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워킹맘 시즌2

워킹맘,
완벽함보다 더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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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1. 06:0114,983 읽음

워킹맘 마음관리 1.


“아기 오리가 도시락을 싸갖고 소풍을 갑니다. 뒤뚱.”

노래를 부르며 율동을 하던 결이가 멈춥니다. 벌써 세 번쨉니다. “잘 하네. 계속 해봐.”라고 해도 또 같은 말입니다. “아냐. 다시.”

결이는 또래보다 늦게 걷고 늦게 입이 트였습니다. 대신 걷자마자 뛰고 입이 트이자마자 문장으로 말을 했습니다. 출발을 느리지만 따라잡는 속도가 엄청나구나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어린이집 상담에서 선생님이 재미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결이는 교구 작업을 좋아해요. 언제나 열심히 하는데 막상 작업물 보관함을 보면 결이 것만 없어요. 분명히 하는 걸 봤는데 없는 거예요. 이상해서 관찰해보니 결이는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슬쩍 쓰레기통에 버리더라고요.”

선생님은 결이가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느끼고 있던 부분입니다. 뭐든 덤벼드는 웅이와 달리 결이는 눈으로 먼저 익히고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어야 행동으로 옮깁니다. 다른 사람 앞에서 실수하는 걸 싫어합니다. 그런 결이를 보며 남편은 말합니다.

“너랑 똑 닮았어.”

뭐든 하면 잘하고 싶습니다. 안 하면 안 하지 못하고 싶진 않습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압박으로 이어지곤 했지만 그래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더 노력했고, 노력하면 더 잘할 수 있었으니까요.
 
나쁘지 않았습니다. 학생, 직장인 등 몰두해야 할 역할이 한 가지였을 땐 할 만했습니다. 전문가들 또한 완벽주의자들은 스스로 동기부여를 해 성취를 돕는 장점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엄마라는 역할이 더해진 순간 벽에 부딪혔습니다. 직장인과 엄마, 동시에 두 역할에 완벽할 수는 없었습니다.  
 
엄마가 되면 누구나 비슷한 과정을 겪습니다. 엄마는 내 일상과 에너지를 조금 떼어내 해낼 수 있는 역할이 아닙니다. 소중하고도 무거워 기존의 역할을 그대로 유지하며 엄마라는 역할까지 수행하는 것은 묘기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엄마들은 역할 간 조율을 하기보다는 더 열심히 하자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궁금했습니다.  
 
“난 왜 이렇게 힘들지?”

답은 하나였습니다. 완벽하려고 애쓰고 또 애쓰니까요. 기왕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겠다고 선언한 이상 잘해내겠다고 다짐합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목표를 설정한 경우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하다가 달성하지 못하면 크게 실망하고 좌절합니다. 기대가 크면 언제나 실망도 큰 법이니까요. 완벽주의의 역효과입니다.  


그래서 나 스스로에게 실망을 많이 했었습니다. 자책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나에게 실망할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넘사벽'이라는 시쳇말처럼 애당초 넘지 못할 벽을 세우고 그 벽을 넘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꼴이었으니까요. 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이것도 저것도 완벽하게 하려는 마음이 잘못이었습니다. 라이프 코치인 존 에이커프의
“불완전한 모습 그대로 계속 나아가는 일이 완벽함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이 그제야 와닿았습니다.

가끔 롤모델이었던 선배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표를 내는 걸 봅니다. 누구보다 열정적이었기에 당혹스러운 마음에 이유를 물었습니다.  "더는 못하겠어." 번아웃 된 것이었습니다.  
 
에이커프는 목표가 크면 클수록 그 목표를 떠올리며 더 서두르게 된다고 말합니다. 스스로를 몰아치다 지쳐가고 결국은 번아웃 된다는 것입니다. 번아웃 증후군은 한 번 빠지면 쉽게 회복되기 어렵습니다. 번아웃에 빠지기 전에 막아야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목표를 지금의 절반으로 낮추라”고 에이커프는 조언했습니다.

에이커프는 자신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도전의 30일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30일간 각자 도전할 목표를 동영상으로 찍어 올리는 건데요. 그는 도전 9일째가 된 참가자들에게 목표를 절반으로 줄일 것을 권한다고 합니다. 목표를 절반으로 줄인 참가자들은 그들이 과거에 참가한 유사한 도전 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보다 63%이상 높은 성과를 달성했고 목표 달성을 향한 열망도 강해졌다고 답했습니다. 높은 목표를 이루려고 아등바등하다가는 중도에 포기하기 쉽다는 말입니다. 목표를 낮추면 끝까지 달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에이커스의 말대로, 내가 완벽주의자라는 걸 인정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렇다고 그 순간부터 완벽주의자에서 벗어났다는 건 아닙니다. 노력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방심하면 어느 순간 또 완벽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자꾸 기억하려고 합니다.

에이커스는 목표를 절반으로 낮추라고 했지만 저는 반대로 하고 있습니다. 목표를 절반으로 줄이는 게 쉽진 않았거든요. 그래서 목표는 그대로 잡고, 그 목표를 다 이루면 200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목표의 절반만 이뤄도 100점이니 나쁘지 않습니다. 쿨하게 결과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할 일 목록’이 아닌
‘한 일 목록’을 적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말그대로 오늘 하루 내가 한 일을 쭉 적는 건데요. 적고 들여다보면 ‘이걸 다 하다니, 생각보다 한 일 많네.’ 스스로 인정하게 됩니다.


+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하지’ 생각이 들 때면 ‘더 잘 하고 싶구나’ 생각하려고 합니다. 더 잘하고 싶으니 부족한 부분이 보이는 걸테니까요. 같은 마음이지만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부정적인 에너지 혹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도 아쉬움이 있다면, ‘더 잘 하고 싶었구나’ 스스로를 한번 꽉 안아주세요.  


'워킹맘 마음관리' 다음 글에서는 
속도를 조절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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