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따르면, 지난 3일 밤 당직을 하던 그는 응급실에 심한 폐렴환자가 들어왔다는 연락을 받고 처음 환자를 대면했다. 한 사람은 중년 남성으로 발열을 동반한 호흡 곤란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이 환자는 현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현지 의사의 권유로 베이징에 있는 병원까지 찾아왔다. 다른 한 명은 그의 부인이었다. 현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옆에서 남편을 돌봤는데 며칠이 지나자 자신도 발열과 호흡 곤란을 겪기 시작했다. 감염된 것이다.
의사는 “호흡기 질환 전문가지만 어떤 병원체에 의한 폐렴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며 “다만 희귀 질환으로 의심돼 접촉물에 대해 주로 물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 이들의 병세가 더 심해져 호흡기중환자실(RICU)로 옮겼고 중환자실에서 검사와 치료가 실시됐다고 밝혔다.이로부터 1주일 뒤 두 사람이 흑사병이라는 최종 진단이 내려졌다.
가래톳 흑사병(bubonic plague)은 온 몸이 붓고 근육통을 동반한다. 벼룩에 물려 페스트균이 림프절로 옮겨 가 증상이 나타난다. 패혈증형 흑사병(septicemic plague)은 혈관이 응고돼 피부 괴사되고 쇼크를 동반한다. 폐렴형 흑사병이 가장 심각한데 고열과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며 치사율이 제일 높다.
특히 전염 방식이 문제다. 흑사병은 주로 쥐 등 설치류의 피를 빨아먹은 벼룩이 사람을 물면서 전염된다. 그러나 폐렴형 흑사병의 경우 감염자의 재채기나 기침 등을 통해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파가 가능하다.
뉴욕타임즈(NYT)는 중국 정부 당국이 "온라인에서 페스트 관련 뉴스와 관련된 온라인 토론을 차단하고 통제하고 있다”며 흑사병 관련 불안한 여론의 확산을 차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웨이보(微博)의 한 사용자는 SNS에 “가장 두려운 것은 흑사병이 아니다. 대중에게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것”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사용자는 “중국 정부는 이들이 네이멍구에서 베이징에 도착한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며 “환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해 스스로 여행했다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질병을 퍼뜨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보의 제한적 공개가 사태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홍콩 빈과일보는 2명의 환자가 전날 베이징 수도의과대학 부속 디탄(地壇)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전했다. 이 곳은 베이징 최초의 전염병 전문 병원이다. 상황이 그만큼 위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0년에서 2015 년 사이 세계적으로 흑사병 감염사례는 3248건이 보고됐으며 이중 584명이 사망했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질병 확산 위험이 매우 낮다”며 “시민들은 감염 위험에 대해 걱정하지 말고 일상 생활을 계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베이징의 자연환경과 쥐에는 페스트(흑사병)균이 없어 사람들이 쥐 등 동물과 접촉해도 감염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베이징 확진 환자는 공기중 전염 가능성이 있는 폐렴형 흑사병이다.
중국 위생건강위원회는 감염 원인과 전염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네이멍구 현지에 전문가를 파견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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