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이어 중학교까지? 교문에 내건 'SKY 자랑'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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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취재] 인권위와 교육부는 자제 요청했지만 중학교까지 ‘특혜고 입학’ 자랑

[오마이뉴스 윤근혁 기자]

 서울 D중학교가 붙인 합격 현수막.
ⓒ 제보자

"합격을 축하합니다. 서울과학고 ○○○,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 하나고 ○○○, 대일외고 ○○○, 서울국제고 ○○○."
 
서울 종로구에 있는 사립 D중 정문 옆 울타리. 지난 8일 현재 이곳에 걸려 있는 현수막 글귀다. 정부가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특혜고의 합격자 이름이 실명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 학교가 직접 내건 것이다.
 
중고교 공사립 막론하고 합격 현수막, 속사정은?
 
인천 남동구에 있는 공립 N중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 2월초까지 "고교 합격을 축하합니다. 과학고 2명, 국제고 3명, 하늘고 2명…" 등의 글귀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정문에 내건 바 있다.
  
 충북 S고 총동문회 등이 내건 합격 현수막.
ⓒ 제보자

  
 인천 N중학교 붙인 합격 현수막.
ⓒ 제보자

 
 대구 C고가 붙인 합격 현수막.
ⓒ 제보자

'SKY 합격 현수막' 현상이 고교는 물론 중학교에까지 번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고교들의 현수막 자랑도 여전하다.
 
대구 북구에 있는 공립 C고도 지난 8일 현재 '2019 대학 입시 결과'란 글귀를 맨 위에 적은 현수막을 게시하고 있다. 붉은 바탕엔 "서울대 ○○○, 연세대 ○○○, 고려대 ○○○"이라고 실명을 적어 놨다.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되어 범죄에도 악용될 가능성이 있게 해놓은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강원도 Y고와 J고도 학교 차원에서 비슷한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충북 S고 총동문회와 학부모회는 학교 주변은 물론 지역 학생회관 근처에도 합격 현수막을 내걸었다. 12일 현재 이 현수막엔 서울대 합격생 두 명의 실명이 적혀 있다.
 
이 같은 현수막들은 전국에 있는 현직 교원 등이 기자에게 사진을 직접 찍어 보낸 것이다.
 
하지만 학교의 'SKY 자랑' 현수막은 국가인권위와 교육부 권고 위반 행위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2015년 1월과 2012년 10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특정학교 합격을 홍보하는 것은 그 외의 학교에 입학하거나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학생에게 소외감을 줄 수 있다"면서 "교육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권위는 "무엇보다 특정학교에 대한 진학을 홍보하는 행위는 학벌주의를 부추기고 차별적인 문화를 조성할 수 있다"면서 "교육청에 특정학교 합격 홍보물 게시 행위를 예방하고 지도 감독하도록 협조를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권고를 받은 교육부도 '합격 현수막 게시 행위' 자제를 담은 공문을 교육청에 보내기도 했다.
 
현수막 내건 관리자들 "주변 사립학교가 붙여서"-"학부모가 원해서"
 
그렇다면 왜 이런 현수막 게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일까? 서울 D중 교장은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나도 합격 현수막이 그런 우수한 학교에 속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알고는 있었다"면서도 "합격한 학생과 학부모가 이름을 올려달라고 요구해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N중 교감도 "학부형들이 우리 학교가 수월성 교육이 전혀 안 되고 있다고 알고 있어서 현수막을 붙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구 C고 교장도 "주변 사립학교에서 현수막을 다 붙이는 것 보고 그냥 가만 있으면 학부모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 한 번 붙였다"고 해명했다.
 
기자와 전화통화를 한 이들 학교 교장과 교감은 모두 "합격 현수막에 대한 인권위 차별 시정 권고를 알고 있다. 빨리 떼겠다"고 밝혔다.
 
김홍태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실장은 "소위 '이름난 학교'인 SKY 합격을 자랑하는 현수막을 학교가 내 거는 행위는 교육기관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면서 "그런 학교에 합격하지 않은 다수의 학생들은 그 현수막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겠느냐. 학교가 학벌 조장 현수막으로 위화감을 조성하는 이런 식의 홍보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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