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는 '북한'… 다시 들춰내는 정치권 이념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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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색깔론전쟁①] 한국당 비대위는 국가주의
정치권에서 또다시 색깔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국가이념 정체성과 사회주의라는 단어를 꺼내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대대적인 색깔론 공격에 나가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이 또 다시 실패한 색깔론을 꺼내들었다며 한국당의 원색적인 색깔론 공격을 비판하고 있다. 잊을때만 하면 등장하는 색깔론 공방. 여전히 북한에 우호적인 발언이 일순간 종북주의자로 낙인 찍히는 2018년 색깔론 논쟁을 들여다 봤다.

◆키워드는 ‘북한’, 다시 들춰내는 이념갈등

2일 국회에 따르면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달 24일 강원랜드 상임 감사위원 후보에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 주범인 황인오씨가 포함됐다는 보도와 관련,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국가이념 정체성이 모호한 정부”라고 색깔론 공격에 나섰다.

김 원내대표는 “국가 이념 정체성이 모호한 문재인 정권이지만 간첩 실형을 받고, 자신들이 사면시킨 사람을 강원랜드 감사로 모시고자 하는 것은 해도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고 목청을 높였다.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의 주범인 황씨가 공기업인 강원랜드 상임 감사위원 후보 중 한명으로 검토되고 있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 이재문 기자

황씨가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것을 사실이다. 하지만 황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실상을 접하고는 무엇보다 북한의 경제 체제와 세습, 우상화 이런 것들은 남한 사회의 문제보다 더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해 자신의 행위를 정당하다고 주장하지 않았고 스스로 잘못을 인정했다.

하지만 같은당 김석기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올해 국방백서에서 ‘북한은 주적’이라는 표현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언론보도와 김상곤 교육부장관의 정책보좌관이 국가보안법상 불법이적단체 정책위원장이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권의 이념적 지향성에 대해 큰 의문을 갖게 하는 일이 많다”고 색깔론 공격에 동참했다. 성일종 의원 역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경제정책을 “실패한 남미국가들의 세금주도성장”이라고 규정하며 과거 홍준표 전 대표가 ‘국민 세금을 모아 공산주의, 배급주의 형태로 나눠 먹는 사회주의적 분배 정책을 쓰고 있다’는 발언에 동조하는 주장을 했다.

◆대선, 지방선거 가리지 않고 등장한 색깔론

한국당은 지금까지 선거를 앞두고 각종 색깔론을 들어나온 전력이 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TV토론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 기무사에 국가보안법 폐지 지시했죠?”라고 물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2003년 기무사령관한테 한 적은 없고, 열린우리당에서 폐지를 노력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이어 “집권해도 국가보안법 폐지 안하겠네요?”라고 끈질기게 색깔론을 물고 늘어졌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에서 한국당은 색깔론을 주장하며 정부여당에 날선 공격을 해왔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1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등 북한예술단 사전점검단의 방남 당시 남측의 의전 방침에 대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무슨 특별한 관계이기에 정상외교도 아닌데 급을 뛰어넘는 의전에 우리 국민은 아연실색하고 있다”며 “현송월 단장이 나타나면 우리 정부는 레드 카펫을 깔아주느라 정신없는 1박 2일이었다”고 색깔론으로 혹평했다.

홍문표 의원도 당시 “북한이 체제 선전 연출을 위해 예술단을 파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974년 8월 15일 재일교포 문세광의 ‘육영수 피살 사건’이 벌어진 국립극장을 북한이 공연장으로 선택해 체제 선전장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게 홍 의원 주장의 요지다.홍 전 대표는 당시 전국 주요 시도당 신년인사회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을 ‘사회주의식 배급체제’로 규정하는 한편, 헌법개정 방침에 대해서도 ‘좌파사회주의 경제체제’라며 색깔론 비판에 전념했다.

◆실패한 색깔론, 또다른 이념전쟁 ‘국가주의’

그동안 한국당의 ‘색깔론’ 공격은 각종 여론조사의 지지율 하락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때문에 올해 지방선거 패배 이후 홍 전 대표가 물러간 뒤 김 원내대표는 “수구·냉전적 보수를 다 버리고 합리성에 기반한 새로운 이념적 지표를 세워가겠다”며 사실상 색깔론 공격을 포기했지만 또다시 색깔론이 등장하며 ‘공염불’이 됐다는 비판에 봉착했다.

이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이후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국가주의’를 들고 나와 문재인 정부 행보 비판에 주력하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문재인 정부를 ‘국가주의’ 정부라 비난하며,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17일 취임사에서부터 “우리 사회 곳곳에 국가주의적 경향이 있다”며 “연방제에 가까운 분권화를 말하는 문재인 정부조차 국가주의에 입각한 법이 그냥 통과되고 공포됐다”고 비판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연합뉴스

지난달에는 “제가 들어서면서 국가주의 논쟁을 던지고 그에 관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건 제가 의도했던 것이고 새로운 정책을 대안으로 내놓고 일종의 탈국가주의적 관점에서 정리하는 작업이 큰 혁신의 방향이자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선 7일에는 ‘탈국가주의’ 법안을 패키지로 제시하며 “잘못된 프레임 속에서 나오는 갖가지 정책들을 이번 정기국회 법안·예산안 심사에서 당이 혼연일체가 돼 막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 비대위원장이 이야기하는 국가주의라는 또다른 비판전략에도 한국당에서는 또다시 색깔론이 고개를 들며 홍 전 대표 체재를 연상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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