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지방선거보다 '이재명-안철수 대결'에 관심
지방선거 30일 전인 5월2일부터 8일까지 1주일간 신문 지면을 분석한 결과 '지방선거'가 언급된 기사는 총 256건입니다. 하지만 기사의 주제와 비중을 고려했을 때 지방선거 보도로 볼 수 있는 기사는 83건(32%)입니다. 나머지 기사를 분석한 결과 재보궐선거 56건(22%),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30건(12%), 인사청문회·인선 26건(10%),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행보 15건(6%), 기타 46건(18%) 순입니다. 재보궐선거,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등 이슈가 지방선거 언급 기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국회의원 7명을 새로 선출하는 재보궐선거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보도내용을 보면 출마 여부와 출마 예정지를 간보는 정치권 움직임을 받아쓴 기사가 대부분입니다. 동아일보 <윤측, 안철수에 분당갑 출마 제안… 국힘은 "험지 계양을 나서야">(5월2일 윤다빈․강경석․전주영 기자)는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성남과 인천 중 어느 곳에 출마할지 집중한 보도이고, 동아일보 <이, 계양을 등판 초읽기… 민주 "전략공천 열어놨다">(5월5일 김지현 기자), <이재명-안철수, 당권 앞으로… 대선 두달만에 정치복귀>(5월7일 허동준․윤다빈 기자)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방'이 주인공인 지방선거가 되기 위해서 지역민 목소리, 즉 민심을 충분히 담을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1주일간 지방선거를 주로 다룬 보도 83건에서 유권자 민심이 얼마나 담겼는지 살펴봤습니다. 여론조사를 인용한 보도도 시민 의견을 담았다고 판단해 '민심이 있다'로 분류했습니다. 그 결과, 83건 중 유권자 목소리는 23건의 기사에서 총 30차례(중복 포함) 언급됐습니다. 나머지 60건의 기사에선 유권자를 찾아볼 수 없던 겁니다. 지방선거는 중앙 이슈에 밀려 충분히 보도되지도 못했는데, 유권자인 지역민 목소리는 언론에서 더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언론이 민심을 알아보는 방식은 여론조사, 그중에서도 후보 지지율 조사 결과에 국한됐습니다. 민심이 등장한 30회 중 21회(23%)는 후보 지지율 수치를 옮겨 쓴 방식이고, 직접 시민이 기사에 등장한 경우는 3회(3%)에 그쳤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쓰면서 단순 지지율 외에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답변한 수치도 인용했는데요. 이 질문은 대부분 부동산에 국한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일례로 조선일보 <오세훈, 강남 이어 강북서도 앞서… 송영길, 40대만 51.6%로 우위>(5월3일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는 서울·경기·인천 유권자를 대상으로 해당 광역자치단체장과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를 전한 내용인데요. 후보 지지율 외에 '부동산 정책을 가장 잘 추진할 후보'를 묻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전했습니다.
지지율 중심의 민심 살피기는 '정책'이 아닌 '인물' 위주 선거를 부추길 수 있습니다. 지지율은 후보에 대한 '호오'만 드러낼 뿐, 지지하는 후보의 어떤 정책을 왜 선호하는지, 어떻게 평가하는지, 어떤 정책이 더 만들어지길 원하는지 등 민심의 구체적인 내용은 숫자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부동산' 등 특정 이슈에만 국한된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인용하는 방식 또한 민심을 다양하게 알기 어렵고 오히려 왜곡할 위험도 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 특징은 대통령 선거 이후 3개월 만에 치러진다는 점입니다. 2017년 3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이후 대통령 임기 시작이 2월에서 5월로 늦춰졌고, 6월 지방선거와 격차도 줄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방선거가 직전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지방선거 결과가 새 정부 국정과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 많습니다. 언론도 이런 프레임을 그대로 이어 받아 지방선거를 '대선 연장전', '대선 2라운드'라거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갈등 구도를 부각하는 '윤심 vs 명심'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차범위 내 수치로 이대녀·이대남 갈등구도 부추긴 조선
사실상 왜곡하는 방식으로 민심을 전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선일보 <이대녀는 김동연, 이대남은 김은혜 지지>(5월3일 양승식 기자)는 경기지역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하면서 "'이대남(20대 남성)'은 39.6%가 김동연 후보를, 41.1%가 김은혜 후보를 지지한 반면, '이대녀(20대 여성)'는 47.8%가 김동연, 22.6%가 김은혜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고 보도하며 "성(性)별로는 응답이 엇갈"렸다거나 "지난 대선 이후 성별에 따른 20대의 지지 정당이 갈리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지난 대선과 마찬가지로 또 다시 이대녀·이대남 구도를 부추기고 있는 모습입니다.
해당 여론조사는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4월29일부터 5월1일 사이 경기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입니다. 주목할 것은 이른바 '이대남'의 김동연 후보 지지율과 김은혜 후보 지지율 격차는 1.5%p로 오차범위 내 수치란 점인데요. 즉 '이대남은 김은혜 후보를 지지한다'고 단정적으로 표현하며 '성별에 따라 20대의 지지 정당이 갈리고 있다'고 쓰는 것은 오차범위를 무시한 틀린 분석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5월2~7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 미디어오늘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2022 지방선거보도 민언련감시단 모니터 보고서'를 제휴해 게재하고 있습니다. 해당 글은 미디어오늘 보도 내용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