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국내에서는 아주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밸브 코퍼레이션의 <팀 포트리스 2>는 온라인 FPS 게임계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입니다. 만화 같은 그래픽에 개성 있는 9종류의 병과, 강조된 팀 플레이, 점령, 서류 가방 탈취 등 개성 있는 여러 가지 게임 모드 등으로 정식으로 발매되었을 때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 왔으며, 발매된 지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팀 포트리스 2>는 비록 상당히 스케일이 큰 배경 스토리를 갖고 있지만, 게임 플레이에서 이를 알기는 어려운 편입니다. 게임 플레이는 오직, 협동 멀티플레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오직, 가벼운 마음으로 자신이 맡은 병과를 즐기면서 역할을 수행하기만 하면 충분합니다. 그런데, 이런 게임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저들은 한 가지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팀 포트리스 2의 블루 팀과 레드 팀 용병들은 동일인인가, 아닌가?"
한 팀에 같은 병과가 여러 명도 존재할 수 있는 게임에서 뭐가 이상하다는 것인지 의문을 표하는 분도 있을 수 있겠지만, 팀 포트리스 2는 스토리상 철거 업체 레드 팀과 건설 업체 블루 팀이 용병들을 고용하여 전쟁을 벌인다는 내용입니다. 각 팀마다 각각 9명의 용병을 고용하였다는 설정인데, 이러면 당연히 서로 다른 사람들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용병들이 상대 팀의 용병들과 완전히 똑같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차이점이라면 오직 옷 색깔이 레드 팀은 빨간색, 블루 팀은 파란색이란 것뿐입니다. 그렇다고 또 한 명의 사람이 두 팀에 존재하는 것도 참 이상한 일이지요. 그렇다면, 과연 이들은 서로 동일인물일까요, 아니면 생김새만 똑같은 다른 사람일까요?
설정 초기에는 서로 다른 사람이었다, 그러나.....
사실 밸브 코퍼레이션이 초기에 보인 행보를 보면, 확실히 처음엔 레드 팀과 블루 팀의 용병들을 서로 다른 인물이라고 설정해 두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레드 팀과 블루 팀의 전쟁을 관할하는 관리자는 2012년 Pyromania 업데이트에서, 두 팀의 용병들을 "18명의 돌대가리들" 이라고 칭한 적이 있습니다. 한 팀에 아홉 명의 병과가 있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들이 동일인이라면 18명이라고 칭할 이유가 없겠지요. 그리고 WAR! 업데이트에서는, 레드 팀의 데모맨과 블루 팀의 솔저가 서로 친구가 된 것을 깨달은 관리자가 둘 사이를 갈라놓게 되는데, "다른 팀" 인원들끼리의 우정은 허가될 수 없다가 주된 이유였으니 블루 팀 데모맨과 레드 팀 솔저는 연관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스파이를 만나다" 영상에서는, 레드 팀 스파이와 블루 팀 스카웃의 어머니가 불륜관계라는 사실이 밝혀지는데, 역시 레드 팀 스카웃과 블루 팀 스파이와는 관련이 없었습니다. 즉, 초기에는 확실히 이들을 다른 인물로 설정해 두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붕괴되기 시작한 설정
<팀 포트리스 2> 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각 팀의 용병들에 부여된 설정이 서로 융합되기 시작했습니다.
WAR! 업데이트에서 밝혀진 블루 팀 솔저의 성은 "도우" 입니다. 그런데, 이후 메인 스토리가 레드 팀 용병들을 중점으로 진행되게 되는데, 레드 팀 솔저의 성도 "도우" 라는 것이 밝혀집니다. 성씨 정도야 우연히 같을 수도 있지 않냐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2011년 핼러윈 업데이트의 코믹스에서는 레드 팀 솔저의 룸메이트가 마법사 메라즈무스인 것으로 밝혀집니다. 그런데, 같은 해 크리스마스 업데이트 코믹스에서는 블루 팀 솔저의 룸메이트가 마법사인 것으로 나옵니다! 게다가 이 크리스마스 코믹스에서 블루 팀 솔저가 국선 변호사라는 설정이 처음 나오게 되는데, 이후 나온 <달갑지 않은 복귀> 라는 코믹스에선 레드 팀 솔저가 국선 변호사인 것으로 나옵니다. 즉, 한 팀의 병과에 부여된 설정이, 다른 팀에게도 적용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딱히 솔저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2011년 크리스마스 코믹스는 블루 팀의 스카웃, 솔저, 스파이가 주인공이었고, 이들은 어린아이를 납치하려는 산타클로스를 죽이고 도시의 영웅이 됩니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달갑지 않은 복귀> 코믹스는 레드 팀의 용병들이 주인공인데 이들이 산타클로스를 죽인 것으로 나옵니다! 심지어, 2011년의 크리스마스 코믹스를 참조하라는 언급까지 있습니다.
Mann vs Machine 업데이트의 예고편에서는, 레드 팀의 헤비가 레드 팀의 스카웃, 블루 팀의 데모맨을 영입하여 그레이 만의 로봇들과 맞섰습니다. 그러나 <체스보다 더 비참한 운명> 코믹스의 경우, 헤비와 스카웃은 블루 팀 소속으로 등장하며 데모맨은 레드 팀 소속으로 등장합니다.
마지막으로, 위에서 언급했듯이 본래는 레드 팀 스파이는 블루 팀의 스카웃의 어머니와 불륜관계인 것으로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달갑지 않은 복귀> 코믹스에서는 레드 팀 스카웃이 레드 팀 스파이와 자신의 어머니가 불륜관계인 것을 아는 것으로 나옵니다. 심지어, 그 다음 편인 <차가운 불지옥> 편에서는 레드 팀 스카웃이 자신의 친아버지가 레드 팀 스파이라는 악몽을 꾸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 편에서의 레드 팀 스카웃의 어머니는 "스파이를 만나다" 에 등장하는 블루 팀 스카웃의 어머니와 완전히 똑같이 생겼으며, 빨간 옷을 입고 있다는 점만 다릅니다.
결론적으로, 한때 과거에는 두 팀의 용병들을 서로 구분짓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으나 밸브 코퍼레이션이 귀찮았는지, 아니면 다른 팀 병과들의 설정까지 짜려면 너무 방대해질 것을 우려하였는지 지금은 블루 팀과 레드 팀 용병들의 설정이 서로 융합된 상태입니다. 즉, <팀 포트리스 2> 의 블루 팀과 레드 팀 용병들은 사실상 동일 인물로 보아도 괜찮을 것입니다.
* 본 포스팅에서 사용한 팀 포트리스 2 코믹스 이미지는 팀 포트리스 2 위키 한국어판이 그 출처이며, 필자가 번역한 것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