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SBS 드라마PD가 폭로한 "비인간적" 제작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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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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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국이 SBS를 그만둔 이유’ 노동 관행, 제작환경 고발
“스튜디오S 분사 과정, 현장 인격 모독 행위들 올릴 것”
▲Gettyimages.
전직 SBS 드라마PD가 언론인 지망생 카페에 SBS 조직의 직장내 괴롭힘, 비상식적인 스태프 대량 해고 사태 등 제작 현장을 폭로했다. 지난 1월 SBS 드라마 프로듀서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던 가운데, 최근까지 SBS 콘텐츠를 제작한 드라마PD가 제작환경을 고발한 것이다.

올해 1월 5일 SBS를 퇴사한 고현국PD는 지난 8일 언론인 지망생 다음 카페에 '고현국이 SBS를 그만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2019년 SBS 수목드라마 '빅이슈' 현장의 제작환경을 상세하게 묘사했다. 고현국PD는 '빅이슈' 현장에 서브 연출자로 합류한 후 겪었던 예산 삭감으로 인한 촬영 일수 제한, 단역 출연료 삭감, 배우 출연 회차 제한, 무리하게 이어지는 강행군의 촬영 스케줄 등을 고발했다.

고PD에 의하면 회사는 메인 연출자를 교체하면서 기존 스태프 대부분에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했다. SBS 빅이슈 스태프 대량 해고 사태는 한국일보 기사 '방송사 계약해지에 속수무책 스태프… 턴키는 여전히 '빅이슈''(2019.07.26.)에서 보도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고현국PD는 "방송 날짜가 길게는 열흘, 짧게는 고작 일주일 남은 상황에서 A4용지 35매 분량의 60분 짜리 드라마 대본 완본이 전달돼 왔다. 기존 팀 스텝들은 피로와, 추위와, 고독과, 서러움과 싸우며 한땀한땀 묵묵히 걸었다"고 적었다.

지난 1월30일 스튜디오S 이힘찬 드라마 프로듀서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던 가운데, 최근까지 SBS PD였던 고현국PD의 주장이 제작환경을 고발했다는 측면에서 관심이 다. 고현국 PD는 지난 1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드라마 같은 경우 비정규직, 계약직 형태로 비인간적 노동이 유지되는 현장이 안에 들어와서 보지 않는 이상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SBS에서 그 행태를 보기 싫어서 나왔는데, 이힘찬 프로듀서 사망 소식을 접했다. 이 모든 제작 현장의 행패를 묵과하는 미디어 업계에서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사람을 우습게 보면 이런 일들을 지속적으로 자행할 수 있는가 개탄스러운 마음에 글을 쓰게됐다"고 말했다.

10년차 드라마 프로듀서였던 이힘찬씨는 SBS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촬영 20여일만에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다. 고인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전날 그가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보낸 SNS 메시지에는 "모든 게 버겁다"고 적혀있었으며, 그 위에는 모두 업무에 관한 기록 문서가 남겨져있었다. 현재 고 이힘찬 프로듀서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노사공동조사위원회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 3월 3일 진행된 스튜디오S 故이힘찬 드라마 프로듀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고현국PD는 앞으로도 스튜디오S 분사 과정에서 겪었던 SBS 조연출들의 불안감과 본인의 일방적 배제 통보, SBS 재직 당시 겪었던 현장에서의 인격 모독적인 행위, 직장내 괴롭힘과 부당한 노동행위들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PD는 "나라는 개인이 SBS라는 회사 조직을 그만두고 등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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