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코로나 천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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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4.06. 오전 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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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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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수도자처럼… 대구 갔던 간호사, 산골 빈집서 감염 차단
의료지원 후 친정인 전북 장수 내려가, 홀로 유폐 수준 '자기감금'
TV도 없는데서, 가족도 안 만나고 2주 지내… 확진판정뒤 치료중


지난 4일 전북 장수군 장계면의 한 산골 마을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왔다. 자원해서 대구에 의료 지원을 다녀왔다가 자가 격리 중이던 간호사 A(42)씨가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이다. 5일 만난 마을 주민 이길형(68)씨는 "격리 수칙을 잘 지켰다고 하니 동네에 피해가 없을 것 같아 고맙다"고 했다.

대전 보훈병원 간호사인 A씨는 지난달 8일부터 22일까지 대구 동산병원에 의료 지원을 나갔다. 코로나 환자가 있는 중환자실과 일반 병실에서 레벨 D 방호복을 입고 일했다. 중환자실에선 인공호흡기를 단 환자를 돌보고 일반 병실에선 환자 상태 체크와 투약 등을 맡았다. 파견 근무를 마친 A씨는 지난달 22일 코로나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만일을 위해 스스로 2주간 격리 생활에 들어갔다. 자가(自家) 격리 정도가 아니었다. 유폐(幽閉) 수준의 자기 감금이었다. 장소는 친정과 가까운 전북 장수군의 한 빈집을 골랐다. 마을 중심부에서 1㎞ 떨어진 곳이었다. A씨는 전기만 들어오는 곳에서 13일간 외로운 싸움을 했다.

A씨는 격리 기간 일절 외출하지 않았다. 유일한 접촉자였던 A씨 어머니는 식사를 가져다줄 때만 딸을 만났다. 이때도 마스크와 장갑을 낀 채 문 앞에 음식을 두고 먼발치에서 안부를 묻고 갔다. A씨의 아버지는 아예 다른 곳에 기거하며 딸과 아내를 만나지 않았다. 장영수 장수군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대구에 의료 봉사를 다녀온 간호사의 훌륭한 대처와 봉사 및 희생정신에 감사드린다'고 썼다.

A씨는 지난 3일 콧물과 가래 등 증세로 재검사를 받고 확진돼 전북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생인 A씨의 큰딸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엄마가 오늘 아침 영상통화에서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며 "엄마가 남들이 꺼리는 힘든 일을 앞장서 하신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A씨는 코로나 확진자인 줄 알면서도 그 환자를 돌보다 감염된 최초의 의료진일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에 감염된 의료진은 많지만 모두 환자가 코로나에 걸린 줄 모르고 진료를 하다가 감염됐거나, 코로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선별 진료를 하다가 감염된 경우였다. 윤태호 중앙방역대책본부방역총괄반장은 "5일 현재 (A씨 등) 간호사 2명이 확진자 치료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돼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우정식 기자] [장수=김정엽 기자] [대구=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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