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마티스의 마지막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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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 20. 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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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는 1913년 아내 아멜리(Amélie Noellie Matisse-Parayre)의 초상화를 그린다. 아마도 세잔의 <노란색 안락의자에 앉은 여인(Woman in a Yellow Armchair)>를 보고 그 기억을 떠올렸을 것이다.

Paul Cézanne, <Madame Cézanne in a Yellow Armchair>, 1893-1895, 81 × 85 cm, Private collection

아멜리는 그동안 남편을 위해 기꺼이 모델이 되어줬다. 그러나 한 번도 남편이 그려준 초상화에 대해 만족한 적은 없었다. 전혀 아름답다고 느낀 적도 없었고, 오히려 자신을 그린 초상화를 통해 남편이 자신을 아름답게 여기지 않는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거기다 마티스의 제자였던 올가 메르송(Olga Meerson)이 남편을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상당히 울화가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점점 결혼생활의 위기가 드리우고 있었고, 남편과 아내는 매일 말다툼을 했다. 마티스는 화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주기도문'을 바쳤다. 어렸을 때부터 공포나 분노가 엄습할 때마다 그래왔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마티스가 아내에게 다시 모델이 되어주길 부탁했다. 아내는 완성된 초상화를 보고 결국 큰 울음을 터뜨렸다.

Henri Matisse, <Portrait of Mme Matisse>, 1913, Oil on canvas, 146 x 97.7 cm, Saint Petersburg, Hermitage Museum

마티스가 마지막으로 그린 아멜리의 마지막 초상화는 마티스 예술에서 감정표현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이 초상화에서 아내는 투우사 옷차림의 정장과 바지를 입고 있다. 아멜리는 결혼식 당시 입었던 의상이 기억났을 것이다. 얼굴과 몸은 잿빛 회색이다. 가혹하고 비인간적인 분위기에, 공허한 포즈. 거의 자살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녀의 움푹 꺼진 검은 눈은 주위의 세상을 바라보거나 받아들일 여유가 없어 보인다. 개성적 요소라고는 오직 머리에 쓴 작은 모자장식 뿐이었다.

'애가'(Lamentations)의 초상화라고도 불리는 이 작품에 마티스는 향후 아내에게 이런 멘트를 남겼다: "당신이 보고 울었던 작품이오. 그런데 이때 당신 참 예뻤소."

아멜리는 1915년을 끝으로 마티스의 모델이 되어줬던 것 같다. 마티스도 이 헬멧 같은 모자를 쓴 아내의 스케치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아멜리에를 그리지 않았다.

Madame Matisse Paris, quai Saint-Michel, August-October 1915 Graphite on paper

8년 전 용감하고 노골적이고 도전적인 응시로 관람자들을 사로잡은 <모자를 쓴 여인(Woman with a Hat)>(1905)과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마담 마티스의 초상화(Portrait of Mme Matisse)>(1913)는 고요와 후퇴를 기념하는 것 같다. 이 두 작품은 남편과 아내가 콜라보레이션한 알파요 오메가다.

<Woman with a Hat>(1905), oil on canvas, 79.4 × 59.7 cm, San Francisco, 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left)


아멜리를 그린 작품은 계속해서 후대 사상가들에게 영감을 선사했다. 루이 아라공(Louis Aragon)은 잡지에서 이 그림을 보고 매력을 느꼈고, 초현실주의 리더 앙드레 브르통(Andre Breton)도 감동을 받았다. 이 두 사람은 침대 머리맡에 <Woman with a Hat>과 <Portrait of Mme Matisse>의 복제본을 붙여놓을 정도였다.

가비노 김 Gabino Kim
가비노 김 Gabino Kim 미술·디자인

가비노 김(歌庳奴 金, Gabino Kim) <동시대 미술의 파스카>, <앙리 마티스, 신의 집을 짓다>, <David Altmejd: 자라나는 오브제> 저자 I write t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