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고름’ 저가 불량 돼지고기…10년간 논산훈련소 공급한 지역축협 조합장 구속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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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4.14. 오전 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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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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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불명 7235t ‘박스갈이’ 축협 브랜드 둔갑
22년간 재직하며 횡령·상납금 등 뇌물 혐의도
충남 논산시 육군훈련소에서 훈련병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서울신문DB
악취와 핏물에 고름 덩어리까지 생겨 반품되기까지 한 출처 불명의 돼지고기 7235t을 10년간 축협 브랜드로 속여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와 초중고교 급식업체 등에 공급한 지역축협 조합장이 13일 구속됐다.

대전지검 형사4부(부장 김태훈)는 이날 22년간 지역축협 조합장으로 재임했던 A(74)씨와 축산물유통센터장 출신 지역축협 상임이사 B(62)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현 축산물유통센터장인 C씨와 판매과장 D씨, 전 센터장 E씨, 육가공업체 대표 F씨 등 8명도 불구속기소했다.

A씨 등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박스를 바꿔치기하는 수법’(박스갈이)으로 육군훈련소와 초중고교 급식업체, 마트 등에 총 778억원 상당의 육류를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5279t 상당의 포장육 정보를 사실과 다르게 표시해 축산물 위생관리법과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도 적용받았다. 공소시효를 넘긴 돼지고기 1956t은 제외됐다.
돼지고기 박스갈이 사건 범행 구조도 - 돼지고기 박스갈이 사건 범행 구조도. 대전지검 제공
B씨 등 4명은 돼지 등심을 시세보다 싸게 판매했음에도 시세대로 출고한 것처럼 꾸며 차액 14억 6000만원을 돌려받아 특경법상 횡령 혐의를 적용받았다. A씨는 횡령금 중 2억 2800만원을 활동비 명목으로 상납받은 혐의도 있다.

이들이 육군훈련소와 초중고교 급식업체에 공급한 박스갈이 돼지고기 중 일부는 품질이 아주 형편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수사과정에서 육군훈련소 급양 담당 대위는 “고기에서 악취가 났다”고 진술했고, 센터 직원들은 “핏물이 고여 있어 고기가 좋지 않았다. 화농(고름)으로 인한 반품이 있었다”고 증언했다고 한다.
축협 라벨로 ‘박스갈이’한 저가 불량 돼지고기 - 충남 논산계룡축협 직원들이 축협에서 도축한 돼지고기와 외부 육가공업체의 돼지고기를 일명 ‘박스갈이’해 축협 브랜드로 둔갑시킨 제품을 구분하기 위해 박스갈이 제품 라벨의 순번 오른쪽 위에 ‘*’를 표기한 모습. 대전지검 형사4부(부장 김태훈)는 13일 돼지고기 7235t(시가 778억원 상당)을 박스갈이한 뒤 학교 등에 유통한 혐의로 논산계룡축협 조합장 A(74)씨와 전 축산물유통센터장 B(62)씨를 구속기소 했다. 2023.4.13 대전지검 제공
검찰 관계자는 “연 매출 1조원에 이르는 지역축협 조합장으로 22년간 재직하면서 직원들과 이권 카르텔을 형성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매월 정기적으로 상납금을 챙겼으며 승진한 직원들로부터 감사 인사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했다”며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불법행위에 엄정히 대처하고 죄에 상응하는 형벌이 선고되도록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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