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11시 수화기 너머로 들린 무하마드 아짐(37)씨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전북 전주의 한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는 아짐씨는 지난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고 한다. 이날 오후 과거에 한국을 도왔던 아프가니스탄 협력자와 그 가족들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러나 아프간에 남아있는 아짐씨의 가족들은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했다.
아짐씨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8년에 한국에 들어오기 전까지 아짐씨는 아프간에서 형과 함께 약 2년간 한민족복지재단(KFWA)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그러나 형을 포함해 부모님과 남동생 2명, 여동생 4명은 아직 마자르이샤리프에 남아있다고 한다. 아프간 북부 최대도시인 이곳은 북부지역 방어 최후의 보루로 불린 곳이었지만, 지난 14일(현지시각) 탈레반에 점령당했다. 바로 다음 날 탈레반은 수도 카불에 진입했다.
그는 “아프간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넨 한국 정부에 감사하다”면서도 “정부 협력자가 아니더라도 한국과의 인연이 있는 현지 아프간인들의 처지를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아짐씨는 전날 국제난민지원단체 피난처를 통해 아프간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명단을 외교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정부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없음에 답답함을 호소한 배기씨는 “비행기를 통한 구출이 어려우면 비자 발급이라도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한 달 뒤면 탈레반은 전 세계를 향해 아프간이 다시 정상적인 국가임을 보여주고 싶어할 것”이라며 “비행기와 같은 운송 수단이 정상화된다면 비자를 발급받은 아프간인들이 한국으로 넘어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