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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7화 딥키스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7화 딥키스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2020.06.28.

#17-2 그녀와의 입맞춤: 내 심장소리가 버스 안을 채웠다. 날이 더웠던 건지, 내가 긴장을 한 건지 바이킹 타려고 줄을 서있는데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흐르더라. 대기하면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 어릴 적 철제 가구 안에서 내지르던 내 비명 소리 같아. 잔뜩 신이 난 네 옆에서 이런 내 모습을 보이는게 너무 싫은데 숨길 수가 없었어. “너 설마 무서운 거야? 놀이기구 한 번도 안 타본 사람 같아 깔깔.” “아니? 아닌데” 드디어 바이킹에 입성. 너는 빠른 걸음으로 제일 좋은 자리라는 맨 뒷자리로 나를 데리고 갔었지. 안전바가 내려오고 바이킹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 ‘삐그덕, 삐그덕’ 오래된 부품 연결고리에서 나는 듯한 소리들이 내게 공포감을 자아냈어. 분명 바이킹은 사방이 트여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이리 가슴이 답답하고 두려운 걸까. 꽉 조여진 안전바 탓에 몸이 결박된 느낌이라 그런 건가? 내 안의 모든 신경이 과민 반응 상태로 변한 것 같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두 다리에 힘을 주고 양 팔로 안전바를 잡는 것 밖에 없었어. 알 수 없는 공포 속에서 무기력하게 끝나기 만을 기다렸는데, 옆에서 너는 상기된 얼굴로 ‘꺄악’ 하고 즐거운 비명을 지르더라. “너무 재밌지 않아?” 내 얼굴이 너에겐 재미있어 보이나 보다. 말도 안되는 공포 체험을 마치고 후들거리는 다리로 바이킹에서 내렸는데, 넌 신나서 ‘나는 양탄자’를 타러 가야한다고 나를 끌어당겨. ‘하하하. 내가 좋아하는 J는 눈치가 없구나. 견뎌내는 수밖에.’ 너는 옆에서 이렇게 힘들어하는 내 모습은 안중에 없는 것 같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더라. 다음 놀이 기구를 타러 갔을 땐 이미 줄이 길게 서 있어서 한참 걸릴 것 같았어. “J야 아이스크림 먹을 래?” “진짜? 나야 좋지.” “그럼 내가 사올 게.” “어 얼른 와. 여기 줄 서서 있을 게.” 힘 빠진 다리를 이끌고 터벅터벅 아이스크림을 사왔는데. 앞에 몇 사람이나 줄을 서 있는 지 세어보면서 좋아하는 네가 보이더라 아이처럼 좋다고 웃는데.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운 거야. 힘들고 짜증났었지만 나의 공포 따위는 널 위해 참을 수 있다고 다짐했지. ‘그래. 조금만 더 참자. 나의 그녀를 위해.’ ‘바이킹’은 상하로 움직이고, ‘나는 양탄자’는 좌우로 . . 이 것들을 두번씩 탔어. 이쯤되니 차라리 일진 형들에게 몇 대 맞는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다음은 다람쥐통. 뱅글뱅글 돌아가는 통 안에서 조금만 견디면 끝날 것 같아서 쉽게 생각했었는데. . 아냐. 아냐. 너무 이상한 놀이기구야. 그런데 넌 또 날 보고 웃어. “야. 너 표정 또 왜 그래? 이 정도는 안 무섭지 않아? 너 주머니에 동전 엄청 많았네. 그거 다람쥐 통 안으로 다 떨어졌어. 깔깔깔. 동전도 같이 돌아가니까 넘 웃겨!” 나 사실 경주를 참 좋아하거든. 넓은 평지에 간간히 보이는 왕릉. 마음이 편해지는 풍경들이 좋아서. 경주의 아늑한 거리를 너랑 같이 걷고 싶었는데, 걷다가 힘들면 앉아서 쉬다가 지나가는 버스 아무거나 타고 모르는 곳에도 내려보고. . 그렇게 여유롭게 데이트 하고 싶어서 너에게 경주에 놀러가자고 했었는데. . . “우리 경주에 놀러 가지 않을 래?” “어 경주? 나 경주 진짜 좋아해. 경주 도투락 월드” 내가 원하던 대답은 아니었지만, 네가 좋아하는 곳에서 보면 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 그래서 ‘놀이 동산’에 가자고 한 것인데… 막상 이 곳에서 시간을 보내니 어서 빨리 이 ‘공포동산’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밖에 안 들더라. 그래도 마지막에 ‘범퍼카’를 탔었는데 이 건 내 친구였어. 너덜너덜해진 내 신체와 정신을 위로해 주는. . 