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한발 380㎞… 기도와 십자가가 나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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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경보가 내려진 10일 휴전선 국토횡단기도회 대원들이 경기도 파주 적성면 어유지리 구간을 지나고 있다. 파주=김보연 인턴기자

폭염경보가 내려진 10일 경기도 연천시 우정리에서 파주시 적성면 어유지리까지 8.7㎞ 구간은 건식사우나 같았다. 35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에 8시간 넘게 덤프트럭이 오가는 아스팔트길을 걷는다는 건 분명 정상적 행위는 아니었다. 10분도 안 돼 셔츠가 모두 젖었다. 숨은 턱턱 막혔고 얼굴엔 벌겋게 열이 올라왔다. 지열에 신발이 말랑말랑해졌다.

이날 국토횡단기도회 대원들은 2차선 지방도로를 따라 줄지어 걸었다. 공사차량과 군용트럭이 많이 다녔다. 대열 선두와 중간, 뒤에선 경광봉을 흔들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구급차가 따라왔다. 점점 힘이 빠질 무렵 행진국장 성요한(33) 전도사가 큰 목소리로 선창했다.

“통일한국의 그날까지!” “위두웍.” “선교한국의 그날까지!” “위두웍.” “주님 오시는 그날까지!” “우리는 끝까지 전진할 것입니다. 위두웍.” 이들이 외친 ‘위두웍’은 위 두 워크(We do walk)의 약어로 ‘한반도를 걸으며 기도와 회개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태극기와 예수교대한성결교회 깃발을 쥐고 걷는 휴전선 국토횡단기도회 대원들의 모습. 파주=김보연 인턴기자

지난 1일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출발한 휴전선 국토횡단기도회 대원 46명은 강원도 속초와 인제 양구 화천 철원을 거쳐 연천까지 왔다. 이들은 휴전선 부근 380㎞를 걸으며 민족의 평화적 통일을 염원하며 성결한 청년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대원 모두가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피부화상을 입었다.

김정희(25·여)씨는 “새벽 4시에 기상해 경건모임을 갖고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걸으면서 기도를 했다”며 “저녁식사 후에는 조별 소모임과 전체 예배를 갖고 오후 10시에 취침한다. 매일 손빨래를 하는데, 마르지 않으면 축축한 옷을 입고 걷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따가운 햇볕에 종아리가 노출돼 화상을 입었는데 임시방편으로 거즈를 붙여 놨다. 선크림은 아무리 발라도 소용이 없다”며 “육체적 한계상황에 왔지만 걸으면서 민족과 열방, 북한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하나님과의 철저한 독대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대원들은 힘이 들 때마다 찬양을 부르고 구호를 외쳤다. 중간 중간 조장들은 메가폰으로 성경말씀을 읽었다. ‘내가 매일 기쁘게’와 ‘주와 같이 길가는 것’ 등 찬송가도 불렀다.

오른쪽 발목에 붕대를 감은 서윤석(25)씨는 “군대 행군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대원들은 2주 만에 340㎞를 걸었다”면서 “무더위가 제일 힘든데 하나님의 실존 앞에서 방향성을 찾고 있다. 정말 대원들과 함께하지 않고 찬양과 기도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대원 중에는 취업을 앞둔 청년들이 많았다. 22일부터 국제학교 교사로 근무한다는 박에스더(25·여)씨는 “영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국제학교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치기 위해 한국에 왔는데 출근에 앞서 나라를 위해 중보기도를 하고 싶어 참여했다”며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큰 은혜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두현(34)씨도 “새로운 직장을 찾기 전 기도회에 참석했다”며 “계속 걸으면서 크리스천 직장인으로서 바른 정체성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도회를 준비한 이규(48) 서울 신촌아름다운교회 목사는 “13일간의 기도회에서 청년들은 자신의 한계에 직면하는데, 기도와 십자가로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며 “특히 성결한 청년들이 하나님과 하나가 되고, 교회가 하나 될 때 남북통일도 가능하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는 13일 서울 광화문광장 연합기도회를 끝으로 대장정을 마친다.

연천·파주=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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