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환경평가 아직인데…文대통령 ‘착공 없는 착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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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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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관심 사안 초고속 진행
환경평가 안 끝났는데 실시계획 승인



정부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강릉~제진 철도건설 착공식을 개최했지만, 환경영향평가 등 법적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무늬만’ 착공식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문 대통령 임기 내에 남북철도 연결이라는 상징적 이벤트를 보여주기 위해 착공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착공식을 여는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이다.



이 사업은 문 대통령이 2019년 4월 동해북부선 남측 구간의 조속한 연결을 지시하면서 추진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2020년 4월 이 사업을 남북협력사업이라는 이유로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의 예산사업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했다. 이 사업의 총사업비는 2조7406억원에 달한다. 이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도 5개월 만에 마치고, 기본계획 수립도 그해 12월에 마무리했다. 대통령 관심 사안이라는 이유로 다른 철도건설 사업에 비해 초고속으로 사업이 추진된 셈이다.

기본계획이 2020년 말 수립됐지만 이것만으로 착공을 위한 사전 법적 절차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이후에는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를 거쳐 사업실시계획 고시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이 사업은 실시설계 단계에 해당하는 환경영향평가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아직 이 사업에 대해 환경영향평가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착공식이나 착공 준비까지는 할 수 있지만, 실제 착공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관련 법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는 40일 안팎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환경영향평가가 마무리되지 않은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해 11월 ‘강릉~제진 철도건설사업(제1공구 우선 시공분)’ 실시계획 승인 고시를 발표했다.

국토부는 이번 고시는 전체 사업분이 아닌 ‘제 1공구 우선 시공분’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고시에 들어간 내용 대부분이 현장 사무실과 가설 펜스 등 착공이라기보다는 착공 준비 작업이라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시계획 승인이 나왔기 때문에 착공을 위한 행정 절차는 마무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철도 업계에서는 “실제 착공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 임기 안에 착공식만 먼저 추진하려고 실시설계가 마무리 안 된 상태에서 실시계획고시부터 낸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이런 상황 설명을 생략한 채 이날 착공식과 관련한 보도자료에서 “2018년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이 최우선으로 추진키로 합의한 동해선·경의선 연결에 대한 우리의 신뢰와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업”이라고 소개했다. 제진역은 남북출입사무소(CIQ)가 위치한 남측 최북단 역으로, 2002년 남북 합의를 통해 2007년 북한 감호역과 연결된 곳이다. 강릉~제진 사이 111.7㎞ 구간만 복원되면 한국전쟁으로 파괴됐던 동해선이 부산에서 두만강까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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