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미디어】 윤지수 기자 = 8.4리터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 거대한 보닛, 6단 수동 변속기... 아메리칸 스포츠카의 상징, 닷지 바이퍼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더욱 빡빡해진 안전 규제와 판매 부진 등이 원인이다. 닷지 바이퍼는 2017년형 모델을 마지막으로 생산이 중지될 예정이다.
바이퍼가 단종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규제다. 미국은 2018년부터 사이드 커튼 에어백을 의무화하는데, 바이퍼 차체엔 커튼 에어백을 넣는 게 힘들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바이퍼의 저조한 판매량도 지적했다. 바이퍼는 지난 2013년 야심 차게 신차로 출시됐지만, 2014년엔 760대, 지난해엔 겨우 676대가 판매됐다. 판매량이 너무 적어 2014년 3월부터 같은 해 6월까지 3개월간 생산을 잠시 중단하기도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바이퍼의 판매 부진에 대해 “기본 가격이 10만달러(우리나라 돈으로 약 1억 1,500만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도 문제였지만, 자동변속기를 아예 선택할 수 없게 한 것도 판매량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바이퍼가 단종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0년 단종된 후 3년간 판매되지 않다가 2013년에 신차로 돌아왔다. 이런 과거 이력 때문에 ‘이번에도 나중에 신차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지금 바이퍼의 판매량이 너무 적어 당분간 신차가 나오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닷지는 바이퍼 단종 및 바이퍼 출시 25주년을 기념해 한정 판매 모델을 출시했다. 총 다섯 종류로 1:28 에디션 ACR, GTS-R 커메모러티브 에디션 ACR, 부두2 에디션 ACR, 스네이크 스킨 에디션 GTC, 딜러 에디션 ACR 등이다. 총 217대 판매될 예정이며, 모두 645마력을 내는 V형 10기통 8.4리터 엔진이 들어간다.
한편, 바이퍼는 1970년대 오일쇼크 이전 대배기량 머슬카의 계보를 잇는 스포츠카로, 지난 1989년 북미 국제오토쇼에서 첫 선을 보였다. 1992년 8.0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달고 정식으로 출시된 후, 쉐보레 콜벳과 함께 미국 스포츠카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매김했다.
바이퍼는 특히 모터스포츠 성과가 돋보였다. 1997년, 1998년 FIA GT 챔피언십과 2000년 롤렉스 데이토나 레이스에서 우승했고, 1998~2000년까지 3년간 르망 레이스 GTS 클래스에서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2000년 ALMS GT 클래스에서도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2008년엔 바이퍼 SRT10 ACR이 뉘르부르크링 노르드슐라이페 서킷에서 7분 22초 1의 기록을 세워 양산차 랩타임 1위에 올랐다. 이어 3년 뒤인 2011년에 같은 서킷을 7분 12초 13만에 주파해 최고 기록을 다시 경신한다. 현재 바이퍼의 뉘르부르크링 최고 랩타임은 7분 3초로, 포르쉐 918 스파이더,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LP 750-4 슈퍼벨로체에 이어 양산차 부문 3위에 올라 있다.
가장 최신 모델인 2016년형 바이퍼 ACR은 V형 10기통 8.4리터 엔진이 들어가 최고출력 645마력, 최대토크 82.7kg.m의 성능을 낸다. 최고속도는 시속 284km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3.4초 걸린다. 바이퍼는 구형의 조악했던 실내 품질을 개선한 새로운 실내와 구형보다 50% 이상 높아진 차체 강성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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