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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뒤는 전쟁터… 170여 명이 만드는 화려한 ‘모차르트!’ 무대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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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5. 19:5010,770 읽음

전쟁터예요.

뮤지컬 <모차르트!>의 분장과 가발을 담당한 김유선 디자이너는 화려한 무대 뒤의 치열한 풍경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지난 714,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뮤지컬 <모차르트!>의 백스테이지를 엿볼 수 있는 프레스 투어가 열렸습니다. <모차르트!>는 천재 음악가로서의 숙명과 자유롭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차르트의 내면을 그린 뮤지컬입니다. 2020년 올해 국내 초연 10주년을 맞이했는데요. 김지원 EMK뮤지컬컴퍼니 부대표는 백스테이지 투어에 앞서 초연 때와 같은 세종문화회관에서 10주년 공연을 하게 됐다. 개막 직전까지도 (코로나19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공연을 올릴 수 있었다 인사를 전했습니다.
 
<모차르트!>는 오스트리아 뮤지컬이지만, 국내 공연은 음악과 대본의 판권만 구입하는 스몰 라이선스방식으로 제작됐습니다. , 무대·의상 등을 비롯한 연출은 새롭게 재창작을 하는 것인데요. 김지원 부대표는 원작을 카피하지 않으면서도 작품을 훼손하지 않았다는 원작자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어려운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뮤지컬 <모차르트!> 공연 장면

<모차르트!>가 공연되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객석 3022석에 가로 22m, 높이 12m의 프로시니엄 무대를 자랑하는데요. 이 거대한 무대를 채우기 위해 매회 배우 40여 명과 스태프 100여 명, 28인조 오케스트라까지 170여 명의 인원이 투입됩니다.
 
<모차르트!>의 화려한 무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시죠.
 

무대
볼프강의 자유로운 영감을 표현한 유선형 세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서숙진 디자이너

클래식한 시대의 특성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내는 것.” 서숙진 무대 디자이너는 이번 <모차르트!> 무대 콘셉트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각 인물의 특성에 맞춰 그들의 공간을 디자인했다는데요. 볼프강의 공간은 자유로움무한한 영감이란 키워드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실제 볼프강이 악상이 떠오르면 아무 곳에나 음표를 받아 적었다는 일화에 착안해, 유선형의 악보 세트 위에 다양한 색채와 음표를 영상으로 표현했죠.

<모차르트!> 콜로레도 대주교의 장면

반면 아버지 레오폴트의 공간은 규율에 맞춰 사는 그의 성격에 맞춰 직선적이고 딱딱한 느낌으로 디자인됐습니다. 볼프강에게는 감옥같이 느껴지도록요. 한편 미래지향적이고 과학적인 콜로레도 대주교의 공간은 시계태엽과 톱니바퀴를 활용해 디자인됐습니다. 또한 귀족들의 공간은 새나 구름을 사용해 그들의 허상 같은 낙원을 강조했고, 반대로 서민들이 모이는 선술집 공간은 나무뿌리 같은 자연적인 소재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베버 가족의 집은 되는 대로 살아가는 이들의 성격을 반영해, 유랑 마차 같은 콘셉트로 디자인됐습니다. 마차의 뒷면은 프라터 공원의 무대로도 활용됩니다.
 
이런 무대가 탄생하는 데는 1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서숙진 디자이너는 작년 8월부터 아드리안 오스몬드 연출가와 회의를 시작했다. 지난 1월엔 절반 크기의 세트를 제작해서 영상과 조명 테스트를 거쳤다. 배우 동선이나 음악과 합을 맞추는 과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극장을 따로 대관해서 세트를 설치해놓고 큐를 만들기도 했다 설명했습니다.
 

영상과 조명
<모차르트!> '마술피리' 장면 영상 시연

극 중 영상은 모차르트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천재성을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송승규 영상 디자이너“‘나는 나는 음악장면에서 음표와 다양한 색채로 표현됐던 천재성이 2마술피리장면에서 극대화된다 설명했습니다.

<모차르트!> 중 '황금별' 장면

조명 역시 캐릭터들의 성격을 표현하는 데 빠질 수 없는 요소인데요. 구윤영 조명 디자이너캐릭터마다 각각 부여된 색깔이 있다 설명했습니다. 볼프강은 열정과 피를 상징하는 빨간색과 순수함을 상징하는 하얀색으로 표현됩니다. 반면 아마데는 상상 속의 인물이기 때문에 옛날 사진 같은 노란색을 사용했죠. 볼프강의 누나 난넬은 따뜻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호박색으로, 반면 레오폴트는 차가운 화이트블루로 표현됐습니다. 콜로레도는 합리성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동시에 담은 그린블루로, 콘스탄체는 모차르트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바이올렛으로 설정됐죠. 마지막으로 황금별 노래하는 남작부인은 아마데와의 연관성을 표현하기 위해 노란색으로 설정됐습니다.
 

소품

<모차르트!>에는 200개가 넘는 소품이 사용됩니다. 배우들의 동선에 맞춰 무대 상·하수에 소품들을 배치해놓고, 스태프 2명이 타이밍에 맞춰 배우들에게 전달하죠. 조윤형 소품 디자이너시대 고증을 바탕으로 무대 콘셉트에 맞게 퓨전한다 소품 디자인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모차르트!>에서 사용되는 4개의 마법 상자 소품

<모차르트!>에서 가장 중요하고 상징적인 소품은 아마 어린 아마데의 마법 상자일 텐데요. 관객들이 보기에는 전부 똑같은 상자 같지만, 실제 공연에서는 총 4개의 상자가 사용됩니다. 장면마다 필요한 각기 다른 기능을 갖춘 건데요. 첫 장면에 나오는 상자는 스위치를 켜면 조명과 안개가 나와 아마데의 천재성을 표현합니다. 아마데가 늘 들고 다니는 일반 상자에는 깃펜과 악보가 들어있는데요. 순수함을 상징하는 하얀 깃펜은 오직 아마데만 사용한다고 하네요. 다른 하나는 레오폴트가 바닥에 내려치는 상자로, 망가지지 않게 보다 견고하게 제작됐습니다. 마지막 상자는 난넬이 들고 나오는 상자로, 또 다른 조명이 들어옵니다.
 
