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가 교내 실험실 폭발사고로 중증 화상을 입은 학생들의 치료비 지급을 기약 없이 미루고 있다. 피해 학생과 가족들은 학교가 수억원대의 치료비 전액 지급을 약속하고도 두 달 넘게 진척이 없다며 해결을 촉구했다.
피해 학생 가족인 박창준씨(55)는 22일 통화에서 “지난 5월 경북대가 치료비를 책임지겠다고 한 이후 두 달이 지났지만 학교는 병원과의 지급 보증 체결 외에 아무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학교가 치료비 지급을 중단한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 누적된 치료비가 5억원에 달한다고 했다.
사고는 지난해 12월 화학과 소속 대학원생 3명과 학부생 1명이 실험실에서 교수 등 감독자 없이 화학 시료를 폐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폭발과 함께 불이 나면서 이들은 2~3도의 중증 화상을 입었다. 대학원생 ㄱ씨는 90%의 전신화상으로 현재까지 입원 치료 중이다.
치료비를 둘러싼 갈등은 지난 4월 터져나왔다. 당초 학생들의 치료를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대학 측이 보험 한도액 초과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지급 중단을 통보한 것이다. 이에 피해 학생의 가족과 교수, 전국대학원생노조 등이 총장실 점거 농성을 했고, 지난 5월 초 김상동 총장은 병원 두 곳과의 지급 보증을 통해 치료비를 전액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나도록 약속이 이행되지 않아 학생 측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박씨는 “총장이 약속했기 때문에 곧 지켜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무 변화가 없다 가족들은 학교 측으로부터 어떤 설명도 듣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가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최근 퇴원한 한 학생의 보호자는 병원으로부터 ‘대학이 돈을 안 낼 경우 대신 낸다는 보증을 하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북대는 관련 규정 제정 등 치료비 지급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면서도 치료비를 지급할 구체적 시기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북대 관계자는 “(교내 사고 발생 시 사후 처리와 관련한) 규정이 조만간 공포될 예정이다. 하지만 예산 집행 지침 등 여러 검토가 필요해 치료비가 언제 지급될지는 확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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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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