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들의 수다] ‘더블 K’로 의기투합 김대희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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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09.06.09. 오전 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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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

“야심차게 개그콤비 결성…독하게 웃길래요”

터진다. 웃음이 빵 터진다.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개국공신’인 김대희(35), 김준호(34)는 만나면 그냥 웃긴다. 수식어가 필요 없다. 의미 없이 무조건 웃기는 개그를 좋아하는 두 사람은 ‘개콘’을 현재의 위치에 있게 한 1등 공로자이다. 주거니 받거니 툭툭 던지는 말을 모두 방송 아이디어로 사용할 만큼, 개그 감각이 탁월하다. 개그맨들 표현을 빌리면 ‘선수감’이 좋은 이들이다.

후배 개그맨이 담배를 사러 갔다가 어리다는 오해를 받은 사연으로 “너는 애도 아니고 어른도 아니여”라고 말하다 ‘같기도’ 코너를 만들었다. 방송 섭외가 하나도 안 들어올 때는 서로 대화만 하며 개그 코너를 100개나 만들었다. 그들에게는 언제나 대화가 필요했다.

개그계의 마르지 않는 샘, 김대희, 김준호의 대화에 스포츠동아가 끼어들었다.

- 이정연 기자 (이하 이 기자) : 김대희(KBS 공채 14기 개그맨), 김준호(SBS 공채 5기)는 나이도 다르고 공채 방송사도 다른데, 친하다.

김준호 (이하 준호) : KBS에서 특채 기수(14기)를 받고 형과 친해졌다. 개그맨은 공동체 성격이 강하다. 작품 하나를 해도 톱니바퀴가 맞아야 하기 때문에 기수를 준다. 이젠 눈빛만 봐도 안다는 말이 식상할 정도로 대희 형과 친하다. 닮았다고 오해도 많이 받았고(웃음), 심지어 대희 형이 출연한 영화 ‘유감스러운 도시’가 내 프로필로 소개되는 경우도 봤다.

- 변인숙 기자 (이하 변 기자) : ‘개콘’ 원년 선배로서 다른 점이 있다면?

김대희 (이하 대희) : 준호하고 나는 초창기 때부터 아이디어 짜는 법이랄까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었다. ‘개콘’ 초기에 새벽 3-4시부터 하루 10시간씩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 그때는 백재현, 심현섭 인기가 높았다. 우리는 ‘사바나의 아침’에도 나왔는데, 사실 아무도 모른다.

준호 : 그래도 대희 형은 “사랑한데이”라는 유행어가 떴다. 당시 바닷가에 놀러갔는데, 5명이 몰려와서 사인을 받으려고 했다. 같이 간 아버지가 좋아하던 찰나, 5명이 동시에 “너를 사랑한데이”면서 대희 형 흉내를 냈다. 생김새가 전혀 닮지 않았는데 많이 헷갈려 하신다. (웃음)

- 이 기자 : 요즘 ‘코미디쇼 희희낙락’에서의 ‘김준호의 합성쇼’가 화제다.

준호 : 뭔가 큰 웃음거리를 줄 ‘거리’를 찾다가 톱스타들이 많이 출연한 ‘박중훈 쇼’를 보고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합성 토크쇼도 토크쇼인 만큼 ‘게스트의 힘’이 먹혀줘야 한다. 김태희를 싸움꾼으로, 이순재를 핑클 팬클럽 회장으로, 소녀시대를 사채조직으로 둔갑시켰더니 반응이 좋았다.

대희 : ‘김준호의 합성쇼’도 어렵던 시절 둘이 머리 맞대고 짜낸 아이디어 중 하나다. 나는 신봉선과 ‘대화가 필요해’로 인기를 얻었으니, 이제는 준호가 사랑을 받아서 좋다. 하하하.

변 기자 : 그렇다면 ‘대화가 필요해’이후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대희 : 5개월 정도 ‘개콘’에서 휴식기(?)를 가지고 있다. 현재 아이디어 구상중이다. 그 코너가 워낙 인기가 많았고, 오래했다. 10년 간 ‘개콘’만 했는데 딜레마에 빠졌다. 이러다 나이가 40대, 50대 되도 ‘개콘’ 하면 행복하겠지만, 다른 장르를 개척해 병행하고 싶다. 개그는 물론이고 연기도 계속하고 싶다.

- 이 기자 : 두 사람이 함께 개그를 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준호 : 이번에 우리의 성을 따서 ‘더블 K’를 조직했다. 이름만 지어놓고 아무 곳에서도 섭외가 안 들어와 문제다. 연령제한을 두는 코미디를 하고 싶다. 웬만큼 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욕’ ‘똥’ ‘섹스’ ‘정치’ 등 모든 제재가 다 들어가는 독한 개그다. 무대만 있으면 하고 싶다.

- 변 기자 : 나중에 ‘더블 K’ 공연 전용관도 생기면 좋겠다. ‘더블 K’ 입에 착 달라붙는 외우기 쉬운 이름이다.

대희 : ‘더블 K’의 최종 목표는 코미디 영화 제작이다. ‘유감스러운 도시’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 시나리오 집필, 기획, 연출까지 맡고 싶은 욕심이다. 연기 쪽에서 개그맨이 가진 능력을 푸는 사람이 되는 게 꿈이다. 임하룡 선배가 풀고 계신데 그 역할을 우리 ‘더블 K’도 할 작정이다.

- 이 기자 : 김준호와 김대희는 서로를 어떻게 평가하나?

대희 : 준호는 인간성이 좋아서 모든 사람들이 다 좋아한다. 자기가 가진 걸 모조리 다 퍼주는 스타일이다. 후배들을 끌고 나가는 리더십도 있고, 개그계 대통령? 참모? 그렇다.

준호 : 대희 형은 남자답다. 난 A형인데, 형은 B형이다. 난 생각이 많고, 대희 형은 직접 행동 한다. 개그맨은 네 종류가 있다. 아이디어가 좋고 연기 잘 하는 개그맨이 있고, 아이디어만 좋거나 연기만 좋거나, 아예 둘 다 못하거나 그렇게 네 가지다. 형은 둘 다 잘 한다.

- 변 기자 : 둘 다 잘하는 후배들을 꼽는다면?

준호 : 버라이어티 잘 하고 있는 후배들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모두 잘 한다. 가령 (유)세윤이는 건방지고 싸가지 없는 콘셉트다. 우리를 막 때리고 그런다. 세윤이가 대희 형 뒤통수 ‘빡' 치고는 “방송 살았어. 살았어”라고 한다. 친해지니깐 귀엽고 웃긴다.

대희 : (신)봉선이는 개그도 잘 하고 성격도 착하다. 클 수 밖에 없다. 한결같은 사람이다. 개그감이 있는 애들은 기다리면 된다. (왕)비호나 (안)영미도 무명 때 엄청나게 웃겼다. 비호는 자료 조사나 실험도 열심히 한다. 결국 인정받았다. 지금도 묻힌 애들이 너무 많다. 사람이 살다보면 기회는 결국 온다고 생각한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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