여기서 유일하게 웃으면서 사진을 찍었잖아. 너의 얼굴을 보니 놀이기구에 대한 미련이 한가득이었지만, 내 인내심이 바닥난 상태라 이만 마무리하고 떠나야만 할 것 같았어. “오늘 재미있었어?” “어 진짜 진짜 재미있었어. 너 만나기 잘한 것 같아.” “우리 버스 시간까지 한 시간 정도 남았는데, 뭐 좀 먹고, 터미널 가면 시간이 맞을 것 같아.” “음.. 그래.” 이.제.야 내가 힘들어 하고 있다는 것을 넌 눈치 챈 것 같았어. 휴. . 해가 지는 경주는 고즈넉한 여유로움이 가득 했어. 떠날 때가 되어서야 보고 싶었던 경주 모습 중 하나를 눈에 담고 갈 수 있었지. 부산 가는 버스는 거의 텅 비어있었고, 우리는 맨 뒤에 앉았잖아. 버스는 불을 끄고 달리기 시작했는데 네가 피곤했는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더라. 차창에 비친 너를 보니 눈을 감고 있어. 잠이 든 걸까? 네가 눈을 감고 있는 건 처음 봤었는데 커다란 눈두덩이와 긴 속 눈썹, 작은 콧망울이 귀여웠어. 그러다 네 입술에 시선이 머물자 가슴이 왜이리 뛰는지. 조용한 버스 안에 내 심장소리만 가득한 것 같아. 키스하는 장면은 영화에서 여러 번 봤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 용기내서 너의 입술 위에 내 입술을 포개어 봤어. 네 입술에서 향긋한 꽃 냄새가 나는 것같은 느낌. 기분 탓일까? 어느 덧 내 혀는 너의 윗입술을 탐하고 있었고, 너의 입술 사이로 내 혀를 넣으려고 했지만 네가 깰까 봐 못하겠더라. 딥키스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방법도 모르겠고, 용기도 없었어. 난 다시 너의 아랫입술을 부드럽게 내 두 입술로 감싸 보았어. 젤리처럼 말캉한 네 입술의 촉감이 내게 전해지더라. 그러다 네가 몸을 뒤척이는 느낌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창 밖으로 돌렸어. 넌 그때 깬 걸까? 아님 잠들었던 걸까? 내겐 첫 키스였는데 너는 과연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을까 모르겠네. 007시리즈를 보면 늘 남주가 온갖 어려움을 겪은 후 여주와 키스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참 이해 안되었거든? 그런데 이 날은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어. 내겐 공포와 두려움의 하루였는데 너와의 키스가 모든 것을 보상해주는 느낌이었거든. 그렇게 꿈같은 순간은 부산에 버스가 도착하자 끝나버렸고, 내 사랑은 더 커진 채 너와 헤어졌어. #18 연애의 기술- 사랑의 주도권을 잡아라. 경주 여행 이후 너와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는데, 그건 너도 마찬가지였나 봐. 내게 좀더 자주 전화 하기 시작했고, 대화에서도 친근감이 많이 느껴졌거든. 놀이 동산에서 공포를 극복하려는 나의 노력이 너를 감동시킨 걸까? 아니면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내가 입맞춤한 것을 너는 알고 있었던 걸까?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이제 ‘연애의 기술’에 들어갈 시점이 된 것 같았어. 너를 내 여자로 만들 야심 찬 프로젝트 말이야. (너를 내 여자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 1.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너를 만나기: 매주 일요일 오후 6시에 너랑 만나려고. 습관이 무서운 법이니까. 2.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참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다른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이 자기 마음대로 할 때면 분명 내 생각이 날 꺼야. 3. 네가 먹고 싶은 음식만 먹기: 같은 음식을 매주 먹게 되더라도, 혹 그게 내가 싫어하는 음식이어도 난 그 것만 먹으려고. 다른 사람을 만나서 입에 안 맞는 음식을 먹을 때면 내가 생각 나겠지? 4. 세상에서 유일한 너의 편이 되어주자: 친구와 싸우고 친구를 욕하면 나도 같이 욕해줄 거야. 설사 네가 잘못했다더라도. 5. 옷이나 머리 스타일 심지어 작은 악세사리에 변화가 있을 때 아낌없이 칭찬해주자: (*섬세한 관찰이 필요)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너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한다면 넌 내가 떠오를 거야. 6. 