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성희롱 교사 징계결과를 주목하는 이유

입력
수정2019.06.10. 오전 10:40
기사원문
조인경 기자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서울교대 집단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현직교사 7명과 임용대기자 11명에 대해 교육청이 비로소 감사에 들어간다. 지난 3월 중순 첫 의혹 제기가 이뤄진 이후 석달 만이다.

서울교대가 사건에 연루된 재학생들을 징계하고 후속조치를 밟는 동안 졸업 후 현직교사로 재직중인 이들에 대한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카카오톡 등 단체 대화방을 통해 현직ㆍ예비 교사들의 성희롱 의혹이 불거진 건 처음이라며 어떻게 조사를 해야할지조차 갈피를 잡지 못했다. 두달 넘도록 관련자 가운데 현직교사가 몇명이고, 누구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서울교대에서 자료가 넘어오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은 과연 조사를 할 생각이 있는지조차 의구심을 갖게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학생 성희롱에 가담한 남학생들이 내년도(2020학년도) 초등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지속적이고 집단으로 여학생들을 품평하고 성희롱해 온 남학생들이 초등교사가 되는 것을 막아달라"는 청원부터 "우리 아이들이 성희롱을 일삼는 교대 출신의 남선생들에게 수업받지 않도록 해달라. 현직교사 처벌이 어렵다는데 누가 마음 놓고 애를 학교에 보내겠느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교사단체들마저 "교육자로서 절대 상상할 수 없는 발언을 한 이들 교사에 대해 교육청 차원의 조사와 후속조치가 필요하다(5월11일 교육디자인네트워크)", "명확한 규정을 마련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가해자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5월22일 전교조)"고 주장하고 나선 것을 보면 교육계 내부의 인식 또한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는 듯하다.

교육청이 뒤늦게 떠밀리듯 감사에 들어간다지만 납득할 만한 조사 결과가 나올지, 실제 관련자 처벌로 이어질지 또한 두고볼 일이다. 당장 현재까지도 현직교사와 임용대기자를 제외한 나머지 6명의 졸업생에 대해선 군복무중인지, 다른 시ㆍ도 학교에 재직중인지 확인하지 못했다는 게 교육청 답변이다.

지난달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성폭력 가해교사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하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그동안 학생들의 '스쿨미투'가 있었던 교사와 학교 등에 대해 정보공개를 요구했지만 교육청이 해당 교사 수나 감사 결과, 징계 여부 등에 대해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나 교육청 모두 성폭력 피해를 입은 학생들보다는 교사의 안위만 중시하고 있다는 비난을 자초한 셈이다.

교육청은 이번 서울교대 성희롱 사안과 관련해서도 "앞으로 신규교사 임용 전 연수는 물론 현직교원에게도 성희롱ㆍ성폭력 예방교육과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연수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역시 교대나 사범대 등 교원양성기관을 평가하는 지표에 '성희롱ㆍ성폭력 예방교육 실적'을 신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예방교육이 말 그대로 교육으로만 그치고, 정작 성희롱ㆍ성폭력 사안에 대한 엄정한 징계 기준과 절차가 이행되지 않는다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리 만무하다. 제식구 감싸기식 솜방망이 처벌은 교육계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울 뿐이다.

조인경 사회부 차장 ikjo@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 네이버에서 아시아경제를 쉽게 만나보세요
▶ 경제 감각을 키우고 싶다면? ▶ 재미와 지식이 가득한 '과학을읽다'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오피니언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