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때문에 집밖에 나온 사람들①] “정부 때문에 내 재산도 타격”…못 참겠다 뛰어나온 집주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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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0.25. 오전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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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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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동산 개발·규제 정책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
주민 반발로 얼룩진 ‘3기 신도시’ 대표적
분양가상한제·일반분양 통매각 등도 논란 확산
적극적 재산권 요구·주민참여에 힘 실려
규제정책 지속 분위기속, 갈등 확산 전망 우려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다음달 초 문재인 정부의 임기반환점을 앞둔 가운데,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각종 부동산 정책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정부의 개발 정책과 각종 규제가 신도시 주민,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등과 첨예한 갈등을 일으키면서다. 과거보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적극적인 재산권을 주장하는 주민들의 목소리와 참여 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주된 배경이다. 이들은 자신의 집과 땅에 대한 권리를 찾고자 대규모 시위까지 펼치고 있다. 3기 신도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시위 배경과 요구 사안은 다르지만 ‘재산권 보호’와 ‘생존권 보장’이라는 구호는 궤를 같이한다. 헌법소원이나 소송, 감사청구, 청원활동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목소리를 내고 있어 갈등 국면은 더욱 확산할 것이란 전망이다.

3기신도시연합대책위원회 소속 100여명의 주민들은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3기 신도시 공공주택지구 지정 철회를 외쳤다. [3기신도시연합대책위원회]


▶1·2·3기 신도시 주민들도 반대, 환영받지 못하는 3기 신도시?= 정부의 3기 신도시 공공주택지구 지정 반대가 대표적인 갈등 중 하나다.

3기 신도시인 남양주 왕숙 1·2와 하남 교산, 인천 계양 등의 주민으로 구성된 3기신도시연합대책위원회는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그린벨트 환경영향평가 1·2등급 지역 개발과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시기·절차, 토지보상 대책 등을 문제 삼으며 ‘주민 동의 없는’ 개발이 진행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토지 수용에서 양도세 감면이나 보상가 현실화 등이 이뤄지지 않는 것을 ‘재산권 침해’라고 강조했다.

박광서 남양주 왕숙2지구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12대째 이곳에 살았는데 정부가 지구 지정하고 한 발짝도 못 나가게 만들었다”며 “최근에 땅 사서 들어온 투기꾼들이 아니라, 기존 주민의 생존권과 재산권을 보장하는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위는 반발 수단의 하나일 뿐이다. 이들은 지장물 조사 등 보상절차 진행에도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구지정 취소 소송, 감사원 감사청구 등 모든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태풍 ‘링링’이 지난달 7일 서울과 수도권을 강타한 가운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3기 신도시 반대 집회’가 열렸다. [운정신도시연합회]


3기 신도시를 둘러싸고 1·2기 신도시 주민의 반발도 격화하고 있다. 고양시 일산, 파주 운정, 인천 검단 등 1·2기 신도시 주민과 3기 신도시 토지수용 예정지 주민 3000여명은 지난달 광화문 일대에서 시위를 벌였다. 정부가 지난 5월 3기 신도시 2곳을 추가로 발표한 후, 지역 내에서만 이뤄지던 시위가 광화문으로 번져나간 것이다. 1·2기 신도시 주민들은 자족기능과 광역교통망이 부족한 상태에서 서울과 더 가까운 거리에 들어서는 3기 신도시를 위협으로 보고 있다. 2기 신도시 준공률(올해 6월 말 기준 56.8%)이 절반을 갓 넘어설 때쯤 등장한 3기 신도시 때문에 기존 신도시가 실수요자에게 외면받고, 정책에서 뒷전이 밀릴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 집값 문제 해결을 위해 애꿎은 신도시 주민들이 희생되게 됐다는 생각도 반발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다. 3기 신도시 주민들은 정부의 ‘서울 집값 잡기’ 정책 때문에 살던 곳을 내줘야 하고, 1·2기 신도시 주민들은 서울 아닌 지역 집값이 흔들리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승철 운정신도시연합회 회장은 “주민들은 서울 강남 집값을 잡으려고 경기도에 3기 신도시를 짓는 것을 엉뚱한 발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도 “못 참겠다” 거리로…=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 방안으로 내놓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두고 재건축·재개발조합의 반발 및 연대 움직임도 활발하다. 조합 연합모임인 미래도시시민연대 소속 조합원 1만8000명(주최 측 추산)은 지난달 9일 광화문으로 쏟아져 나왔다. 분양가상한제로 일반분양가가 내려가면 당초 계획보다 기대이익은 줄고 내야 할 부담금은 늘어난다. 조합들은 부담 능력을 고려치 않고 적용되는 분양가상한제는 재산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또 소수 일반분양자에게 ‘로또’를 안겨주는 것도 불공정하다고 했다.

지난달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소공원에서 열린 ‘분양가상한제 소급적용 저지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총궐기대회’에서 참가 조합원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다. [양영경 기자/y2k@]


정부가 이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6개월 유예하기로 했지만, 불만을 잠재우긴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김구철 미래도시시민연대 조합경영지원단장은 “정부가 하라는 대로 다하고도 수모를 당한다는 불만이 나온다”며 “앞으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와 분양가상한제 사이에서 어느 쪽을 택하느냐에 따라 조합들도 연대를 달리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일반분양분을 임대사업자에게 ‘통매각’하려는 재건축·재개발조합과 이를 막으려는 정부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조합은 최대한 주변 시세대로 일반분양분을 팔아 재산권을 보장하려는 반면, 정부는 분양가 규제를 벗어나기 위한 꼼수로 보고 있다. 선봉에 선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 원베일리) 재건축조합은 최근 기업형 임대사업자를 선정하고 이를 강행하고 있어 양측 간 법적다툼으로 비화할 소지도 있다. 일반분양분 통매각을 허용해달라는 청원활동을 개시한 미래도시시민연대는 필요하면 대규모 시위도 벌이겠다는 복안이다.

지난달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소공원에서 열린 '분양가상한제 소급적용 저지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총궐기대회'에서 참가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양영경 기자/y2k@]


이외에 주택 임대차 계약 갱신청구권이나 민간주택 전월세상한제 도입 논의 등 재산권 침해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이슈들도 많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갈수록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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