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이라면 무조건 도망쳐야 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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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2.01. 오전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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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조혜정 변호사 ] [편집자주] 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the L] [조혜정 변호사의 가정상담소-바람직한 배우자의 조건 中]]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지난 번에 이어 '바람직한 배우자의 조건'이라는 주제의 글이 이어집니다.)

4. 가사노동에 대한 숙련도

결혼생활에서 정말 중요하고 비중이 높은데 결혼 전단계에서 거의 고려가 안 되는 부분이 요리, 청소, 아이 키우기 등 가사노동을 숙련되게 잘 할 수 있는가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결혼생활은 노동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결혼생활이란 배우자와 함께 먹고 자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인데, 그러자니 가족이 같이 먹을 음식을 만들고 사는 집을 치우고 입는 옷을 빠는 노동이 하루에 몇 시간씩 반복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지내는 것이 행복하긴 하지만, 밥, 빨래, 청소를 부모님 도움 없이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이 따른다. 결혼과 함께 쳇바퀴같은 가사노동의 굴레 속으로 들어가야만 하는 것이다.

남자는 돈만 잘 벌면 되는 시대에서는 가사노동은 당연히 여자 몫이라 가사노동이 배우자의 조건이 되지 않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부부 중 한 쪽의 수입 만으론 3만불시대에 맞는 소비를 하면서 살 수가 없다. 이웃과 친구들은 다 쓰고 사는 것을 나만 안 쓰고 산다는 것, 평등주의적 지향이 아주 강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실천하기 어렵다. 부부 맞벌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으니 돈 안 되고 빛 안 나지만 시간과 노력은 많이 드는 집안 일을 누가 하는가를 놓고 심각한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가사노동에 숙련된 사람은 이 갈등을 많이 줄일 수 있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시대가 되면서 가사노동 숙련도는 갈수록 더 중요한 결혼조건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요리 잘 하는 남자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것도 이런 변화의 반영으로 보인다.

결혼 초기 부부는 서로의 생활방식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자주 다투게 되는데 상담경험에 비춰보면 조율에 걸리는 시간은 대체로 3년 정도 되는 것 같다. 이 때 너무 심하게 싸우게 되면 그 때 받은 마음의 상처가 결혼생활 내내 불화의 원인이 된다. 결혼생활에도 초두효과(初頭效果, primary effect)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아직 결혼생활이 생소한 상황에서 상대방이 내 기대에 반하는 행동을 해서 충격을 받게 되면 상대방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이 깊이 박혀 오랜 시간이 가도 잘 지워지지 않는다. 오랜 기간 불화에 시달려온 부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갈등의 뿌리는 대개 신혼시기에 있다. 그래서 나는 결혼 3년 안에는 불만이 있더라도 너무 격하게 싸우거나 상대방을 극단적으로 공격하지 말라고 충고하곤 한다.

요즘은 가사노동 분배가 결혼초기 부부갈등 원인 중 아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결혼한 지 얼마 안 지나 이혼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얘기하는 것이 가사노동분배를 둘러싼 갈등이다. 요새 젊은이들은 남녀불문하고 집안 일을 거의 하지 않고 자라기 때문에 예외적인 몇몇을 제외하면 집안일에 아주 서툴러서 가사노동을 큰 부담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결혼 초기에 임신한 경우에는 보통 더 심하게 다툰다. 20년 이상 다르게 자라온 사람과 한 집에 사는 상황도 낯선데 출산, 육아의 부담까지 한꺼번에 몰려들다 보면 신경이 날카로워지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면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극단적으로 싸우게 되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 갈등의 원인을 상대방에 대한 애정의 유무 혹은 성격의 좋고 나쁨의 문제로 보면 안된다. 갈등의 진정한 원인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이 받아야 하는 스트레스인데, 그 스트레스의 상당 부분이 가사노동의 미숙함과 가사노동 분배에 대한 불만에서 온다. 이럴 때 한 사람이라도 가사노동에 숙련된 사람이 있다면 상황은 훨씬 부드럽게 풀릴 수 있다. 가사노동에 익숙한 사람이 상대방의 짐을 덜어주면 상대방은 마음의 여유를 갖고 결혼생활에 적응할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럴 수 있다면 결혼초기 갈등이 줄어들고 결혼생활을 장기적으로 평화롭게 끌고 갈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이 코너를 빌어 아들 가진 어머니들에게 정말 하고 싶은 충고가 있다. 당신 아들이 평화로운 결혼생활을 하기를 바란다면 아들에게 요리, 청소, 빨래, 다림질을 가르쳐서 결혼시키시라. 만약, 결혼 전에 못했다면 결혼 후라도 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한다. 며느리가 당신처럼 당신 아들을 보살펴줄 것이라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마시라. 그런 시대는 이미 가버렸고 다시 오지 않는다. 만약, 그런 생각을 아들의 결혼생활에서 관철시키려 한다면 당신 아들은 이혼으로 가는 길에 한 발 들여놨다고 보셔야 한다. 부디 현실을 깨달으시길.

