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맹정음'을 아시나요? 오늘(4일)은 '점자(點字)의 날'입니다. 달력에 표시돼 있지는 않지만, 한글 점자인 훈맹정음이 만들어진 1926년 11월 4일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날입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91번째 '점자의 날'을 맞아 점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훈맹정음을 창안한 사람은 누구인지 알아봤습니다.
■ 6개의 점으로 된 문자, '점자'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점자(點字)는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문자입니다. 손가락으로 읽을 수 있도록 고안된 문자인데 세로 3점 X 가로 2점으로 총 6개의 점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6개의 점 각각에는 고유번호가 붙어 있습니다. 직사각형 모양의 점 칸에 점의 수와 위치에 따라 63개의 형태가 만들어지는데요. 각 형태에 글자를 배정해 문자 체계를 이루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점자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898년부터입니다. 당시 미국인 선교사였던 로제타 홀(R. S. Hall)이 뉴욕 점자를 활용한 4점 한글 점자를 가르쳤지만 영어와 한국어의 문자 조합 방식이 달라 국내에 정착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사용되는 6점 한글 점자는 언제 만들어졌을까요?
훈맹정음(訓盲正音)으로 불리는 지금의 한글 점자를 창안한 사람은 송암(松庵) 박두성 선생입니다. 사범대학교를 졸업해 교사가 된 박 선생은 독립운동가인 이동휘 선생으로부터 암자의 소나무처럼 절개를 굽히지 말라는 의미의 '송암'이라는 아호를 받았습니다.
그 뒤 시각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모인 학교인 조선총독부 제생원 내 맹아부에 발령된 박 선생은 청각 교육에 한정된 우리나라 맹교육의 현실을 깨닫게 됩니다. 당시 학생들은 일본 점자로 왜곡된 역사를 배우고 있었습니다. 1919년 3·1운동 이후 일제의 탄압이 심해져 조선어 과목을 없애려 하자 박 선생은 강력하게 항의했습니다.
일본은 박 선생의 항의를 무시했지만 그는 한글 점자를 만들기 위해 1920년 '조선어 점자연구위원회'라는 비밀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제자인 이종덕, 전태환 등 8명으로 구성된 점자연구위원회는 일제의 감시를 피해 밤낮으로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아이들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불을 끄고 수백 차례 종이를 만져가며 점자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1926년 11월 4일 7년간의 연구 끝에 한글 창제 원리를 바탕으로 한 훈맹정음이 발표됐습니다. 훈맹정음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박 선생은 다양한 책을 점자로 번역해 점자책을 만들어 전국의 시각장애인들에게 나눠줬습니다. 학교를 벗어나 점자 교육에도 직접 나섰습니다.
■ "점자의 의미요? 일상에 의미가 따로 있나요?"
점자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의사소통 방법이자 일상이지만 점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은 아직 부족한 상황입니다. 공공시설에 점자가 잘못 표기된 경우도 있고 의약품이나 생활필수품 대부분의 점자 표기는 의무사항이 아닌 권장사항입니다. 시각장애인들이 일상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윤영현 기자(yoo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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