭔가를 매일 한다는 게 상당히 어렵거든요. 오늘이 마지막이고 내일은 다시 시작이라고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시작과 끝의 연속이라 꾸준히 할 수 있어요.”

연년생 형제의 아빠 심양석씨도 웹툰 형식으로 육아를 기록한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남겨두고 싶어서 시작한 웹툰은 이제 스스로의 육아 태도를 점검하는 거울이 됐다. “나중에 아이들과 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웹툰을 그리면서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어요. 예전에 아이를 볼 때 수동적으로, 설렁설렁할 때가 많았다면 이제는 이 시간이 내 인생에 다시는 오지 않을 소중하고 행복한 순간이라는 생각으로 육아에 임하고 있어요.”

김진주 인턴기자(이화여대 심리학과 4)

심양석씨가 인스타그램에 연재하고 있는 육아웹툰. 심양석씨 제공

김진주 인턴기자 (이화여대 심리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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