5. 독불장군형 성격

이혼을 염두에 두고 법률사무소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을 수는 없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어둡고 짓눌린 표정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독불장군 같은 성격을 가진 배우자를 둔 사람들이다. 물론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옳음을 인정받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 그러니 결혼생활에서 서로 자기가 맞다고 우기면서 싸우게 되는 건 자연스런 일이긴 하다. 문제는 이런 속성-내가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을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강하게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매사에 내가 옳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 아주 중요한데 자신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주위 사람들의 잘못을 지적하게 되어 있다. 상대방이 틀리고 잘못했다고 지적하면서 반사적으로 자신이 옳다고 확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배우자와 사는 사람들은 항상 ‘넌 틀렸어. 네가 잘못 했으니 사과하고 반성해’라는 지적을 받고 야단을 맞으면서 살 수밖에 없다. 이들의 머리 속에서 결혼생활의 모든 불행, 나의 모든 불운은 상대방이 잘못 행동한 탓이고 내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이 집요함까지 갖추면 맹수와 같은 존재가 된다. 저녁 식탁에서 무심코 한 말이 내 귀에 거슬리기라도 하면 배우자가 잘못 했다고 인정하고 사과할 때까지 밤새 잠을 안 재우고 들볶는다.

또한 이런 사람들은 잘못한 상대방을 응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말로 해서 안 들으면 완력을 쓰게 되는 경향이 있다. 폭행, 폭언을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이런 성격의 소유자들이 많다.

이런 독불장군형 배우자와 같이 사는 사람들은 늘 주눅이 들 수 밖에 없다. 혹시 말 한 마디, 행동 한 번 잘못 했다가 밤새 들볶이지 않을까 두려워 배우자와는 가능한 말을 안 하려 든다. 성격이 강한 사람들은 이혼하지만, 마음이 약한 사람들은 상대방의 눈치를 보고 조심조심 비위를 맞추면서 산다. 장시간 이렇게 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세뇌되어 독불장군인 배우자의 시각에서 자기를 평가하게 되고 항상 내가 뭔가 잘못하지 않았는지 두려움에 떤다. 그 결과 자존감이 매우 낮아지고 불안증,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결혼생활을 불행하게 만드는 배우자의 문제점은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독불장군형 배우자가 최악이다. 이런 사람은 상대방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정신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당신과 데이트 중인 사람이 어떤 일의 옳고 그름과 당위를 따지는 데 지나치게 민감하다면, 늘 회사의 상사, 동료, 부하직원을 비판하고 모두들 바보 천치라고 얘기한다면, 누군가 새치기를 했을 때 지나치게 훙분하고, 음식점에서 나보다 늦게 온 사람에게 음식이 먼저 나왔다고 주인에게 달려가 따진다면 결혼상대로는 매우 경계하는 게 맞다. 연애기간에는 당신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매우 조심하니까 당신은 공격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결혼한 후에는 공격의 칼끝이 당신을 향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잊지말아야 한다.

6. 성급하고 집요한 구애

나를 좋아한다는 이성이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시하고 청혼을 한다면 내가 그 사람이 마음에 드느냐를 떠나서 기분이 나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연히 만난 상대가 내게 반했다고 하면서 바로 사귀자고 하고, 사귄 지 며칠 안 돼서 결혼하자고 하고, 당신이 너무 그립다면서 매일 같이 집 앞에 와서 기다리면서 하루 빨리 결혼하자고 한다. 당신이 구애를 거절하면 거절할수록 집요하게 사랑을 갈구한다. 이런 상대에게 약간이라도 호감이 있다면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믿어버리기 쉽다.

