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Prism] 나의 20대 시절과 `같은 듯 다른` 90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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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지인들과 등산할 기회가 있었다. 비가 온 뒤라 무척 상쾌했고, 철쭉이 한창 피고 있었다. 산행을 마치고 귀갓길에 멀리 보이는 산의 모습은 산행 때 보이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산행 때 느꼈던 철쭉꽃의 화사함은 보이지 않고 웅장한 자태만을 뽐내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사시사철 지나다니면서 보던 산의 모습은 항상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산 안에 들어가 보면 계절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개나리가 피고, 철쭉이 피고, 아카시아 꽃이 피고, 단풍이 들고.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주위는 항상 변화하는 것 같다. 대학 시절을 떠올리면 문득 세상이 많이 변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당시 학교 주위에는 담이 있었고, 외부인의 접근이 어려웠다. 하지만 졸업하고 10년여 만에 학교에 와보니 담이 다 없어져, 접근성이 많이 개선돼 있었다. 우리 사회의 문화도 많이 바뀐 듯하다. 최근 서점가에는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필자와 연구실에서 같이 공부하는 대학원 연구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1990년대생이었고, 학부에는 21세기에 태어난 학생들이 입학하기 시작했다.

요즘 지인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밀레니얼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 혹은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다들 세대차이를 많이 느끼고 젊은 세대와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충을 토로한다. 특히, 40·50대일수록 고충을 더 많이 이야기 한다.

한편으론 '참 세상은 돌고 도는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 고충을 토로하는 기성세대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는 신세대, X세대라 불리며 베이비붐세대로부터 별종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제는 요즘의 젊은 세대를 어려워하고 있다니 말이다. 얼마 전 연구원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1990년대생 연구원들은 21세기에 태어난 후배들을 대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신기한 현상이다.

경영과 리더십은 사회문화의 변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그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리더로서 조직을 이끌어 가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세대차이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연구가 있었다. 예를 들어 2009년 삼성경제연구소에서는 기성세대와 대비되는 당시 신입사원들의 다섯 가지 특성을 'BRAVO(Broad network, Reward-sensitive, Adaptable, Voice, Oriented to myself)'로 요약하기도 했다. BRAVO는 결국 우리 사회가 서구화되면서, 집단주의적인 성향이 개인주의적인 성향으로 바뀌는 현상으로 이해될 수 있었다.

요즘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에 대한 자료를 보다 보면, 2009년에 이야기했던 신세대 직장인의 성향과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론 X세대라고 불렸던 40·50대와도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것 같다. X세대도 그 전 세대에게 개인주의적이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똑같이 들어왔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자 한다. 단지 예전에는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고, 사회에 맞춰 갔을 뿐이다.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버려야 한다. 이들 세대의 가치관은 기성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추구하는 방식이 조금 다를 뿐이다. 세대차이는 두려움의 대상도 극복의 대상도 아니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내 안에 있던 자신의 비슷한 성향을 생각해 보면 오히려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안에서는 끊임없는 변화가 있지만, 관악산은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듯이 우리 사회도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변화의 방향은 일관성을 갖고 있다. 세상은 물 흐르듯 흐른다. 우리 사회 문화도 물 흐르듯이 흘러 만들어진다.

[윤석화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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