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의 양극화, 이탈하는 중산층

입력
수정2019.10.29. 오전 4:16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사진= 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한국 사회에서 지난 20여년간 사회경제적 구조 변화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양극화’다. 빈부 격차를 넘어 교육, 일자리, 주거, 의료 등 우리 사회 전반의 불평등 문제로 심화되고 있다. 더 이상 평균이 대푯값이 될 수 없는 시대다. 주택 시장도 그렇다. 지역 양극화, 집값 양극화, 소유 양극화 등 주거 격차가 시장을 해석하는 프레임으로 굳혀지고 있다.

격차 확대는 소득과 자산 차이가 커진다는 점 외에도 중산층 감소 문제로 이어진다. 중산층 비중은 1990년대 초 70%가 넘었지만 2017년에는 50.8%로 주저앉았다. ‘하면 된다’는 믿음으로 누구든 노력하면 중산층에 진입할 수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 직장에서 승진하고 월급이 오르고 집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런 생애 사다리는 일종의 사회계약이었다. 이는 국민이 기꺼이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사회 안정을 이루는 근간이었다. 1990년대까지는 이 공식이 작동했다.

그러나 10년간 두 번의 경제 위기로 중산층은 양적 축소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변했다. 평생직장이라는 전통적 직업 개념이 사라지고 노동 유연화라는 미명 하에 일자리 구조와 형태는 다양해졌다. 학력과 기술 인플레는 임금 격차를 심화시켰고 1인 가구의 증가, 가정 해체 등 인구가족 구조도 변했다. 이런 이유로 중산층을 이탈한 상당수는 빈곤층으로 떨어졌다. 자산을 어느 정도 보유한 중산층에게 경제 위기는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되며 빈부 격차는 더욱 커졌고 기회의 불평등이 심화했다. 이 과정이 확대 재생산돼 온 중심에는 부동산이 자리한다.

남은 중산층은 내홍을 겪고 있다. 집을 가진 중산층과 사적 임대차 관계에 종속된 채 자가 부문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중산층 간의 주거 불평등이 구조화되고 있다. 집이 있어도 아파트냐 아니냐, 어느 지역이냐에 따라 좌절과 불안 혹은 기대와 희망이 엇갈린다. 예측하기 어려운 시장 상황으로 갈아탈지, 버틸지, 빚을 낼지의 '트릴레마'(3중 딜레마)로 혼돈스럽다. 경제와 고용, 주거 불안이 커지면서 중산층은 더 이상 사회적 완충 지대나 사회 이동 통로로 작용하지 못한다. 상대적 박탈감으로 사회 불만과 정치 불안 세력으로 부각하고 있다.

문제는 양극화 현상과 불평등이 경제적 격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육, 일자리, 소비 격차와 중첩·강화되며 사회이동 장벽을 두껍게 한다는 것이다. 계층간 이동이 가능하다는 응답은 1994년 60.1%였지만 2017년에는 22.7%로 급감했다. 가능하지 않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5.3%에서 65.0%로 수직 상승했다. 이 양상은 최근 세대간 부의 대물림이 주택 증여·상속으로 가시화한다는 점에서 더 고착화될 우려가 크다.

중산층을 계층이동의 사다리로 복원하기 위해 주택 자원의 공정한 배분, 시장 공공성 강화, 기회의 형평성 제고로 출발선부터 초래되는 결과의 불평등을 예방해야 한다. 저소득층에 주로 집중된 주거복지도 자산 여력이 부족한 중산층에게까지 확대해 주거 안전망의 지지대를 넓힐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속적이고 일관된 정책으로 시장 믿음을 회복시키고 신뢰를 통해 ‘나도 중산층’이라는 자의식을 고취시켜야 한다.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산층도 높은 집값과 전세금으로 시장에서 내몰리고 이탈하지 않도록 다각적이고 적극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바람피운 남편 이혼 요구한다면 [변호사상담]
▶CEO 만든 엄마의 교육법 [투자노트] 네이버 구독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