집요한 구애를 하는 사람들은 결혼 전 교제의 단계에서는 상대방에게 온갖 정성을 쏟기 때문에 웬만한 사람은 나를 사랑해서 그런 것이라고 믿지 않을 도리가 없다. 특히, 현재의 힘든 상황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돌파구를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유형의 구애가 잘 먹힌다. 이렇게 지극정성으로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과 결혼한다면 결혼생활의 모든 문제를 피해갈 수 있을테니 결혼을 도피처로 삼아도 안전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성급하고 집요한 구애를 하는 사람, 결혼해주지 않으면 죽겠다는 식의 협박을 하는 사람을 배우자로 맞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경험상 연애단계에서 성급하고 집요하게 구애하고 결혼하자고 하는 사람들은 결혼 후 성격적인 결함이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과의 결혼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눈에 사랑에 빠져 만나자마자 사귀자 하고, 데이트 시작한 지 며칠 만에 결혼하자고 한다. 상대가 결혼을 거부하면 결혼을 허락할 때까지 집요하게 구애하는데 일단 결혼허락을 받으면 바로 혼인신고부터 하거나 결혼식을 한다(보통 만남에서 결혼까지 2~3개월 정도밖에 안 걸린다). 결혼 직후 혹은 결혼 직전부터 폭행, 폭언이 시작되는데 초기에는 폭행 후 눈물 흘리면서 용서를 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폭행수위가 올라가고 경찰을 불러야 제압이 되는 상태가 된다. 이런 식의 과정을 거쳐 결혼 후 빠르면 몇 개월, 늦으면 몇 년 안에 결혼이 파탄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대개 편집증, 강박증, 분노조절장애 등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 매일 집 앞에서 기다리는 집요함도 사실은 이런 편집증이나 강박증에서 비롯되는데 이것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미 결혼 전부터 정신적인 문제가 드러나고 있었는데 이런 신호를 무시했다는 분들이 많았다. 결혼 전부터 다른 사람이나 약혼자에게 화를 내거나 폭행해서 파혼하려 했는데 눈물을 흘리면서 절대 안 그런다고 하고 네가 없으면 살 수 없다고 하니 마음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나를 사랑하니 결혼하면 내가 이 사람의 단점을 고칠 수 있겠지, 이미 상견례도 하고 청첩장까지 돌렸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뒤집느냐 이런 생각으로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해도 결혼했다고 했다.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 사람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당신이 아니라 당신을 좋아하는 자신의 감정이다. 즉, 그 사람이 지극히 사랑하는 대상은 당신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따라서, 결혼해서 당신이 자기 생각과 달리 행동할 경우 절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배우자에게 응징을 가하게 된다. 그러면서 ‘네가 나를 화나게 했으니 혼나는 건 당연하다’고 한다.

행여라도 그 사람이 불쌍해서 내가 구제하겠다는 생각을 하면 안된다.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서 무지하고 다룰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다룰 능력도 없는 상태에서 상대방의 단점을 고치겠다고 나서면 큰 코 다친다. 맨 몸으로 맹수 우리에 들어가서 맹수에게 물어뜯기는 상황이 된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사랑한다는 사탕발림에 속지말고 무조건 도망쳐야 한다. 찜찜하면 내일이 결혼식이라도 파혼해야 맞다. 피하는 것이 유일한 살 길이다.

< 다음 편에서 계속 >

[20년간 가사소송 등을 수행하면서 우리 사회의 가족이 급격하게 해체되어가고 있음을 현장에서 실감했습니다. 가족해체가 너무 급작스러운 탓에 삶의 위안과 기쁨이 되어야 할 가족이 반대로 고통을 주는 존재가 되어버린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지난 20년간 깨달은 법률적인 지식과 삶의 지혜를 ‘가정상담소’를 통해서 나누려합니다. 가족 때문에 고통받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해결책을 찾는 단초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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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정 변호사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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