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군과 싸웠던 아버지도 송이버섯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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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9.27. 오후 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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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백호부대 일원으로 활약했던 아버지... '기대반 걱정반'이었는데

[오마이뉴스 글:김현자, 편집: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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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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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7일 오후 8시 7분]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이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줬다는 선물 '송이버섯 2톤'을 4000명의 이산가족에게 500g씩 보낸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솔직히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기대'는 이해하겠는데 '걱정'은 왜 하냐고요? 평생을 소박하고 욕심없이 살아오신 아버지이지만, 송이버섯은 꼭 받고 싶으셨을 겁니다. 그런데 이산가족이 좀 많나요. 그래서 행여나 우리 아버지가 못 받으시면 어쩌나 걱정했습니다.

한국전쟁 그 몇 년 전, "입대(인민군) 아니면 만주로 추방" 위기에서 당시 북한 지역에서 맹위를 떨쳤다는 백호부대 일원(북한 지역 내 인민군 대항 세력)이 되고자 고래(아궁이 안쪽) 속에까지 숨어 밖에서 들여보내주는 물과 소금과 주먹밥으로 지냈다는 아버지.

백호부대 일원이 돼 밤이면 인민군과 싸우고, 낮이면 목까지 하반신 전체를 구덩이에 묻은 채 고개만 내놓고 나뭇가지 등으로 은폐하기를 반복하셨답니다.

1.4 후퇴 첫 배로 내려와 수색중대에 복무, 김일성고지나 백마고지는 물론 스탈린고지, 레닌고지 등 수많은 전투에서 살아남아 전역한 아버지.

93세의 아버지(1926년생). 20대에 떠나온 고향 원산에도 송이버섯이 많았다고 이야기하시곤 했습니다.

"부모님은 연로해 돌아가셨을 것이다. 누나나 조카, 동갑내기 육촌이 혹시 살아있을까. 꿈에 고향 땅에 셀 수 없이 가곤했다. 언젠가는 아예 왔다고 좋아하다 깨기도 했다. 단 한 번, 아주 잠깐이라도 고향 땅을 밟아보는 것이 소원이다."

이런 고향 땅에서 자란 송이버섯이 아버지에게도 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덕분에 이번 명절은 더 없이 따뜻하고 감사하게 와닿습니다. 모두 즐겁고 건강한 명절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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