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내 첫 자율주행버스 "급정거로 조금 불안했지만…"

입력
수정2019.10.30. 오전 11:06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세종=유엄식 ] [자율주행기능 장착 15인용 쏠라티 세종시 3.2km 구간 시범 주행]

29일 세종 컨벤션센터 앞 임시 정거장에서 자율주행버스가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국토교통부
"출발합니다"

지난 29일 세종 컨벤션센터 앞 임시 정거장. 시동이 걸린 현대차 15인승 중소형 버스(쏠라티) 운전대에 있는 자율주행모드 버튼을 누르니 차량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장 6.2m, 폭 2m, 전고 2.7m 크기의 이 버스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중점 연구개발 과제로 추진하는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됐다.

◇교차로 신호 인지, 점멸등 구간도 척척= 출발 후 약 200m 지나 첫 교차로가 나왔다. 주행경로상 우회전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교차등 신호는 빨간불이었다. 차량은 점차 속도를 낮추더니 우회전 대기를 위해 교차로 앞에서 멈췄다.

차량주행이 가능한 녹색불로 바뀌자 다시 움직여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 차량은 차량 방지턱이 있는 황색 점멸등, 적색 점멸등 구간을 잇따라 통과했다. 보행자가 없으면 저속으로 지속 주행이 가능한 황색 점멸등 구간에선 속도를 서서히 줄이면서 그대로 나아갔고, 일단 정차가 필요한 적색 점멸등 앞에선 잠시 멈춰선 뒤 다시 이동했다.

차량 내에는 △현재 탑승 인원 △탑승예정 인원 △하차예정 인원 △주행모드(자동운전, 운전자 수동모드) △현재속도 등을 나타내는 안내판 기능의 모니터가 장착됐다.

동승한 연구원이 자율주행버스와 연동된 스마트폰 앱(App)을 작동시켜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겠다는 신호를 보내자 하차예정 인원에 숫자 1이 찍혔다. 예정된 하차 지점이 가까워지자 버스는 속도를 점차 줄였고 임시 정류장 구획선에 정확히 멈춰 섰다.

승객을 내린 버스는 일반차량과 혼재된 도로에 다시 들어서기 위해 좌회전 신호를 켰고 뒤에 오던 차량이 지나가자 방향을 틀어 직진 차로로 진입했다. 이어 마주한 회전교차로 구간에선 잠시 자율주행 모드를 해제하고 운전석에 앉아있던 연구원이 차량을 조정했다.

이번 자율주행버스 프로젝트를 총괄한 한국교통연구원 강경표 박사는 "회전 교차로에서 자율주행 모드를 잠시 해제한 것은 차량 통행 우선순위가 정해진 일반 신호교차로와 다른 특수성 때문"이라며 "일반 운전자들도 회전교차로에선 우선 통행 순서를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사고 위험성이 높은 점을 고려해 이 구간은 수동모드로 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을 보완하고 테스트를 추가로 진행하면 회전교차로에서도 일반교차로와 같은 자율주행 모드 구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율주행버스 자동모드, 운전자가 핸들을 잡고 있지 않아도 자동으로 운행한다. /사진제공=국토교통부
◇최대 시속 50km…스마트폰 연계 기능도= 다음 정거장까지 직진 차로를 맞이한 버스는 일대 제한속도인 시속 50km까지 속력을 높였다. 그러던 도중 안내판에 탑승예정 인원 숫자가 1명 늘었다. 임시 정거장에서 차량을 기다리는 승객이 스마트폰 앱으로 차량탑승을 예약한 것이다.

승객이 기다리는 임시 정거장 근처에 다다른 버스는 속력을 점차 줄이더니 정차 구간에 정확히 섰다. 승차예약을 한 승객을 태운 버스는 마지막 시험운행 구간을 지났다.

중고등학교 앞 교차로로 보행자 사고가 많은 지역에선 안전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운전자 수동제어 모드로 일시 전환됐다.

버스가 정차신호를 인지하고 설 때마다 차량은 마치 초보운전자처럼 브레이크를 세게 눌러 급정거하는 장면도 종종 연출됐다.

강 박사는 "자율주행차량이 운전경력이 오래된 운전자처럼 능숙하게 움직이려면 추가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자율주행버스는 교차로 신호등이 언제 바뀔지 미리 인지할 수 있는 기능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교차로 사고는 보통 운전자의 신호인지 불확실성에 따른 급발진, 급정거가 주된 원인인데 이런 측면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약 3.2km 자율주행 시연 구간을 지난 버스는 처음 출발한 임시 정거장에 안전하게 멈췄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자율주행버스 탑승예약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국토교통부
◇ 완전 무인차량 구현은 시간 필요할 듯= 강 박사에 따르면 이번에 시범운행을 한 버스는 자율주행 3단계 기술 수준이다. 이는 자율주행 모드에서도 운전석에 앉은 운전자가 언제든 수동모드로 조절할 수 있는 단계다.

학계에선 자율주행 기술 수준을 5단계로 구분하는데 최고 수준인 5단계는 핸들(조향장치), 브레이크가 필요없는 완전한 무인차량이다.

구글과 테슬라가 만든 자율주행 차량이 센서 인지 불량 등으로 사고가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5단계 자율주행기술이 구현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기술 보완을 거쳐 향후 KTX 오송역에서 정부세종청사를 지나는 BRT(간선급행버스)에도 자율주행버스를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아직은 보완이 필요한 단계이나 차량 대형화와 안전성 검증을 통해 상용화 가능성도 엿보였다.

이날 취재진 외에 일반 시민들도 자율주행버스 시연 행사에 참석했다. 탑승 후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20대 김모씨는 "차량이 중간중간 급정거를 했고, 일부 구간에선 전송 신호가 끊겨 경고음이 울리는 등 조금은 불안한 상황도 연출됐다"고 했다.

반면 국내 교통관련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한 30대 외국인은 "지난해에도 자율주행버스 시승 행사에서 직접 타봤는데 그때는 속도를 20km 이상 내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며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기술이 발전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세종=유엄식

▶바람피운 남편 이혼 요구한다면 [변호사상담]
▶CEO 만든 엄마의 교육법 [투자노트] 네이버 구독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