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3만달러 시대-정치인 리더십]<2>'전문가 정치'와 '정치 전문가'(下)-①'86세대' 정치인의 갈림길…'전대협 회장' 대신 '참모 리더십']
안희정의 몰락이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가 단지 여권의 차기 유력 주자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안희정은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정치인에서 배출된 첫 대선주자였다. '86세대' 정치인이 대선주자가 된다는 의미는 지난 대선 경선에서 그가 이미 설명한 바 있다. "30년 전 민주화에 나섰던 학생 운동가가 정치의 주역이 돼 국가 지도자가 되는 것은 우리나라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세대의 도전이 부상하는 상징이 될 것이다."
안희정 뿐 아니라 다른 많은 '86'세대 정치인들이 이른바 '시대교체'를 꿈꿔왔다. 30년 전 '민주화 주역'이던 그들이 우리 사회의 리더 그룹으로 올라선다는 것은 단순한 세대의 변화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산업화 시대'의 막을 내리고 각종 권력 지형과 이념 지형의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우리 사회의 대사건이 된다.
문재인정부 출범은 본격적인 신호탄을 쏘아올린 듯하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 2인자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남지사 선거 출마로 사실상 차기 주자 행보의 길을 걷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장에 출사표를 내는가 하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권 도전을 준비하는 등 '86세대' 정치인 대표주자들이 전면에 나서며 차기 구도를 형성해 나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문제는 '86세대' 정치인 그룹에 대한 검증이 완료형이 아닌 진행형이며 이들의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불신 역시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이다. 이들에겐 언젠가부터 과거 '민주화 운동' 시절에 머물러 있을 뿐 제도권 정치에서 과연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개혁과 혁신을 주도했느냐는 질문이 제기돼왔다. 오히려 정치 기득권 세력화해 사회 변화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 오늘날 이들이 처한 현실이기도 하다.
'귀족 운동권'으로 표현될 정도로 정치를 일종의 특권으로 누린다는 오명은 더욱 뼈아프다. 운동권 내 서열 문화에서 비롯된 '선민의식'이 정치권까지 이어진 때문인데 같은 '86세대'나 여권 안에서도 이에 대한 시선은 곱지않다.
더구나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으로 문재인정부를 탄생시킨 시대정신과 맞지 않는 리더십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치를 민주화 운동으로 주어진 특권으로 여기며 전대협 서열 그대로 '지도자'의 위치를 당연시하는 태도는 '국민이 지도자인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다. 안희정이 몰락한 근본적인 원인은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한 정치 컨설턴트는 "안 전 지사는 '영웅 컴플렉스'가 굉장히 강했고 정치 역시 그 성향이 강하게 드러났다"며 "성추문 사건이 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정치인 한 사람이 국민과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리더를 우리 국민들이 받아들였을 지 언젠가 시험대에 놓이게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전 지사의 대척점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있다. 정치 노선은 '86세대' 정치인들과 비슷하지만 정치 입문 과정에서 대선주자 도약, 대통령 당선, 당선 후까지 판이하게 다른 정치인 리더십을 창조했다. 대통령 참모로서 조력자, 조율사 역할을 통해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냈고 국민들을 앞장서서 이끌어가기보다는 국민의 뜻을 성실하게 받들고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책임을 다하는 모습으로 '촛불 정권'의 선택을 받았다.
카리스마적 리더십과 대조되는 이같은 리더십은 '스튜어드십'으로 집사가 집안 일과 주인을 모시기 위해 가져야 하는 책임감을 가리킨다. 책임감과 진정성을 담은 마음가짐이 더해질 때 완성되는 봉사 행위다. 정치인이 국민의 대표자, 대리인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점점 높아지는 '3만달러 시대'에 정치인의 '스튜어드십'에 대한 요구도 커질 전망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86세대' 정치인 중 임종석 비서실장과 김경수 의원이 새로운 대표주자로 주목받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단지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어서가 아니라 국민들이 문 대통령에게 주목했던 정치인 리더십과 가장 닮아있기 때문이다.
임 실장의 경우 대통령 비서실장이란 직위 자체가 조력자 역할을 극대화하는 면이 있지만 남북 문제 등 대통령의 국정을 나눠 맡고 청와대에 대한 국민들의 친밀감을 높여주는 소통의 매개가 되는 등 실질적인 대통령의 파트너로 비춰지면서 그의 정치적 역량에 대한 평가도 덩달아 높아지는 양상이다.
김 의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문 대통령 대변인으로 묵묵히 참모 역할을 해오면서 희생과 헌신을 인정받아왔다. 김 의원과 가까운 한 정치권 인사는 "경남지사 출마로 차기 대선주자로 올라선다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한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과 가장 닮은 정치인"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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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은 기자 tai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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