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 넘어 한-일 관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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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7.25. 오전 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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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블로거 신순화씨 가족의 ‘일본 공부’

촛불 광장 섰던 마음으로
오순도순 한일관계 공부하며
가족회의 열어 “우리도 불매운동”

“일제 안쓰면 괜찮아지는 거야?”
아이들도 엄마도 답답하고 궁금
“당장 정답은 없지만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소중”


육아 파워블로거 신순화씨가 일본의 수출규제 발표 뒤 신문에 보도된 한-일 관계 기사를 함께 읽으며 두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순화씨 제공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촉구 때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도 촛불 광장에 섰습니다. 이번엔 아이들과 한-일 관계에 대해 얘기 나누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어요.”

17살, 13살, 10살 세 아이를 키우는 ‘육아 파워블로거’ 신순화씨의 말이다. 최근의 주요 역사적 시기마다 ‘행동하는 시민’의 모습을 보여온 시민들 가운데 신씨처럼 일본의 경제보복 조처 이후 자녀들과 한-일 역사를 공부하고, 양국의 관계를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 탄핵 정국에서 자녀들과 생각을 나누고 촛불집회에 함께 나섰던 신씨는 일본의 수출규제 관련 주요 발표가 나올 때면 신문에서 뉴스를 찾아 아이들과 함께 읽고 눈높이를 맞춰 대화를 나눈다.

신씨는 세 아이를 낳고 10년간 해오던 일을 그만뒀지만,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를 인터넷 블로그에 올리며 세상과 교감했다. 그 글들을 묶어 <두려움 없이 엄마 되기> <꽃과 풀 달과 별 모두 다 너의 것>이라는 육아서를 썼다. 신씨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세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 생활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아이들과 의견을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아이들에게 이번 사태의 맥락을 설명하는 것부터 대화를 시작했다.

“이번 일본 수출규제는 강제 징용자들에 대한 한국 대법원 판결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이 경제적으로 보복한 거야. 아베 정권은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전쟁이 가능한 일본’이 되려고 하거든. 일본 우익들은 한국을 ‘공통의 적’으로 만들어서 국내 정치에 활용하고 있어. 이런 행동이 평화를 위협하니까 우리 국민은 일본에 항의하려고 불매운동을 시작했어.”

아이들은 저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랐다. 초등학교 6학년 윤정이와 3학년 이룸이는 익숙한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 불매 뉴스나, ‘노노재팬’ 같은 운동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유니클로 일본 본사 임원이 한국의 불매운동을 두고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하자 아이들은 “확실하게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고 나섰다. 한-일 관계 공부를 가족이 같이했으니 불매운동도 가족회의로 정하기로 했다. 의류, 세제 등 생각보다 생활 곳곳에 스며든 일본 기업 제품이 많았지만, 만장일치로 쓰지 않기로 했다.

고등학교 1학년인 필규는 “일본 우익이 여전히 한국의 지배국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며 분개했다. 그 생각엔 촛불집회 경험이 큰 영향을 끼쳤다. 필규는 촛불 광장의 경험을 토대로 이번 불매운동이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고 예측한다.

“최근 대형마트에서 매출이 떨어진 일본 맥주 할인 행사를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항의를 했다는 뉴스를 봤어요. 예전 같으면 ‘아싸~’ ‘득템이다~’ 하는 이들이 꽤 많았을 텐데 이번엔 그러지 않잖아요. 촛불혁명을 겪으면서 성숙해진 시민의식이 예전과 다르게 행동하게 하는 것 같아요. 제 또래들도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바로 접하고 자기 의견을 낼 수 있는 통로도 많아요. 일본이 전범국가임을 인정하고 반성하지 않으면 절대 리더 국가가 될 수 없다는 정도는 알아요.”

문제의 근원을 찾다 보니 참의원 선거 등 일본 관련 뉴스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신씨는 “수출규제가 장기화되면 불매운동도 시들해질 수 있지만 한-일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근본 대책이 뭔지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공부의 힘을 믿는다. 그는 “한-일 관련 책들을 찾아보게 되고, 이웃이나 아이들과 더 자주 얘기 나누게 된다”고 말했다. 문제가 지속 중인 만큼 답을 찾는 것도 현재형이다.

“아이들이 안 쓰고 안 먹으면 괜찮아지는 거냐고 자꾸 물어요. 불매운동을 넘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답답하기도 궁금하기도 해요. 당장 정답은 없겠지만 시민의 한 사람으로 이렇게 알아가고 공부하고 나누는 과정 자체가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전국역사교사모임 추천 한-일 역사 관련 책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를 계기로 한일 관계에 대한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면서 자녀와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하는 부모들이 많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 1차적으로 불매 운동을 할 수 있지만, 강제징용 문제 등 역사적 문제와 아베 정권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백옥진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학기중이라면 교사들이 학교에서 계기 수업을 통해 강제징용 문제, 불매운동 등을 다뤘을 것”이라며 “방학중이니 부모들이 자녀들과 함께 한일 관계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국역사교사모임에 방학기간 동안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읽어보면 좋은 ‘한일 역사 관련 책’ 추천을 부탁했더니, 다음과 같은 책들을 추천했다. 초등학생들에게는 <봄날은 간다>(정혜경, 선인 펴냄) <우리 엄마 강금순>(강이경, 도토리숲), <일제강제동원, 이름을 기억하라>(정혜경, 사계절 펴냄)을 추천했다. 중·고등 학생들에게는 <쟁점 한일사>(이경훈, 북멘포 펴냄), <주제와 쟁점으로 읽는 20세기 한일관계사>(정재정, 역사비평사 펴냄), <마주보는 한일사3>(전국역사교사교모임 일본역사교육자협의회, 사계절 펴냄), <10대들의 역사리포트>(중경고 역사탐구반, 역사넷 펴냄)를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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