레오폴트의 책상은 아마데가 연주하던 작은 바이올린과 아마데가 작곡한 악보, 연주 여행을 다닐 때 쓴 추억의 물건들과 아내의 사진 등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모차르트!> 콜로레도 실험실 장면에 등장하는 뇌 소품

이번 공연에선 콜로레도의 실험실에서 사용되는 뇌 컬렉션 등의 소품이 새로 추가되었는데요. 한편 시계태엽 모양을 한 콜로레도의 마차는 실제 전동차를 개조해서 만든 것으로,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이 오토메이션으로 운전한다고 합니다.
 
2막 후반 모차르트! 모차르트!’ 장면에서 앙상블 배우들이 공중에 뿌리는 악보도 인상적인 소품인데요. 이때 사용되는 악보는 총 200여 장으로, 실제 모차르트가 작곡한 악보가 인쇄되어 있습니다. 여러 번 쓸 수 있도록 두꺼운 재질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의상
<모차르트!> 의상에 대해 설명하는 한정임 디자이너

<모차르트!>의 의상은 지난 10년간 매 시즌 참여했던 한정임 디자이너가 담당했습니다. <모차르트!>에는 세트로 300, 개별로는 500벌 이상의 의상이 등장합니다. 권력과 부를 옷으로 표현했던 로코코 시대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의상의 볼륨감과 디테일이 돋보이는데요.

<모차르트!> 빨간 코트 의상
그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의상은 모차르트의 빨간 코트입니다. 이 코트를 통해 모차르트의 삶의 여정을 표현하려고 했다는데요.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어린 아마데가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에게 코트를 받는 장면을 추가해서 그 의미를 부각시켰습니다.
 
앙상블 배우들은 한 명당 8~10벌의 의상을 입기도 하는데요. 때문에 무대 의상을 신속하게 갈아입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의상 교체는 무대 앙 옆에 위치한 퀵 체인지 룸에서 이루어집니다. 6명의 스태프가 대기하고 있다가 의상 교체를 돕는데요. 빠르게는 10초 안에 갈아입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동안 땀과 눈물로 지워진 분장까지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배우 한 명의 퀵 체인지에 스태프 4명이 동원되기도 합니다. 이때 배우들이 물을 마시기도 하는데, 스태프들이 그날의 배우 컨디션을 체크해 물 온도까지 맞춘다고 하네요. 의상이 망가지는 비상사태를 대비해 스태프들은 늘 실과 바늘, 옷핀을 준비합니다.
 
공연이 끝나면 의상은 늘 열연한 배우들의 땀으로 젖습니다. 때문에 매회 세탁을 하는데요. 하루 2회 공연을 하는 날에는 그 사이에 빠르게 드라이 세탁을 하거나 손빨래를 해서 건조한다고 합니다.
 
가발과 분장

<모차르트!>의 가발과 분장은 지금까지 여섯 시즌에 모두 참여한 김유선 디자이너가 담당했습니다. 김유선 디자이너는 극장이 커서 분장은 디테일이 안 보이기 때문에 가발에 더 집중한다 설명했습니다.

<모차르트!> 공연에 사용되는 가발

이번 <모차르트!> 공연에 사용되는 가발은 110여 개입니다. 그중 볼프강만 시대와 동떨어진 디자인의 가발을 착용하는데요. 지금까지 드레드(레게) 머리부터 미소년같은 가발까지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하다가, 지금의 디자인으로 정착했다고 합니다.
 
연출가와의 회의를 통해 의상 디자인이 정해지면, 그에 맞춰 가발이 디자인됩니다. 가발은 배우의 두상에 맞춰 제작되기 때문에, 같은 배역이라 하더라도 한 가발을 돌려쓸 수 없다고 합니다.
 
가발 역시 의상처럼 공연 중간에 교체하기도 하는데요. 5명의 스태프가 배우 40여 명의 분장과 가발 교체를 담당한다고 합니다. 김유선 디자이너는 "어떤 배우는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핀이 녹슬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모차르트!> 공연에 사용되는 가발 스티머

김유선 디자이너가 특히 강조한 것은 대형 오븐처럼 생긴 가발 스티머였습니다. 가발 건조와 스타일링을 일반 헤어 드라이기보다 훨씬 빠르게 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인데요. 국내 공연계에선 잘 사용되지 않던 것을 김유선 디자이너가 20여 년 전 청계천을 한참 돌아다닌 끝에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스태프들의 노력 끝에 우리가 보는 화려한 무대가 만들어집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모차르트!>202089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됩니다.

뮤지컬 <모차르트!>

2020.06.11 ~ 2020.08.09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8세 이상 관람가
공연 시간 175분

김준수, 박은태, 박강현, 김소향, 김연지, 해나, 민영기, 손준호, 신영숙, 김소현, 윤영석, 홍경수, 전수미, 배다해, 김영주, 주아, 문성혁, 이상준 등 출연

올댓아트 정다윤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사진|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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