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분쟁·경기후퇴···길 잃은 코스피, 바닥 찾기 ‘험난’

입력
기사원문
백서원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트럼프발 환율전쟁·한일 경제갈등 속 한국경제 침체위험…1900선도 위태
“원달러 환율 흐름이 코스피 변동성 결정…기업 이익성장 경로 따라갈 것”


미·중 환율전쟁 등의 여파로 하락세로 출발해 장중 코스피(KOSPI) 지수가 1900선이 무너지며 코스닥(KOSDAQ) 지수도 동반하락한 6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코스피 지수는 1900선을 회복한 1917.50포인트로 코스닥 지수는 551.50포인트로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코스피가 3년여 만에 장중 1900선을 내주면서 추가 급락에 대한 공포가 확산됐다.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와 한일 무역갈등, 북한 미사일 도발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쳐 증시 낙폭을 키우고 있다.

상승 모멘텀이 실종된 가운데 대외 변수가 몰아치며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근본적인 침체 원인을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는 전정 대비 29.48포인트(1.51%) 내린 1917.50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1896.42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코스피가 장중 19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16년 6월 24일 이후 3년 1개월여 만이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환율전쟁으로 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국내 시장도 패닉 양상을 보였다.

전일에도 코스피·코스닥의 동반 급락과 함께 원·달러 환율이 1200원선을 넘기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잇따른 대외 변수가 연일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 3000억달러에 대해 내달부터 1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강수를 뒀고 북한마저 연달아 미사일을 발사해 남·북 관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코스피 급락 등으로 한국 금융시장의 취약함이 다시 한 번 노출됐는데 주된 이유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급변에 있다”면서 “코스피 2000선 이탈이 가격조정의 끝이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코스피 하단을 1850으로 제시했다.

이 팀장은 “자체 성장동력, 정책동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글로벌 무역분쟁, 경기·정책불안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원달러 환율 1200원선 돌파 안착 여부가 코스피 변동성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단기 가격 메리트가 부각될 수 있지만 펀더멘털 불안으로 추세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코스피 저점을 확인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라며 “아직까지는 방어적인 포트폴리오가 유리한 상황에서 경기민감주, 수출주 비중축소, 경기방어주, 내수주, 배당주 비중확대 전략을 유지한다”고 조언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한국경제의 침체위험이 강화되며 외환시장에서 원화의 가치가 이를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김 센터장은 또 “대외 악재에 따른 금융산업 및 자본시장 보호에 미온적이었던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 가능성을 높이는 변화”라고 봤다.

다만 한일 외교분쟁의 탈출구는 쉽게 찾기 어려울 것을 판단했다.

그는 “다음 주 74주년 광복절을 기점으로 일본과 아베 정부에 대한 비난 수위는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 정부도 ‘독도방위훈련’을 준비하고 있고 내수기업은 광복절 행사와 연계된 애국마케팅을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10월 새로운 일왕 즉위식까지 지금의 긴장모드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증시 침체 해결을 위해 정부의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시선도 있다. 최근 한 글로벌 자산운용사는 대외 변수는 물론,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부 정책이 국내 투자자의 매도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폴 최 CLSA 연구원은 “정부의 반자본주의 정책과 외교·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인한 국내 투자자들의 극단적인 비관론이, 코스피 지수가 아시아 시장에서 최악의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약화된 투자심리를 한일 무역갈등이 또다시 흔들었다”며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큰 변화가 따라야 한국 시장이 신뢰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증시 급락은 한국의 부진한 펀더멘탈이 원인으로, 이익 회복력이 나타날 때까지 방향성 없는 등락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봉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작년 이후 증시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기업 이익 전망치 하향 지속”이라며 “지난해 1월 이후 20개월 간 코스피의 12개월 주당순이익(EPS) 전망치가 고점 대비 34% 하향조정 됐는데 2008년 금융위기 때의 39% 하향조정과 비슷한 수준이며 조정기간은 더 길다”고 짚었다. 그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지난달 이후 전망치 하향강도가 크게 완화됐고 금융,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은 상향 전환된 점”이라고 덧붙였다.

강 연구원은 하반기와 내년까지 큰 틀의 주가 경로는 결국 기업 이익 성장 경로를 따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올해 코스피 순이익 90조 전후, 내년 110조 정도를 전망한다”며 “결국 올해 30% 정도의 큰 폭 역성장 이후 내년에 완만히 회복하는 경로인데, 이런 관점에서 다음달 전후까지 이익 역성장에 대한 비관이 증시에 반영되고 연말로 갈수록 완만한 회복 기대감이 증시 반등 시도로 나타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데일리안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 (주)데일리안 - 무단전재, 변형, 무단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