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상한제가 지른 특별공급 청약 과열…곳곳에서 수백대1 경쟁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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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8.30. 오전 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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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10월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예고한 이후 서울 신축 아파트의 희소성이 부각된 가운데, 지원 조건이 까다로운 특별공급마저 청약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특별공급은 사회·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일반 청약자들과 경쟁을 하지 않고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게 만든 제도다. 신혼부부·다자녀·노부모 부양·기관 추천에 배정된 특별공급은 배정 물량이 적은 데다 지원 조건 자체가 까다롭다 보니, 일반분양 대비 지원자 수가 많지는 않다.

2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마련된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 견본주택 앞에서 관람객들이 입장을 기다리며 줄을 길게 서 있다. /대우건설 제공

30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분양한 ‘서울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 특별공급 신청 결과, 다자녀가구와 신혼부부, 노부모 부양 가구 등에 기회가 주어지는 전용면적 84.92㎡(주택형 084.9243B)짜리 7가구 특별공급(기관 추천 대상자 특공 제외)에 863명이 청약을 신청했다.

이 아파트 84.92㎡ 주택형의 특별공급(이하 특공)물량은 9가구로, 이 중 기관 추천 대상자에게 배정되는 2가구를 뺀 나머지 7가구가 신혼부부와 다자녀 가구, 노부모 부양 가구에게 배정된다.

신혼부부에겐 단 4가구가 배정되는데 해당 지역에서만 무려 626명이 청약통장을 썼고 기타 지역에서도 116명이 신청했다. 신혼부부 네 쌍에게만 주어지는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잡기 위해, 신혼부부 742쌍이 도전한 셈이다. 185.5대 1의 경쟁률이다.

또 2가구를 배정하는 다자녀 가구 대상 특공에는 해당 지역에서 37명, 기타 지역에서 37명이 청약을 신청했다. 나머지 1가구를 모집하는 노부모 부양 특공에는 해당지역에서 39명, 기타 지역에서 8명이 청약통장을 썼다.

신혼부부와 다자녀가구, 노부모부양 특별공급의 경우, 무주택자이여야 하며 지원 조건에 부합하는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이 있어야 한다. 그 외 장애인과 국가유공자 등 기관 추천대상자는 청약통장이 없어도 된다.

물론 일반분양 열기는 이보다 더 뜨겁다. 89가구를 공급하는 일반분양 해당지역 1순위 청약에 1만8134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203.75대 1에 달한다. 전용 41.97㎡짜리 주택형은 1가구 공급에 무려 1098명이 몰렸다. 전용 84.96㎡E형도 1가구 모집에 1123명이 몰렸다.

8월 초 분양한 서울 강서구 ‘등촌 두산위브 주상복합아파트’ 특별공급에서도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3가구를 배정한 64.46㎡ 주택형에 123명이 몰렸다. 7월 분양한 서울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의 경우 전용 84.98G㎡타입 10가구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특별공급했는데, 해당지역에서만 479명, 기타지역에서 91명 등 모두 570명이 몰렸다.

이처럼 최근 서울 지역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는 일반분양은 물론 특별공급에서도 수요자들의 치열한 눈치 싸움과 청약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특별공급 경쟁에도 온도차가 크다.

호반산업이 27일 분양한 ‘평택고덕국제신도시 호반써밋’의 특별공급 신청 현황을 보면, 전체 주택형에서 204가구를 특별공급하는데, 특별공급 신청자수는 24명에 그친다. 이마저도 전용 84.90㎡A와 84.96㎡B 주택형에 특공 신청자 대부분이 쏠렸다. 84.9㎡A 신혼부부 특별공급 신청자 수는 20명, 84.96㎡B 신혼부부 특공 신청자 수는 2명이다.

이달 대구에서 분양한 ‘해링턴 플레이스 감삼’의 경우 84.95㎡A 주택형에서 신혼부부 특별공급 경쟁률은 1.5대 1에 그쳤다. 특공 물량 34가구 중 신혼부부 물량은 16가구인데, 해당지역에서 23명, 기타지역에서 1명이 신청했다. 다자녀가구는 단 한명도 신청하지 않았다. 기관 추천을 통한 신청자도 2명에 그쳤다. 노부모 부양 가구는 2명에 불과했다.

정부가 지난해 특별공급 물량을 2배로 늘리면서 예전보다 당첨 기회는 커졌다. 하지만 수도권과 지방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는 미달이 속출하는 반면, 서울 분양 시장에서는 특별공급도 일반분양 못지 않은 청약 열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사실상 준강남 지역 특별공급에 사람이 많이 몰린 것인데, 특별공급 신청자들도 아파트 입지와 학군, 교통망, 미래가치 등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청약에 나서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특정 계층을 위해 일종의 보호 장치를 둔 청약 제도가 본래 취지와 달리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직장인 장모(35)씨는 "까다로운 청약 기준과 일부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청약 시스템이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며 "연봉이 낮은 금수저 집안의 자녀는 특별공급을 노릴 수 있고, 평범한 직장인은 오르는 집값에 전전긍긍하며 내집 마련의 기회를 잃어가고 있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허지윤 기자 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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