시간이 지나서 이 모든 행동들이 네게 익숙해졌을 때 난 너에게 이별을 고할거야: (*갑자기 우연처럼 자연스럽게 헤어지기)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너는 놀라기도 하고. 화 도 나고. .그러다 슬프겠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생각해보고 무엇이 잘못된 건지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될 거야. 7. 헤어질 때 너에게 꼭 해야할 말은 ‘나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생기면 연락 달라.’ 고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짜 헤어지게 된다는 점을 잊지 말자. 8. 이 작전이 성공하고 네가 다시 연락을 하게 된다면 넌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내게 돌아올 거야. 나의 소중함을 느끼고, 나와 앞으로 이별하면 안되는 이유들을 스스로 찾게 되겠지. 난 이 8가지의 연애의 기술을 3개월 동안 빠짐없이 실천했었는데, 넌 눈치못챘지? 사실 내 모든 취향을 내려놓고 너에게 온전히 맞추어 준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어. 하지만 이 시련의 시기가 지나가면 분명 넌 지금 보다 날 더 좋아하게 될 거라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던 것 같아. 같이 있을 때는 당연한 존재였겠지만, 헤어지면 생각나는 사람이 되기 위한 프로젝트. 그 절정의 단계가 이제 남았네. 두둥! 너랑 헤어지기만 하면 되는 거야. 난 비장한 마음으로 너와 만나기로 한 영화관으로 갔어. 이 날이 D-day. 우리 헤어지는 날이었거든. 첫 영화는 너무 재미가 없었고, 다른 영화 한편을 더 보기로 했었잖아. 그때 네가 갑자기 두번째 영화표를 계산하겠다고 했었지. “그동안 네가 다 돈 내는 거 많이 미안했어. 이번 영화표는 내가 계산 할게.” “어. 그렇게 해.” 난 속으로 생각했어. 이 걸 빌미로 헤어져야 겠다고. 두번째 고른 영화는 ‘인디아나 존스’ 였고, 정말 재미있었어. 하지만 난 너랑 헤어져야 하니까 영화를 끝까지 보지 않고 나오는 걸 택했지. “나 그만 보고 나갈게. 화가 나서 앉아있을 수가 없네.” “뭐 갑자기 무슨 소리야?” “나 이 영화 못보겠다고, 나 나간다.” 영문도 모른 채 내가 갑자기 나가버리니까 너도 영화관 밖으로 뒤따라 나왔었던 거 기억나? “이유가 뭔데? 왜 화가 난 건데?” “나 솔직히 너 계속 만나는 거 힘들어. 나만 너 좋아하나 봐. 그러니까 네가 영화표 계산을 했겠지.” “너 미친거야? 무슨 소리야 그게.” 맞아. 너의 말대로 미치지 않고서야 이 상황이 이해되기 힘들지. 난 논리 따위는 상관없이 그저 너랑 헤어지려고 이러는 거였으니. “너 내가 별로니까 그동안 내가 돈 낸 거 부담 스럽다는 거 아냐? 그래서 오늘 영화표 네가 산거고. 난 이제 이러기 싫다고. 헤어지자.” “너 이유 이상한 거 알지?” 화나고 짜증 뒤섞인 너의 목소리에서 내 작전이 성공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더라. 우리 곧 헤어질 수 있겠다고. “난 왜 돈낸게 잘못인지 전혀 모르겠고, 이것 때문에 헤어져야 하는지 전혀 이해 안되는 상황이고. .” “오래 만났는데 내가 계산하는 거 부담스러운 게 이상한 거야.” “너 답 없다. 더 이야기 하기 싫어. 마지막으로 하는 말이야. 정말 헤어진다면 너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아니. 너랑 진짜 헤어진다면 후회 할 거야. 하지만 널 내 여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는 걸. . 마지막에 널 진짜 잃지 않기 위해 이 말을 남겼지. “우리 이렇게 헤어지고 나서, 시간이 지나도 네가 내 생각이 나고,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면 그때 다시 연락줘.” “너 진짜 재수없어……” “나 집에 간다. 먼저 가서 미안.” 어차피 인생은 도박. 주사위는 던져졌고, 넌 이 시간 이후로 헤어진 이유를 찾지 못해 괴로워 했겠지? 나는 너의 전화만 기다리면 되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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