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엔 무력시위, 미국엔 친서외교…북한 ‘통미봉남’ 노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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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8.11. 오후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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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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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분리전략 구사하는 북
ㆍ미국에는 대화 재개 신호, 남측엔 군사훈련 꼬집으며 “겁먹은 개가 짖어대는 꼴”
ㆍ북·미 실무협상 재개 땐 비건·김명길이 창구 예상

이번엔 함흥에서 미사일 2발 발사 북한이 지난 10일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발사한 신형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단거리 발사체 2발이 연기를 내뿜으며 상공으로 치솟는 장면(위 사진)을 보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기뻐하는 모습(아래)을 11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 연합훈련 종료 후 미국과 협상 의사를 밝히면서 교착 상태인 북·미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미 연합훈련이 11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열흘간 실시되는 만큼 이르면 이달 안에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을 명분으로 한 무력시위를 이어가며 남측에 거친 비난을 쏟아내면서도 미국에 대해선 ‘친서 외교’를 통해 유화 제스처를 보이는 ‘강온양면’ 전략을 구사하는 모양새다.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북·미 대화에 집중하려는 전략적 의도라는 평가와 함께 ‘통미봉남’(미국과 대화하면서 남한을 배제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권정근 미국담당 국장 담화에서 “앞으로 대화에로 향한 좋은 기류가 생겨 우리가 대화에 나간다고 해도 철저히 이러한 대화는 조미(북·미) 사이에 열리는 것이지 북남 대화는 아니라는 것을 똑바로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측을 향한 경고성 메시지이지만, 미국과 대화 재개를 공개 언급한 것이다.

북·미 실무협상은 지난 6월30일 판문점 회동 이후 2~3주 내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한 달 넘게 표류하고 있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실무협상과 연계해왔기 때문이다. 그사이 북한은 5차례에 걸쳐 신형 무기 시험발사에 나섰다. 김 위원장이 친서를 통해 실무협상 재개를 직접 약속한 사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통해 공개됨에 따라 북·미 대화의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무협상이 재개된다면 미국에선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한에선 김명길 전 베트남 주재 대사가 협상 창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는 다음달 하순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회동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늦어도 9월 초까지는 실무협상이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미국을 향해 대화 재개 신호를 보내면서도 남측에 대해선 강경 기조를 이어가는 분리 대응 전략을 구사했다. 권 국장은 “군사연습을 아예 걷어치우든지, 군사연습을 한 데 대하여 변명이나 해명이라도 성의껏 하기 전에는 북남 사이의 접촉 자체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권 국장은 “우리의 정상적인 상용무기 현대화 조치를 두고 ‘긴급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한다 어쩐다 소동을 피워댄 청와대의 작태가 우리 눈에는 겁먹은 개가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정경두 같은 웃기는 것을 내세워 망발을 늘어놓는다면 기름으로 붙는 불을 꺼보려는 어리석은 행위”라며 청와대와 정경두 국방장관을 실명 비난했다. 그러면서 미사일 발사를 ‘아주 작은 (미사일) 시험’이라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주권국가로서 우리의 자위권을 인정했다”고 했다. 권 국장은 “그렇게도 안보를 잘 챙기는 청와대이니 새벽잠을 제대로 자기는 코집(콧집)이 글렀다”며 추가 무력시위 가능성도 시사했다.

북한의 이 같은 입장은 자신들의 잇단 무력시위가 ‘선’을 넘지 않은 것임을 강조하면서 북·미 대화 재개 의지를 피력하는 동시에 대남 압박을 이어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청와대는 북한이 함흥 일대에서 동해안으로 미사일 두 발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10일 오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관계장관 화상회의를 열고 “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다”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중단을 촉구했다. 다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에 대응한 북한의 무력시위로 판단했다”며 “북한이 현재 하계군사훈련 중으로 특이한 대남 군사 동향은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도 불구하고 북·미 대화 국면이 가시권에 진입한 만큼 상황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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