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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클래식 13. 올 때는 달달하니 메로나, 빌라 로부스의 칸틸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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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냥이

공식

2020.04.29. 10:0651 읽음

안녕하세요. 클래식 칼럼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로 활동 중인 박소현입니다. 네이버 블로그의 '프로그램 노트에 담긴 클래식'을 맛있게 각색하여 올리고 있으니 원글도 많은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남자 주인공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늦은 밤에 슬픔에 몰래 흐느끼는 장면에서 등장하며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배경 음악, 가슴 깊은 곳에 슬픔을 간직한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기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이 곡은 핀란드의 음악학자 '에로 타라스티 (Eero Tarasti, 1948-)'가 분석하기 힘든 마력을 지닌 '블랙 박스'라고도 표현했던 작품입니다.

필자가 직접 연주한 Villa Lobos - Cantilena (Aria) for Viola & Piano

이 곡은 바로 브라질을 대표하는 클래식 작곡가인 '빌라 로부스 (Hector Villa-Lobos, 1887-1959)'의 '칸틸레나 (Cantilena)'라는 8대의 첼로와 소프라노를 위한 곡입니다.

'빌라 로보스'라고 많이 불리기도 하는 브라질의 대표 작곡가 '빌라 로부스'는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와 아마추어 음악가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11세에 가출을 하여 유랑 극단에 들어가 독학으로 악기와 작곡에 대한 지식을 쌓았고, 18세가 되자 브라질 오지로 들어가 민속 음악을 연구했습니다. 모든 인류를 잇는 줄이 '바흐의 음악'이란 믿음을 가졌던 빌라 로부스는 바흐 음악의 뼈대인 대위법 양식을 바흐의 푸가에서 받아와 브라질 민요의 특징과 리듬을 살과 영혼으로 붙여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적 특징을 완성시켰습니다.

빌라 로부스 [출처: http://wxxi.org]

빌라 로부스가 직접 편곡한 작품 역시 작품번호에 넣느냐 아니냐에 따라 800-2000편의 방대한 작곡 활동을 하였던 빌라 로부스의 가장 대표적이면서도 최고의 작품으로 칭송받는 작품이 바로 그가 1930년부터 1945년까지 15년간 다양한 악기들을 조합하여 작곡한 9개의 '브라질 풍의 바흐 (Bachianas Brasileiras)'입니다.
그 작품들 속에서도 가장 유명한 '칸틸레나 (Cantilena-Aria)'는 '작은 가곡'이란 뜻의 이태리어로, 브라질 풍의 바흐 5번의 첫번째 곡입니다. 몽환적이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의 '브라질 풍의 바흐'의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으로도 평가받는 칸틸레나는 '8월의 크리스마스' 뿐만 아니라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벨 칸토'와 같은 영화나 드라마, CF의 배경 음악으로 쓰여 우리의 귀에도 매우 익숙해졌습니다.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정경 [출처: http://econews.com]

칸틸레나의 전반부와 마지막은 '보칼리제 (Vocalise)'로 작곡되었습니다. 보칼리제는 가사가 없이 '아아~'나 '우우~'로만 부르는 창법을 뜻하며, 중반부에는 이 작품을 처음 노래했던 브라질의 여류 시인이자 성악가였던 '루트 코레아 (Ruth Valadares Correa, ?-?)의 시가 읊어집니다.

'저녁, 아름답게 꿈꾸는 허공에 투명한 장미빛 구름이 한가로이 떠있네.
달은 달콤하게 땅거미를 수놓고 있네. 꿈꾸듯 어여쁜 화장을 한 아가씨처럼..
온 세상은 하늘과 땅을 향해 소리지르고 달의 불평에 모든 새들은 침묵하네.
그리고 바다는 달의 광채만을 반사하고 있네.
부드럽게 빛나는 달은 이제 막 깨어났고,
잔인한 고통은 웃음과 울음 소리조차 잊었네.
저녁, 아름답게 꿈꾸는 허공에 투명한 장미빛 구름이 한가로이 떠있네..

식민지의 고통과 울분이 꾹꾹 눌려져서 초월해 버린 듯한 이 곡은 브라질 특유의 열정이 넘쳐 흐르지만, 그 속에서 기괴할 정도로 슬프고도 에로틱한 선율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인의 피에 흐르는 한'과도 묘하게 닮아있기에 애처로우면서도 아름다운 멜로디로 우리를 다독여주는 곡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슬픔에 가득하거나 마음이 우울할 때 어떤 음식을 먹으며 마음을 달래곤 하시나요? 보통 달달한 간식이나 디저트를 먹으며 기분 전환을 꿈꾸지 않으신가요?
제가 이 곡과 함께 추천하고 싶은 음식은 바로 '메로나'입니다.

메로나 [출처: 티몬]

갑자기 메로나? 라고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메로나는 1992년에 빙과류로 유명한 주식회사 '빙그레'에서 출시한 멜론 맛 아이스크림으로 다양한 연령층에게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아이스크림이죠.
이 '메로나'가 브라질에서 다른 아이스크림들에 비하여 2-3배나 가격이 비싸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우리나라에서는 오리지널인 멜론맛 메로나가 가장 많이 팔리고 멜론맛을 제외하고는 구경하기도 쉽지 않지만, 브라질에서는 멜론맛 뿐만 아니라 망고맛, 바나나맛, 딸기맛 등 다양한 과일 맛의 메로나가 수출되며 브라질 국민 아이스크림의 대열에 올라섰다고 합니다.

브라질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메로나 [출처: 머니 투데이]

브라질의 국민 작곡가 '빌라 로부스'의 '칸틸레나'를 듣고 있으면 깊은 심연에서 올라오는 심란한 마음에 달달한 음식을 입에 쏙~ 집어넣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많은데요.
이 때 브라질에서도 큰 사랑을 받는 우리나라 대표 아이스크림 중 하나인 메로나를 먹으면 음식과 음악의 미묘한 조화를 통하여 위로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빌라 로부스의 칸틸레나 오리지널 버젼의 연주 [출처: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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